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지구력 - 삶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발칙한 끈기에 대한 이야기
윤홍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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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쩌나?

저자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 말은 일부러 그 저자의 책을 찾아 읽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물론 나 역시 한참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의 언행과 실제 삶에서의 큰 불일치를 마주하고 큰 상처를 받은 후부터(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지만...;;) 굳이 어떤 작가의 충성스러운 팬이 되지 않게 되었다. 근데 윤홍균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이 익었다. 그리고 책 제목도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내가 읽은 그의 전 작은 생각보다 엄청 좋지는 않았다.(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의 책과 이름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그가 쓴 책이 어떤 분야인 지는 알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내가 읽었던 책은 "자존감 수업"이다.)

마음 지구력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구력은 다른 말로 인내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버티는 힘이라고 썼으면 안 읽었을 텐데, 마음 지구력이라고 쓰니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새롭고 달랐다. 저자는 이 책을 성공학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성공의 의미가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는" 그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있다. 앞에서 말한 성공이 이 책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닐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워킹맘이다. 내가 지구력이 딸린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지만, 우리 엄마도 나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내가 내 발로 걷기 시작할 즈음부터 일을 하셔서 지금까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가끔(아니 상당히 자주) 나는 엄마를 호출한다. 때론 아빠도 호출한다. 이유는 단연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우리 부모님은 5분 대기조를 자청하고 내 몫을 기꺼이 해주신다. 근데 돌이켜보자면, 우리 엄마는 일을 하면서도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1도 받지 못하고(네 분 다 엄청 먼 거리에 사셨다.), 우리 자매를 키우셨다. 살림은 기본, 양육도 기본, 당연히 일도 하면서...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객관적으로 보기에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각종 기계들의 도움을 받고, 어린이집도 있고, 병원도 많다.) 근데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까? 기성세대들은 자녀 세대를 보고 정신력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 정신력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선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세대가 다른 것도 있지만, 체력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험의 문제도 무시 못 한다. 과거부터 유독 우리의 부모들은 "정신력"을 운운했다. 왜냐면 찢어지듯 가난한 나라에서 유일하게 핑계(?)를 댈 수 있는 게 정신력 뿐이었지 때문이다. 그조차 없다면 도대체 어떤 핑계를 대며 현실을 이겨내야 했을까? 몇십 년 사이에 정신력이 옅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늘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참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타고났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또 겨울이 다가온다. 수시로 바뀌는 계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근면. 성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유가 없다. 당장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돌보았고, 조부모나 여러 가족들을 통해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핵가족, 부모 외에는 삶의 방편들을 보고 배울 수 없다.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일을 많이 하는 만큼 농번기를 통해 놀고 쉬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핸드폰과 키즈카페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놀고 쉬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하고 계속 끌어올리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방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만큼만 읽어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그랬구나! 적어도 이게 우리 세대의 잘못이나 우리의 약함에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는 이어서 마음 지구력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들을 조곤조곤 설명한다. 공감 능력, 방어력 그리고 적응력까지... 첫 번째 장이 우리가 왜 마음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면, 두 번째 장은 마음 지구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우리의 몸도 그렇지 않은가? 면역성이 떨어지면 작은 병균에도 쉽게 노출되고 일주일 아플 걸 한 달 넘게 골골거리게 된다. 우리의 마음 역시 그렇단다. 공감력이 마음을 다독이는 시작점이라면, 방어력은 마음의 면역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적응력은 마음 지구력을 계속 다잡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이해가 쏙쏙 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나도 마음 지구력을 키워보고 싶어졌다. 참고로 전 작 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만큼 저자의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내 기대치가 낮아져서 일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읽어보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 '아'와 '어'는 다르다는 것. 같은 표현도 예쁘게 표현해 주니 더 위로가 된다. 지금 번아웃의 상태인가? 어떤 의지도 생겨나지 않는가? 그 번아웃은 당신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 아주 조금의 의지를 들여보자. 이 책이 바로 당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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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이 6년을 결정한다 - 바쁜 학부모를 위한 1학년 핵심 지침서
박성철 지음 / 아이스크림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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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이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간으로부터 30년이 넘게 흐른 터라,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초등학교 1학년에 관한 책의 도움을 받고 싶어졌다. 얼마 전, 인스타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과 학부모의 생각의 차이를 쓴 글을 보고 좀 놀란 기억이 있다. 나만 해도 당장 한글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쓸 줄 알아야 하나, 구구단을 외워야 하나, 셈은 덧셈과 뺄셈을 어느 정도 해야 하고, 줄넘기나 훌라후프도 할 줄 알아야 하나? 등과 같은 학업에 관련된 능력들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막상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볼일을 보고 스스로 뒤처리를 할 줄 아는가, 우유갑을 열 줄 아는가, 요구르트 덮개를 뗄 줄 아는가와 같은 학습능력이 아닌 생활에 대한 능력 위주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과 학부모는 시작부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지금까지 1~2학년만 주로 담임을 했던 교사다. 저자 역시 이 책의 서두에 학부모를 향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자. 당장 학업 수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얼마큼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가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는 것도 물어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잘 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거나, 진짜 잘한 것인지 불안해서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가지 경향은 이미 7살이 되었을 때부터 경험을 했던 터라, 나 역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가 구체적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는데, 여러 아이가 본인을 두고 괴롭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결국 남편과 해당 이야기를 상의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후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다. 다행히 아이가 했던 말 중 반 정도는 맞긴 했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워낙 언어적인 표현이 빠른 편인지라,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철렁했는데 모든 정황을 확인하신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이 되었다. 이 일을 겪으며 느꼈던 것은, 아이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과 자신의 입장에서만 묘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역시 같은 맥락의 발달 형태를 띠는 것 같다. 물론 어린이집보다 선생님이 가르쳐야 하는 아동의 숫자가 더 많고, 공간 자체도 어린이집과 다른 형태인데다 보육이 아닌 학습이 중심이 되는지라 여러 가지로 걱정거리가 많을 테지만 저자의 말처럼 선생님을 믿고 내 아이 역시 반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조금 더 객관적인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채근 발달상황만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각 과목에 대한 학습법 등에 대한 상당한 팁이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교과서를 두 권씩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한두 번 읽는 것으로는 학과목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집에 한 권을 비치해두고 여러 번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이다. 또한 어느 책이나 강조하듯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 아이와 보폭을 맞추며 함께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면 자연스레 학과목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서 자연스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수학의 덧셈과 뺄셈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주자. 이는 대학까지 연결된다고 하니 꼭 기억해야겠다.

