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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햇빛 ㅣ 이야기숲 3
조은비 지음, 국민지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물거품이 꼭 나쁜 걸까?"
은채가 아쉬운 듯 수박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페에 글을 올린 사람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실패할 확률이 좀 더 크니까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도전했을까.
나는 은채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안 하고 싶었다.
아직 모르니까. 모른다면 뭐든 해 봐야 아는 거니까.
나는 양가 할머니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집에 가기 싫어서 빙빙 돌다가 들어갈 때도 있었다. 내 성격이 모난 것도 있지만, 명절을 제외하고는 할머니를 만난 기억이 많지 않아서도 이유일 것 같다. 특히 친가는 명절에 수시로 내려갔지만, 외가는 정말 가본 기억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친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명절에도 친정에 가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나처럼 조부모님들을 좋아하지 않고, 대놓고 불편함을 내색할 것 같아서였다. 다행이라면 10분 거리 친정 부모님은 거의 5분 대기조로 일이 있을 때마다 출동해 주시니 아이들에게 무척 익숙했고, 시부모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상통화와 통화를 하는 데다, 거리가 있지만 생각보다 수시로 방문하시는 관계로 아직까지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는 3대가 등장한다. 할머니 강자임, 엄마 서희연 그리고 나 고혜준. 20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이모 재희가 독립한 후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 아빠와 이혼한 후 엄마와 이모, 나와 언니 고혜나까지 4명이 같이 살고 있는데, 얼마 전 할머니의 큰 언니가 돌아가셨다. 그날 처음으로 할머니가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게 된 혜준. 할머니의 처음 보는 모습에 혜준은 당황스러웠다.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가족회의가 열렸다. 부쩍 약해지신 할머니 댁으로 일주일 간 차출될(?) 한 사람을 뽑는 거였다. 결국 당첨은 고혜준. 일주일을 버티면, 절친 지효가 있는 제주도 티켓을 끊어주겠다는 나름의 거래도 있긴 했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한 할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첫날부터 썩 유쾌하지 않은 만남을 가지는 할머니와 혜준. 여전히 할머니는 쌀쌀맞고,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비행기표 때문에 버티기로 한 혜준. 할머니가 없을 때 할머니 방에 갔다가 우울증 약을 발견하게 된 혜준은 왠지 마음이 쓰였지만,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강행군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밭에 가서 고추를 따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후, 혜준은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 급기야 혜준은 할머니에게 아직도 큰 이모할머니가 보고 싶은지, 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건지를 묻는다. 그 말에 할머니는 화가 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마는데...

책 안에 등장하는 세 모녀의 관계는 참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다. 서로에게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표현하지 않는 말은 앙금이 되어 쌓이고 쌓인다. 결국 불필요한 오해와 서로에 대한 상처로만 자리 잡을 뿐이다. 혜준의 눈에는 엄마가 언니 혜나만 챙기는 것 같이 보여서 서운함이 컸다. 늘 언니 위주로, 늘 언니가 먼저였기에 혜준은 엄마가 자신보다 언니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할머니와의 관계도 그렇다. 둘은 서로를 위하지만, 절대 내색과 표현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사사건건 충돌만 일어난다.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행동만 해서다. 그나마 상처받은 혜준이의 행동 덕분에 조금이나마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들 간의 관계는 뭔가 거리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하지만, 그건 초코파이의 문구일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까? 내 마음은 말을 해야 아는 것이다. 특히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혜준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과연 행동을 바꿀까? 냉기가 흐르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는 회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