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 초등부터 100세까지 읽는 동화
발렌티나 로디니 지음, 안젤로 루타 그림, 최보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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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볼 이유는 없습니다.

꿈에는 이유가 필요 없으니까요.

꿈은 그저 환영하고 끝까지 따라가며 키워야 하는 것이죠.

 초등부터 100세까지 읽는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보고 내심 궁금해졌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책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 시리즈가 있긴 하지만, 그건 주 독자가 어른이라는 사실을 중심에 두고 쓴 책이고, 이 책은 모든 연령을 위한 동화니 상황이 좀 다르다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책의 화자가 바로 어린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 어른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삶의 경험들은 많지만 초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다시금 삶의 깊이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던 아이는 노신사에게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노신사는 아이의 꿈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 그저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는 기대에 차 있었고, 그런 아이에게 노신사는 어떤 대답을 해주었을까? 


 다행히 아이가 만난 노신사는 진짜 어른이었다. 그저 나이가 먹어야 한다고도, 어른이 되어서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 때부터 어른으로 향해 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어른의 삶을 설명한다. 자신만의 색을 가진 조약돌 중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원칙을 고르는 시간에, 아이는 그 원칙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노신사는 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만의 원칙이 담긴 조약돌 다섯 개를 줍는다. 자신의 원칙을 세운 아이에게 노신사는 조근조근 조언을 한다. 원칙을 놓쳐서는 안되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 이 원칙은 아이를 어른의 삶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이다. 


 길을 떠난 아이는 다양한 친구들과 경험을 하게 된다. 영양과 코뿔소, 독수리, 고슴도치,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은 아이에게 다양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는 어른이 되는 법을 하나 둘 배우게 된다. 그와 함께 아이가 가진 원칙들은 아이의 삶을 조금 더 선명하고 깊게 만들어준다.

날기 위해선 너를 땅에 묶어둔 짐들을 내려놔야 해. 그게 쉽진 않지.

그렇게 하려면 힘이 필요해. 우리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거든.

버려야 할 짐도, 오래 짊어지다 보면 익숙해져서 마치 안정감처럼 여길 때가 있어.

그래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걸 무서워하게 되지.

그건, 가볍게 사는 법을 잊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해.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았다. 다가오는 문장이 많다는 건, 어떤 면에서 내가 이미 그런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 매일의 삶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 짊어진 삶의 무게가 무거운 중년들, 삶의 희로애락을 이미 경험한 노년들 누가 봐도 감동이 있을 것이다. 



날기 위해선 너를 땅에 묶어둔 짐들을 내려놔야 해. 그게 쉽진 않지.

그렇게 하려면 힘이 필요해. 우리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거든.

버려야 할 짐도, 오래 짊어지다 보면 익숙해져서 마치 안정감처럼 여길 때가 있어.

그래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걸 무서워하게 되지.

그건, 가볍게 사는 법을 잊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해.

왜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볼 이유는 없습니다.

꿈에는 이유가 필요 없으니까요.