내 품에 품고 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커서 사회생활의 공식적인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이가 1학년이 되는 순간, 부모도 1학년이 된다고... 부모 역시 학교에 대한 공부를 해두자. 부모의 생각과 행동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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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고 빨라지는 노동법 - CEO가 읽고 직원에게 추천하는
유재관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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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는 한, 회계 직원이 인사와 노무업무까지 겸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로 내가 그런 케이스다. 회계 관련 자격증은 여러 개 있지만, 인사와 노무는 배워본 적도, 해본 적도 없는 상태로 입사를 했다. 다행히 전 직장은 인사노무에 지식이 1도 없는 나에게 매년 여러 번 관련 교육을 듣게 했다. 덕분에 어깨너머로 인사노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인사노무관련 법이 매년 진화(?) 한다는 데 있다. 몇 년 만 손을 놓으면 제대로 맞지 않는 법을 대입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노무는 꾸준히 관련 법규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사노무의 기초가 되는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이 책은 바로 그 큰 틀을 잡아준다. 왜 인사노무를 제대로 모르면 지출과 경비가 셀 수밖에 없을까?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체감도가 크고, 가장 빠르게 원하는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법을 어기게 될 시 각종 벌금과 과태료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게 가장 위험한 법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실무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직원에게 맡겨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표 본인이 인사노무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회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인사 노무의 상황들이 담겨있다. 근로자를 모집하고 채용하는 순간부터 입사해서 회사를 다니며 벌어지는 근로시간과 휴일, 휴가, 임금, 퇴직금 그리고 직원이 잘못했을 때 하게 되는 각종 처분들과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근조라 고용에 대한 부분, 놓치면 역시나 과태료의 대상이 되는 법정의무교육과 노동부 점검, 취업규칙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경영하며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당장 내가 실무에서 마주하게 되는 내용들에 더 눈이 갔다.

