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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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흐른다.

숲이 깊고 푸르게 흘러가고 달아난다.

나뭇가지는 숲의 물결이고, 푸른빛은 사랑스러운 촉촉한 물이다.

낯설 이름 로베르트 발저.  그는 스위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시인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업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1천 편이 넘는 산문과 단편소설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생애를 읽고 보니 왠지 모르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겹쳐졌다.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고 길었다. 전혀 연결되지 않는 전나무와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라니...! 책 안에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담겨있긴 한데,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책을 읽는 내내 한 작품의 제목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적 있는 "신록예찬"이라는 작품이었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숲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왠지 통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숲으로 시작해서 숲으로 끝나는 이 작품 속에는 숲을 향한 저자의 절절한 구애가 담겨있다. 마치 짝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남성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숲의 이곳저곳의 아름다움과 사랑이 여기저기에 깃들여 있다. 안타깝게도 숲을 사랑하기에 깊이 들어가고 싶지만, 숲은 그에게 마음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의 방문을 방해로 여기고 오히려 마음을 걸어 잠글 뿐이다.


 숲을 향한 구애와 함께 판타지 같은 느낌도 든다. 숲에 상상력을 더했다고 해야 할까? 숲을 사람처럼 여기기도 한다. 물론 숲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숲은 자연 그 이상이다. 정적인 숲이 아닌 동적이고 움직이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숲을 참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길지 않지만 깊은 여운이 곳곳에 묻어나는 숲과의 연애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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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내공 100
김선미 지음 / 온포인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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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국 공부도 경험이다. 

도통 모르겠고 안 풀리는 지문, 문제를 마주하고 어떻게든 혼자 끙끙대다 끝내 풀어내고야 만 경험, 

이 '긍정의 경험' '성취의 경험'이 쌓여야 공부'도' 잘하는 아이가 된다.

 언제부턴가 육아서를 읽는 게 버겁기 시작했다. 내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마치 SNS 속의 멋진 모습만 담겨있는 인플루언서들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워킹맘이면서 아이들의 도시락을 꼬박꼬박 싸주고, 미술놀이를 비롯한 엄마표 놀이와 한눈에도 대단해 보이는 반찬들이 담긴 저녁밥,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아이들의 상장 등 정말 슈퍼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가 아닌 자괴감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내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매일매일 한계를 느낀다. 직장 생활과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에다 중간중간 책 육아까지... 고3 저리 가라의 수면시간을 가지지 않는 한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막상 책을 읽어 본 적은 없었다. 내 마음이 꼬여있었서인지, "연세대 조기입학 + 연봉 20배 상승"이라는 말이 부럽게만 들리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책 안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경험담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아무래도 갈수록 영어에 비중이 높다 보니, 영어회화나 영어성적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그런 엄마 중 하나다. 나 역시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지라, 영어를 가르치기는 해야 하는데 자신은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사 교육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하은맘은 어떻게 했을까? 우선 그냥 틀어주란다. 한글 자막이든 영어 자막이든 무자막이든 상관없고 무조건 많이 틀어주고 많이 접할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된단다. 픽처북을 통해 영어와 익숙해지게 되면 리더스북, 챕터북과 DVD를 활용해 보란다. 그림책 싫어하는 아이 없고, 이야기 싫어하는 아이 없으니 우선 시작은 픽처북(그림책)을 읽고 보면서 영어의 맛을 들여보기를 권한다.

 여전히 고민 중인 사교육에 대한 내용도 있다. 사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은맘의 강추는 역시나 책 육아!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면(당연히!) 엄마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선행학습 따라가면서 사교육 하는 것도 좋지만, 책 육아를 통해 이 책 저책 읽으며 맛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문해력뿐 아니라 각 단계별 과목들의 지식도 자연스레 탑재되기 때문이다. 책 육아를 통해 읽기 근육을 단련시키게 되면, 어떤 과목에도 실력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아이뿐 아니라 엄마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관계와 살림, 재테크 등 다양한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육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부분은 바로 책!!! 읽기다. 사교육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를 성장시키는 단계에서 소위 시간이 없기에 메꾸는 의미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읽지 않아도, 우선 책을 채워두자. 심심해지면 책을 꺼내 읽는다. 그리고 책의 재미를 느끼면 일부러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배경지식과 다양한 지식들이 머리 여기저기를 채우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조금씩 회로가 만들어진다.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이 당장은 필요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덕분에 나 역시 책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아직은 먼 옛일지만, 나 역시 고3 때 수없이 흔들렸던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도 등장한다. "힘내!", "파이팅!", "사랑해!"를 금지어로 지정할 정도로 이런 말들은 아이에게 부담이 된단다. 오히려 고3 때가 아닌 평소에 줄기차게 해주란다. 말보다는 행동!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준비해두란다. 특히 막판에 모의고사 문제풀이 실전처럼 연습할 때는 수능시험처럼 도시락을 싸주기도 했단다.