꿈은 그저 환영하고 끝까지 따라가며 키워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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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하기 딱 좋은 짧지식
최청하 지음 / 경향BP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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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끔 생활 속 살림 등의 지식을 알려주는(옷에 묻은 볼펜 지우기 등과 같은) 사이트를 찾아보게 된다. 은근 중독성이 있다 보니, 궁금한 것을 하나를 찾다가 나도 모르게 수십 편을 보기도 한다. 의외로 꽤 유용한 지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짧지만 궁금하거나, 실생활에 꽤 유용한 정보들이 주제별로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한 지식 당 반 페이지~한 페이지 분량이기에 길지 않다. 제목 그대로 짧지식이다. 근데 또 읽다 보면 흥미로워서 계속 읽게 된다. 나름 중독성이 있다. 소설도 아닌 실용 책인데도 소설 못지않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하던 것이 해결되는 경험도 했고, 전혀 모르고 있던 부분을 비로소 인지하게 되기도 했다. 거의 출퇴근 시간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흥미로운 것은 하필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상행선과 하행선을 소리로 구별한다고 하는데, 뭘 말하는 걸까? 고민하던 순간 트럼펫 소리가 났다. "오!" 그동안 그냥 지하철 호선별로 다른 소리가 나는가 보다! 했는데 상행선과 하행선을 구분하는 소리였다니, 이렇게 또 짧지식이 하나 늘어난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에는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 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에 대한 지식이었다. 정답은 둘 다 no다. 탄 음식에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것은 맞지만 매일같이 많이 먹는 게 아니면 암을 걱정할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한다. 환경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리기에 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고 하는 말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가 쓰는 산성 샴푸보다 비 속에 들어있는 산성 성분이 더 약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매일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보는 게 날씨와 미세먼지 지수다. 진짜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져도 미세먼지가 안 좋음으로 나오기에 나 역시 이놈의 먼지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구름과 노을, 눈도 사라진다고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먼지의 순기능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 하나! 학창 시절 너무 피곤하면 쉬는 시간 10분 동안 책상에 누워 잠을 잔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움찔하면서 깜짝 놀란 경험이 꽤 많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는데, 이 책 덕분에 25년 만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 내가 참 많은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일찍 출근(?)을 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258개의 짧지식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궁금증이 해소된다. 우리의 실생활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 속에서 대처할 수 있는 지식도 있으니 다분히 실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짧지식이기 때문에 어색한 자리나 낯선 상황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할 때 써먹을 수도 있기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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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여 회계하라 - 돈 남기는 장사의 비결
윤정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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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장님. 장사에서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실행에서 나옵니다.

환상 대신 현실을 붙잡고, 회계와 경영으로 무장하세요.

그래야 진정한 생존과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회계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산 것이 벌써 16년이 되었다. 대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전공필수로 회계 과목을 배웠는데, 당시는 경영과 회계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회계를 모르는 경영은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다.

경영학의 첫 번째 수업에서 배웠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경영은 왜 하는가? 기업(혹은 사업)을 하는 이유는? 회사가 존속하는 제1의 이유는? 바로 "이윤추구".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근데, 막상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돈을 관리할까? 회계는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기장을 맡기고, 직원에게 맡겨둔다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사업을 오래 하지 못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경우 직원을 한 명 늘리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직원을 한 명 뽑았을 때 단순히 급여만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4대보험을 비롯하여 여러 비용들을 합치면 대략 급여의 1.5배가 나간다고 계산해야 할 정도다. 그렇다면 결국 회계는 사장님이 스스로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본인 스스로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실제 이익이 얼마나 나는 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설령 직원이 있다 해도, 사자님 스스로가 회사의 손익에 대해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회계의 회자도 모르는 사장님들을 위한 확실한 회계의 기초와 더 나아가 사업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돈 관리의 비결을 알려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재무의 상태를 꿰뚫고 있어야 사업의 방향을 수정하고 재정립할 수 있다. 버는 돈과 쓰는 돈, 그리고 그로 인한 이익이 정확히 얼마인 지 계산할 줄 알아야 어느 사업은 접고, 어느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총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을 저자는 생존 이익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생존 이익에서 고정비를 뺀 금액을 바로 영업이익이라고 표시하는데, 사실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은 실제 손익계산서에서 똑같이 사용된다. 변동비를 매출원가 등으로, 고정비를 판매관리비로 바꿔서 표현하는데 오히려 변동비나 고정비, 생존 이익 등으로 표현하는 게 이해가 편할 것 같다. 하나하나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설명해 주고 있기에 꼼꼼히 읽다 보면 회계를 모르는 사장님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이윤!! 더 많은 이익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꼭 주의해야 할 것은 수익과 이익이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받는 월급을 예로 들자면, 수익은 세금을 떼기 전 금액(세전 금액)을 말한다고 볼 수 있고, 이익은 세금 등을 떼고 내 통장에 찍히는 실제 금액(세후 금액)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수익이 훨씬 큰 금액이다. 그렇기에 수익과 이익에 대해 꼭 제대로 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한 가지 또 중요한 것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내용인데, 의외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중에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가 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확인해야 한다. 그 밖에도 고정비와 변동비를 줄이는 방법과 정부 지원 사업 활용하기, 부가세 납부를 위한 별도의 통장 개설 등 실제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 꼭!! 숙지해야 할 정보가 가득하기에 자영업 사장님이라면 꼭!!!! 정독하길 바란다.

