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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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트레스피아노 마을에 있는 폰타나 집안에는 한 가지 저주가 흐른다. 저주를 한 사람은 필로미나 폰타나라는 소녀였다. 그녀가 저주를 건 상대는 자신의 동생인 마리아 폰타나였다. 얼굴도 마음도 뛰어나지 않았던 필로미나에게는 코시모라는 애인이 있었는데, 그는 바람기가 심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필로미나에 비해 얼굴도 마음도 뛰어났던 동생 마리아를 보고 코시모가 첫눈에 반했다는 것이다. 기회를 보던 코시모는 강제로 마리아를 추행하려고 했고, 그 장면을 보고 둘 사이를 오해한 필로미나는 동생에게 돌멩이를 던져 한쪽 눈을 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폰타나 집안의 모든 둘째 딸들에게 평생 사랑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로부터 200년이 흘렀고, 그동안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들은 누구도 사랑을 찾지 못한다.

브루클린 남쪽 벤스허스트에 사는 에밀리아는 29살의 제빵사다. 외할머니인 로사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제과점을 운영 중이다. 엄마인 조세피나 폰타나 루케시 안토넬리는 에밀리아를 임신했을 때 백혈병이 걸렸지만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이른 나이에 사망한다. 엄마의 얼굴도 모르는 에밀리아는 그렇게 언니인 다리아와 로사 할머니 곁에서 자란다. 유난히 에밀리아에게 차가운 로사 할머니. 딸을 잃게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집안에 흐르는 저주 때문일까? 에밀리아의 빵을 맛보고 칭찬하는 남자 손님에게조차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철벽 방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 걸까? 일찍 혼자된 사위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웃 여자로부터 사위를 지키기 위해(?)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기도 한다. 에밀리아의 언니 다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에밀리아를 이용해 먹기만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동생에게 미룬다. 세 명의 자녀들의 숙제부터 북클럽 모임에서 먹을 케이크까지 말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다리아 보다 에밀리아가 훨씬 능력이 있다. 에밀리아는 제빵 기술뿐 아니라 작가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에밀리아는 스스로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다. 어려서부터 다리아와 로사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감을 잃어가는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보낸 사람은 포피 할머니였다. 로사 할머니의 동생이자, 집안에서 내쳐진 폰타나 집안의 둘째 딸. 에밀리아와도 그저 명절 인사 정도의 편지만 주고받은 사이인데, 포피는 에밀리아에게 이탈리아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당연히 로사와 다리아는 포피와의 여행을 결사반대한다. 아니 협박에 가까울 정도의 반대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포피와 에밀리아 그리고 사촌이자 둘째 딸인 루시아나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다른 이들의 여행은 쉽지 않은 법. 더더구나 세대가 다른 둘째 딸들의 여행은 각종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여행을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목적이 달랐다는 것도... 여행을 계획한 포피는 59년 전 마주했던 연인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루시아나는 폰타나 집안에 내려진 둘째 딸에 대한 저주를 깨고 싶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여행을 통해 하나 둘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출생의 비밀 말이다. 왜 그렇게 로사 할머니가 자신의 동생 포피에게 적대적인 반감을 품고 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니 말이다.

어째서 폰타나 집안에 둘째 딸들에게 내려진 저주(사실은 못된 언니가 동생을 오해해서 내뿜은 말에 불과한 것이지만 말이다.)는 200년이나 내려온 것일까? 그동안 왜 집안의 둘째 딸들은 진정한 사랑을 맛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마 그들은 알게 모르게 이 말이 굴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밀리아만 봐도 자신은 저주를 받았기 때문에 타인과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노력을 하기보다는 순응하는 면모를 보이니 말이다. 이 말은 그저 노력을 피하는 굴레가 되었다. 하지만 둘째 딸들의 여행을 통해 그녀들은 이 말이 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녀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내려진 저주를 끊어냈던 것일까? 읽을수록 가독성 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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