 솔직히 뭔가 요행(?)이나 편한 팁을 바라기도 했는데, 역시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 같은 느낌이 풍기긴 했다. 엄마의 노력, 엄마의 땀, 엄마의 수고를 들여야 한다는 사실. 나 잠깐 편하자고 핸드폰 쥐여주는 상황은 결국은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우선은 내일 도서관 가서 영어 픽처북부터 대출해 보자. 시작이 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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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 박사의 지구 멸망 프로젝트 : 작전 01. 남극 빙하를 없애라! - 어린이를 위한 기후 과학 동화 정모 박사의 지구 멸망 프로젝트
이정모 기획, 정원영 글, 황교범 그림 / 양양하다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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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뭔가 무시무시하다. 무려 지구 멸망 프로젝트라니...! 화성인이 지구에 들어온다. 물론 화성인임을 숨기고 말이다. 특이한 것은 엠알스라는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자신들의 계획을 펼쳐나간다. 일명 지구 멸망 프로젝트다. 만화라도 어떻게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꽤 깊은 의미가 있었다. 자연사 박물관을 비롯하여 이미 멸종한 동물들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왜 멸종했는지를 조사하고 배워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인류는 멸종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지구 멸망 프로젝트는 지구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요소들을 발견하는 화성인 아이돌 엠알스(새미, 모어, 아리, 루카)와 함께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역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이들이 처음 고른 방법은 남극에서의 콘서트 열기다. 본부인 이글루를 지은 엠알스는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성을 생각하며 빙하를 화성으로 나르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의논하던 중, 자신들이 만든 이글루 본부를 보고 지구인들 또한 이글루를 짓기 시작하면 그에 대한 얼음 수요량이 많아질 것이고 이를 화성으로 옮기면 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지구가 아닌 화성을 생각하는 화성인들이 맞을까? 막상 지구 멸망을 위해 도착한 남극에서 지내다 보니 남극의 상태라 점점 더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델리 펭귄, 세종과학기자의 윤시후 대원을 통해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고, 그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아델리 펭귄 역시 얼음이 급속도로 녹음에 따라 터전을 잃고 굶어죽거나, 자신이 살아야 할 반경이 아님에도 침략해오는 펭귄들 간 영역싸움 등의 문제를 직접 전달받는다.



엠알스는 무너져가는 빙하를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그들의 목표인 지구 멸망 프로젝트에 스스로 참여하는 지구인들의 모습 속에서 엠알스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블리자드나 알베도와 같은 용어들을 비롯하여 과학지식이 여기저기서 뿜뿜 늘어난다. 남극에서 엠알스가 하는 행동이나, 남극 세종 기지 대원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의 지식을 늘려갈 수 있다. 시리즈로 등장한다고 하니 앞으로 관심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고, 기후 과학동화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책을 통해 내 주변과 행동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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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스터디 초등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기본(4·5·6급) - 초등 한능검 30일 챌린지, 개정판 2판
메가스터디 한국사연구회.한유진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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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내 관심사 중 하나가 한능검이라 불리는 두 개의 시험(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자 능력 검정시험) 준비다. 사실 사회를 배우는 것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사가 등장하는 것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아이는 주말에 한국사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을 준비해서 4급에 합격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난이도로 시험이 출제되는지 나 역시 본 적이 없기에 궁금했었다. 아직 이르다고는 하지만, 역사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살짝 욕심이 나기도 했다. 