회계 관리를 하는 이유는 세는 돈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더 많이 버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개념을 잡고 매일매일 꾸준한 회계 관리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이익은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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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하는 첫 숫자 쓰기 1 혼자서도 잘하는 첫 워크북
길벗놀이학습연구소 구성, 김희정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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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어떻게 가르쳐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큰 아이는 당시 한참 붐이 불었던 돌잡이 수학이나 만 나이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놀잇감으로 활용해서 그런지 앉혀놓고 숫자와 글자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혼자 이래저래 잘 배운 케이스다. 물론 숫자를 배우는 데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바로 엘리베이터다. 보통 둘째들이 첫째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라, 내심 둘째도 별 어려움 없이 숫자를 깨우치지 않을까? 하는 근자감이 있었다. 근데, 의외로 숫자를 세는 것도 그렇고 뭔가 기대치를 맴돌기만 하는 상황이라서 자꾸 조바심이 났다. 이 책에도 3+라고 적혀있지만, 이제 5살이 된 둘째를 그냥 두기에 뭔가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고민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우선 숫자를 인지하는 것은 안되고, 손으로 짚어가면서 숫자를 세는 것은 가능하지만 뭔가 구멍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으로는 숫자를 1부터 10까지 셀 수 있다는 것.


 또 언니가 연필로 뭔가를 하는 것을 보고 둘째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우선 숫자를 1부터 10까지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으면 싶었다. 