사실 얼마 전, 직원 중 횡령에 관한 이슈로 정직 처분을 받았고, 자진 퇴사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와 함께 급여와 연차수당의 문제까지 불거졌는데, 본인이 주장하는 연차의 개수와 회사 측에서 계산한 연차의 개수가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결국 노무사의 도움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의 인사 직원이 연차 촉진을 위해 보낸 메일이 촉진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의아했다. 이 책을 읽으며 왜 적용이 안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참고로 촉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기간의 문제가 있었다.) 또한 횡령에 대해 실제 급여로 다툴 수 없고 민사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각 파트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좋았지만 각장의 말미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통해 실제 상황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던 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책은 내 책상 한편에 두고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우리 회사 대표의 책상 위에 둘 작정이다. 제목처럼 CEO가 읽어봐야 더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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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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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나이를 먹어서 오즈의 마법사를 읽었다. 그래서인지 오즈의 마법사는 다른 책보다 감상적이지 않고 비판적이었던 것 같다. 기존에 읽었던 책들은 예쁜 삽화와 둥글둥글한 그림들에 빠져 들어서 읽었던 그림책 느낌이었다면, 소소의 책에서 나온 버전은 한결 더 세련되고 좀 더 현대적이다. 책 표지 가득한 초록색은 바로 위대한 마법사인 오즈를 상징하는 에메랄드 시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안경은 오즈를 만나기 전 문지기로부터 받은 녹색 안경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깨알같이 안경이 OZ가 적혀있다. 표지 가득 센스가 넘친다.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는 아마 누구나 알 것이다. 부모 없이 헨리 삼촌과 엠 숙모 밑에서 자란 도로시는 캔자스 대평원에 살고 있던 중, 회오리바람에 의해 집채로 하늘로 날아간다. 회오리바람 속에서도 안정적인 기분을 느낀 도로시는 토토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깬다. 깨어난 그녀를 먼치킨의 나라 사람들은 큰 소리로 환영한다. 바로 도로시(정확히는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도로시의 집)가 동쪽나라 마녀를 죽였기 때문이다. 죽은 마녀의 발에 신겨진 은색 구두를 받은 도로시는 그저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회색빛이 가득한 캔자스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삼촌 내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북쪽 나라 마녀는 도로시에게 에메랄드 시의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면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와 함께 키스를 받고 길을 떠난다. 길을 가다가 까마귀를 쫓으라고 세워둔 뇌를 갖고 싶은 지푸라기 허수아비, 나쁜 마녀에게 온몸을 잃고 심장까지 잃어버린 양철나무꾼, 겁이 많아 용기를 갖고 싶은 사자를 만나 오즈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계속한다. 과연 이들은 오즈를 만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오즈의 마법사의 큰 반전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읽을 때마다 놀랄 따름이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이들의 서로를 도우며 여행을 떠나면서 이들이 정말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이미 그들 안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늘 위기의 순간마다 지혜를 발휘해 무리를 어려움에서 구해내는 브레인 허수아비, 작은 벌레를 밟았다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며 매 순간 주위에 생물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전전 긍긍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양철나무꾼, 용기가 없다 하지만 어려움의 순간마다 주저하지 않고 친구들을 지켜내는 겁쟁이 사자까지 이들의 여정의 순간순간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발휘한다. 오즈를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그들이 만난 오즈는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도로시를 제외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도로시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은 실패할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모든 아이들이 슬퍼하지 않았을까?

여러 번 읽었기에 내용은 다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기대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일러스트 때문이었다. 게임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일러스트와 녹색과 금색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오즈의 마법사 속 삽화들은 새로운 감각으로 책을 마주할 수 있도록, 깊이 빠져들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렇기에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일러스트와 함께 한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익숙함과 새로움의 두 가지를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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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빛비즈 교양툰 30
클레르 알레.벤자민 아담 지음, 정수민 옮김, 이정우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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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제목의 책이다. 평소였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텐데 책 제목에 붙어있는 5글자 때문에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다분히 "만화로 보는"이다. 사실 토마 피케티 그리고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전혀 몰랐던 책이다. 그나마 토마 피케티라는 이름은 은근슬쩍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그나마 만화니 조금은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근데... 만화임에도 내용이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어떤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쥘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총 8대에 거친 가족 이야기 속에 돈과 이데올로기를 녹아 넣었다. 그저 지식만 설명했다면 초장에 책을 덮었을 테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의 유럽과 미국 등의 시대상이 담겨있어서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제목처럼 책 속에는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기 위해 빼앗는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첫 장부터 놀랐던 것은 노예를 포기하는 대신, 그로 인해 배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쥘 역시 가진 자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쥘은 그의 친구인 에르네스트와 새로운 세금정책인 누진세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상위 10%가 부의 8~90%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부의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혁명과 함께 조세제도를 개혁한다. 바로 누진세들 도입하여 부의 재분배를 이룩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쥘은 어떻게 막대한 돈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바로 부의 시작은 그의 고조할아버지인 피에르로 부터 시작된다. 귀족의 일원이자 많은 땅과 방앗간 화덕 등을 소유하고 있었던 피에르는 기요 드 살론 가문의 사람이다.

혁명은 부를 재분배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리 다르지 않았다. 혁명 이후 20세기 초까지 모든 세금은 누진세가 아닌 엄격한 비례세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피에르는 부를 계속 축적할 수 있었다. 만약 쥘의 후손들 역시 쥘 처럼 가진 자의 누림만을 생각하고 살아갔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후손들 중에는 자신이 가진 부가 누군가의 피와 땀을 착취한 결과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가지는 인물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쥘의 아들인 앙투안이었다. 특히 이 책의 52~53페이지에는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식민지들을 통해 부가 어떻게 가진 자들에게 이동하는 자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돈이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세계 식민지화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식민지는 자신들의 삶을 위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을 살았다. 그들이 가난했던 것은 그들이 게으르거나 교육 수준이 미천해서였을까? 그들의 등에는 본국인들이 올라타 있었다. 아이티의 국민들은 프랑스와 영국의 노예 소유주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자신들의 독립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노예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정당했을까?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이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착취하고 억압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토마 피케티처럼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한 쪽에 치우쳐있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쥘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벌어지는 불평등의 역사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 또한 책 속에 담겨있다. 문제 제시와 해결책까지 담겨있다니... 꼭 한번 읽어보자. 아마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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