우선 검정시험을 살펴보면, 4.5.6급이 같은 문제를 푼다. 등급은 취득하는 점수로 나누어진다.  50문항 중 60~69점이면 6급, 70~79점이면 5급, 80점 이상이면 4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50문항을 총 70분 동안 풀어야 하는데, 50문항이 전부 객관식으로 구성된다. 책의 초반에 검정시험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이 책은 총 30일 동안 한능검 시험의 전반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시대의 시작에 키워드를 통한 기출분석을 통해 자주 출제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 단원에서 기출문제가 얼마나 출제되는 지도 표를 통해 설명해 준다. 각 시대별로 중요한 핵심 내용을 3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기출문제를 직접 풀어보면서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해당 기출문제의 해설과 답지를 별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사실 처음 준비하는 시험이기에,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는데 매일매일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나눠져 있기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표와 그림은 한눈에 보기 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기출문제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헷갈릴 수 있는 세시풍속, 지역사, 역사인물은 별도의 날짜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도 만족스럽다. 난이도 면에서 이런 부분에서 점수를 얻으면 좀 더 높은 급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0일 동안 개념을 충분히 익혔다면, 실전에 앞서 진짜 시험처럼 연습해서 긴장감을 줄여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검정시험 문제지를 풀어보도록 하자! 정말 시험지처럼 구성되어 있기에 OMR 카드 사용법도 익히고 실제 시험과 같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올해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즈음에 한번 한능검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게 내 목표인데, 아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지식적인 한국사 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통한 삶의 지혜 또한 같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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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햇빛 이야기숲 3
조은비 지음, 국민지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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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물거품이 꼭 나쁜 걸까?"

은채가 아쉬운 듯 수박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페에 글을 올린 사람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실패할 확률이 좀 더 크니까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도전했을까.

나는 은채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안 하고 싶었다.

아직 모르니까. 모른다면 뭐든 해 봐야 아는 거니까.

 나는 양가 할머니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집에 가기 싫어서 빙빙 돌다가 들어갈 때도 있었다. 내 성격이 모난 것도 있지만, 명절을 제외하고는 할머니를 만난 기억이 많지 않아서도 이유일 것 같다. 특히 친가는 명절에 수시로 내려갔지만, 외가는 정말 가본 기억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친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명절에도 친정에 가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나처럼 조부모님들을 좋아하지 않고, 대놓고 불편함을 내색할 것 같아서였다. 다행이라면 10분 거리 친정 부모님은 거의 5분 대기조로 일이 있을 때마다 출동해 주시니 아이들에게 무척 익숙했고, 시부모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상통화와 통화를 하는 데다, 거리가 있지만 생각보다 수시로 방문하시는 관계로 아직까지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는 3대가 등장한다. 할머니 강자임, 엄마 서희연 그리고 나 고혜준. 20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이모 재희가 독립한 후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 아빠와 이혼한 후 엄마와 이모, 나와 언니 고혜나까지 4명이 같이 살고 있는데, 얼마 전 할머니의 큰 언니가 돌아가셨다. 그날 처음으로 할머니가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게 된 혜준. 할머니의 처음 보는 모습에 혜준은 당황스러웠다.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가족회의가 열렸다. 부쩍 약해지신 할머니 댁으로 일주일 간 차출될(?) 한 사람을 뽑는 거였다. 결국 당첨은 고혜준. 일주일을 버티면, 절친 지효가 있는 제주도 티켓을 끊어주겠다는 나름의 거래도 있긴 했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한 할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첫날부터 썩 유쾌하지 않은 만남을 가지는 할머니와 혜준. 여전히 할머니는 쌀쌀맞고,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비행기표 때문에 버티기로 한 혜준. 할머니가 없을 때 할머니 방에 갔다가 우울증 약을 발견하게 된 혜준은 왠지 마음이 쓰였지만,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다. 다음날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강행군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밭에 가서 고추를 따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 후, 혜준은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 급기야 혜준은 할머니에게 아직도 큰 이모할머니가 보고 싶은지, 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건지를 묻는다. 그 말에 할머니는 화가 나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마는데...


책 안에 등장하는 세 모녀의 관계는 참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다. 서로에게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표현하지 않는 말은 앙금이 되어 쌓이고 쌓인다. 결국 불필요한 오해와 서로에 대한 상처로만 자리 잡을 뿐이다. 혜준의 눈에는 엄마가 언니 혜나만 챙기는 것 같이 보여서 서운함이 컸다. 늘 언니 위주로, 늘 언니가 먼저였기에 혜준은 엄마가 자신보다 언니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할머니와의 관계도 그렇다. 둘은 서로를 위하지만, 절대 내색과 표현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사사건건 충돌만 일어난다.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행동만 해서다. 그나마 상처받은 혜준이의 행동 덕분에 조금이나마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들 간의 관계는 뭔가 거리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하지만, 그건 초코파이의 문구일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까? 내 마음은 말을 해야 아는 것이다. 특히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혜준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과연 행동을 바꿀까? 냉기가 흐르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는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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