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 이름 로베르트 발저. 그는 스위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시인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업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1천 편이 넘는 산문과 단편소설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생애를 읽고 보니 왠지 모르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겹쳐졌다.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하고 길었다. 전혀 연결되지 않는 전나무와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라니...! 책 안에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담겨있긴 한데,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책을 읽는 내내 한 작품의 제목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적 있는 "신록예찬"이라는 작품이었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숲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왠지 통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숲으로 시작해서 숲으로 끝나는 이 작품 속에는 숲을 향한 저자의 절절한 구애가 담겨있다. 마치 짝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남성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숲의 이곳저곳의 아름다움과 사랑이 여기저기에 깃들여 있다. 안타깝게도 숲을 사랑하기에 깊이 들어가고 싶지만, 숲은 그에게 마음을 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의 방문을 방해로 여기고 오히려 마음을 걸어 잠글 뿐이다.
숲을 향한 구애와 함께 판타지 같은 느낌도 든다. 숲에 상상력을 더했다고 해야 할까? 숲을 사람처럼 여기기도 한다. 물론 숲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숲은 자연 그 이상이다. 정적인 숲이 아닌 동적이고 움직이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숲을 참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길지 않지만 깊은 여운이 곳곳에 묻어나는 숲과의 연애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