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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보면 좋겠어요 - 엄마의 쉼을 위한 명화와 백 편의 글
이순자 외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동안의 엄마의 삶의 모든 시간에 담겨있는 희생을 보게 되었다. 그제야 그 모든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엄마의 눈물과 땀, 희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결혼과 동시에 내가 살던 곳은 우리 집에서 친정이 되었고, 남편이 살던 집이 우리 집이 되었다. 엄마는 내가 기억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맞벌이를 하고 계시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 기도를 다녀오시고, 새벽예배 후 아침밥과 빨래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셨다. 그 바쁜 와중에도 엄마는 늘 갓 지은 밥만 주셨다. 엄마는 나보다 늘 늦게 오셨다. 나보다 퇴근이 더 늦었던 것이다. 그나마 큰 딸이기에 설거지나 빨래를 하긴 했지만, 그 조차 진짜 많이 생색을 냈던 것 같다. 늘 새 밥을 지어 먹이셨던 것도, 시간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 손빨래를 했던 것도, 그 바쁜 와중에도 배달음식이 아닌 본인 손으로 만든 반찬들을 먹이셨던 것도 전부 엄마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엄마의 손이 필요로 한다. 아이들이 아플 때면, 내가 아플 때면, 이래저래 해결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늘 엄마에게 S.O.S를 한다. 엄마는 그 바쁜 와중에도 내 소리를 한 번도 짜증 내면서 받았던 적이 없었다. 한편으론, 그래서 나도 워킹맘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워킹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엄마 딸이기에, 오늘도 내 삶을 꾸려간다. 엄마처럼 해내고 싶어서다.

사실 이 책의 부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엄마의 쉼을 위한 명화와 백 편의 글. 사실 명화 속 엄마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일 거는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여러 명의 저자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써낸 글과 그 글에 어울리는 명화들이 함께 짝을 이루어 수록이 되어 있다.
저자가 여럿이기에, 책 속의 내용 또한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모든 글의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는 글도, 시처럼 읽히는 글도 있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엄마의 시간을 담아내는 부분도 있다. 때론 그림으로, 때론 글로 자신의 마음을 남기도록 되어있기에 이 책은 또 다른 저자인 독자를 가질 수 있는 책이고, 또 책 한편에 이 책을 같이 쓴 내 이름도 적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내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우리 엄마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자꾸 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내 시간을 존중해 주길 바라면서, 나는 과연 우리 엄마의 시간을 얼마나 존중했던가? 엄마의 손길과 시간과 돈은 당연히 쓸 수 있는 거라 생각하지만, 내 돈과 시간과 손길은 얼마나 생색을 냈던가? 나 또한 엄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보다는 우리 엄마를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여전히 엄마는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때론 아이들을 볼 시간이나 살림을 기피하면서도) 책 읽는 게 탐탁지 않아 하신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라고 할 정도다. 그런 엄마가 나보다 더 한 문학소녀였다는 사실(우리 엄마는 첫 월급을 타서 문학 전집 한 질을 살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을 나는 알고 있다. 본인도 책을 좋아했지만, 당장 피곤에 절어있는 당신의 딸이 차라리 책보다 휴식을 택하길 원하는 엄마의 마음도 안다. 바쁘다고 하지만, 이 책을 엄마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 경상도 남자는 아니지만, 왠지 엄마에게 표현하는 게 쑥스럽기에 이 책을 건네면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