책의 시작은 연필 잡는 법부터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니 고맙다. 손이 작은 아이기에, 큰 아이의 연필 중 작은 걸 준비하고 0부터 시작해 본다. 점선으로 숫자를 그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삐뚤빼뚤이지만, 그래도 얼추 숫자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 여러 번 써보면서 숫자의 모양을 익힐 수 있다. 큰 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연필이 낯설고 미숙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숫자를 써볼 수 있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해 만화나 그림을 통해 한 번 더 숫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위에서 본 숫자를 다시금 놀이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숫자별로 다양한 놀이가 같이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1권을 통해 1부터 50에 대한 숫자를 인지했다면, 2권은 1부터 100까지의 숫자다. 사실 1에서 9까지를 배우고 나면 또 금방 느는 것이 숫자다. 대신 기초를 착실히 다져놓아야 앞으로 단계가 올라가도 헷갈리지 않기 때문에 책 외에도 별도의 노트를 준비해서 숫자를 써보는 연습과 함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숫자들을 통해 배운 숫자를 눈에 익히는 작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1권에 비해 2권은 좀 더 많은 숫자가 등장해서 그런지, 책이 더 촘촘하고 내용이 많다. 아직 숫자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아이가 100까지 배우는 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색칠하기나 빈칸의 숫자 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숫자를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양한 그림과 올 컬러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유아들에 맞춰 책 사이즈가 큼직한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책 두께가 두껍지 않으니 하루에 한두 페이지씩 놀이하면서 공부하면 좋겠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과 함께 생활 속에서 다양한 숫자를 접해본다면 좀 더 쉽게 숫자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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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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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종교적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그 말에 메일 것 같아서다. 물론 누구나 그렇지는 않지만,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우리의 생각을 휘어잡을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 역시 주인공 넬의 마음이 공감되고 이해가 된다.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만난 맨디라는 점쟁이는 이들에게 죽을 날짜를 이야기해 준다. 넬의 남자친구인 그렉은 백 살 넘게, 헤일리는 40살까지 살 수 있단다. 넬은 38세 그리고 소피는 다음 달 17일에 죽는단다. 이 말을 듣고 기분 좋게 웃은 사람은 그렉뿐이다. 메이고 싶지 않았지만, 넬이 이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피가 정말 1월 17일에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피는 그날 절벽으로 다이빙을 하러 갔다. 친구들은 다 소피를 말렸지만, 소피는 그 말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피는 돌아오지 못했다. 넬의 기억 속에 2024년 12월 16일은 각인되어 있었다. 이 말을 듣기 전에 넬은 꼭 그렉과 결혼을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후 넬과 그렉은 헤어졌다. 원인은 넬에게 있었다. 자신이 죽은 후, 그렉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그렉과 헤어진 넬은 학교도 중퇴한 채 38세를 향해 삶을 살아간다. 38세에 죽을 거기 때문에(?) 옷장도 사지 않았고 필요한 물건들도 최소한으로 했으며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일은 하지 않았다.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도, 가족들과 자주 왕래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미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언의 날이 얼마 안 남은 어느 날, 넬은 자신의 물건들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침대를 사러 온 코미디언 톰에게 침대를 파는 이유를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잠자리를 한다. 며칠 안 남은 인생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쓴 넬은 그중 하나로 코미디쇼를 적는다. 그리고 그 공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톰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십으로 떠벌리는 톰에게 상처를 받은 넬. 사실 톰은 넬의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넬이 안쓰러웠고,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처받은 넬은 집 계약을 종료하고,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핸드폰을 해지하고 기계를 팔고 sns를 삭제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거나 기부한 넬은 자신의 마지막 날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화려한 드레스를 빌리고, 멋진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한다. 드레스가 무척 불편하긴 했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발견한 사람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해 주길 바랐기에 꾹 참는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인생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넬. 엄마와 아빠, 언니 폴리, 오래된 연인이었던 그렉 그리고 한 번의 잠자리를 했던 톰. 그렇게 눈을 감았던 넬은 12월 17일 눈을 뜬다. 그것도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다고 알리는 청소 직원의 소리 때문에 깬 것이다. 분명 죽었어야 했지만(?) 살아남은 넬은 난감해진다. 수중에 돈도 없고, 옷은 빌린 드레스 한 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스위트룸 숙박비를 치러야 하지만 돈이 없는 넬은 몰래 호텔을 빠져나가려고 계단으로 가다가 두 사람과 마주친다. 근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그렉이었다.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나! 그렉의 도움으로 호텔을 빠져나온 넬은 그렉의 집에서 며칠을 지내게 된다. 부유한 금융맨이 된 그렉과 빈털터리 신세의 넬은 다시 그렇게 마주한다. 넬이 그 말에 지금까지 메여있다는 사실에 기가 찬 그렉. 하지만 그렉 역시 그 말에 메여있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삶을 살게 된 넬은 자신이 붙인 편지들이 배송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와 아빠, 언니의 연락처를 모조리 지워버린 터라, 빨리 수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언니는 편지를 보게 된다. 편지 속에 형부의 바람과 불륜에 대한 이야기까지 적어 보냈던 터라 언니는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된다. 


 사실 마지막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넬은 유한한 삶을 알았기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으로 삶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넬이 다시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을 때, 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넬을 통해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늘 일에만 파묻혀서 살던 그렉도, 딸과 남편과의 생활만 떠올리며 살았던 언니 폴리도, 넬과 하루를 보냈던 톰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넬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람을 피우고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 넬. 책을 읽으며 과연 넬의 삶이 불행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이 유한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꽤 오랜 시간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매일매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으로 삶을 채우는 넬이야말로 삶을 영양가 있게 산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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