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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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속담 하나가 생각났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익숙한 저자의 이름에 혹시나 하고 보니, 작년 이 맘 즈음에 읽었던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의 저자였다. 속편이라고도 하는데, 당시 등장한 형사 미쓰야가 이번에도 등장한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이번에도 등장하고,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여인 또한 등장한다.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한 인물이 표지 가득 담겨있다.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는데, 이 스카프로 가려진 얼굴에 대한 부분은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크리스마스이브 한 시신이 발견된다. 노숙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피해자는 부검 결과,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같지만 그로 인해 사망할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었다. 그녀가 사망한 원인은 무언가에 맞은 것인 양 두개골의 큰 상처를 입은 것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신원을 특정하기 힘들었지만, 유품으로 쇼핑카트와 담요가 있었고 그것을 확인했던 이웃 사람의 신고로 사망자가 마쓰나미 이쿠코 임이 밝혀진다.

한편,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1년 4개월 전 한 남자가 사망했다. 그는 하가시야마 요시하루라는 이름의 공무원으로 아내와 딸이 있었다. 공사현장에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발견되었던 그는, 칼에 찔린 채 살해되었다. 그 당시 함께 발견된 가방에서 지문이 발견되는데, 그 지문 중 마쓰나미 이쿠코의 것이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접점이 있는 것이고, 요시하루 사건의 범인이 마쓰나미 이쿠코인 것일까?

사건의 범인을 아직 특정하지 못한 경시청 수사 1과 경위 미쓰야 슈헤이와 도쓰카 경찰서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는 요시하루의 아내인 하가시야마 리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쓰나미 이쿠코의 사진을 보여주지만 리사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내닫이창에 있는 꽃꽂이가 유난히 거슬렸던 미쓰야는 특유의 직감을 가지고 탐문수사를 한다. 이웃인 야나기다와 이야기를 하다, 꽃꽂이가 남편인 요시하루에게 받치는 헌화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지만 그 또한 이상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망자 사이의 접점이 드러난다. 과거 마쓰나미 이쿠코는 남편과 함께 살았는데, 남편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본인도 갱년기 장애로 큰 어려움을 겪고 하던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간 마쓰나미 이쿠코는 담당 직원인 요시하루로부터 모독성 발언을 듣게 된다. 갱년기장애는 일하기 싫은 핑계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설마 그 일로 요시하루에게 반감을 가지고 복수 차원에서 일을 저지른 것일까?

마쓰나미 이쿠코와 히가시야마 리사의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본인의 인생이 쉽게 풀리지 않고 고통 속에 있었음에도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알았던 마쓰나미 이쿠코와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자신은 그보다 더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할 줄 몰랐던 히가시야마 리사의 삶이 교차되며 등장한다. 또한 리사와 요시하루의 딸인 루미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요시하루의 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보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보느냐가 내 행복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남들은 노숙자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끔찍하게 사망한 이쿠코의 삶을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길 지 몰라도, 그녀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그녀의 삶을 무조건 재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에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마사키 도시카라는 작가에게 호감이 갔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촉을 가진 형사 미쓰야의 활약 역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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