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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로망스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랬다. 사랑은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인생도 그럴 거다.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래야 쇠 냄새와 커피의 달큰한 냄새가 공존하는 문래동처럼 하나의 새로운 공식이 탄생하기도 할 테니까.
문래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다. 출근길 버스를 타면 늘 문래동을 지나갔다. 대로변을 따라 양쪽으로 소위 공장들이 가득했다. 근데, 언제부턴가 하나 둘 공장들 사이에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작촌이라는 이름으로 공장 여기저기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엄마 회사가 근처인 관계로 한두 번 골목을 지나칠 때가 있었는데,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또 특이한 감성이 있는 가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아는 동네가 나와서일까? 책의 제목에 눈이 한 번 더 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내용... 대학교수와 학생의 사랑 이야기?!
수도 대학교 금속 재료연구실 석사학위 중인 김철은 스테인리스를 연구하고 있다. 1년에 2천만 원 연구 지원금을 받아서 강무광 교수의 빠듯한 연구를 도우며 실험 결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타 과에 비해 인기 있는 내용이 아니기에, 연구 지원금을 받을 방법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실험실의 용해로가 고장 난다. 고장 난 용해로를 고치러 온 기사는 철이 호구로 보였나 보다. 이거저거 부품을 이야기하면서 계속 시간을 끈다. 실험 데이터를 위해 결국 철이 선택한 것은 아무 정보 없이 철공소들이 밀집해있는 문래동으로 향하지만,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철이 찾는 용해로를 가진 철공소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 철의 귀에 들리는 망치소리. 뒤를 돌아보니 용해로를 가진 공장이 보인다! 하지만 사장님은 일이 바빠서 해줄 수 없다고 한다. 거의 울기 직전이 철의 뒤로 도와주겠다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녀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샘플을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교수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학과사무실에 물어보니...강무광 교수가 사임했단다. 졸지에 덩그러니 혼자 남은 철. 고장 난 용해로와 갑자기 사라진 교수... 그리고 1년간 연구한 것조차 이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철은 결국 눈물이 솟구친다. 근데, 그런 철을 향해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다. 철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그녀는 며칠 전 문래동 용해로 공장에서 자신을 도왔던 그녀가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그녀 은아연이 강무광 교수를 대신해 부임한 조교수란다. 그것도 수도 대학교 선배이자, M.I.T 박사학위까지 있다니...! 그렇게 아연과 철의 연구는 시작된다. 아연은 철과 아연을 합금하는 연구를 하고 있단다. 근데, 철과 아연은 사실 합금이 불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다. 녹는점의 차이 때문이다. 철은 1,538도, 아연은 907도. 이 둘이 어떻게 합금이 될 수 있을까? 아연의 연구는 무모하게 보이기만 하다.
첫사랑 목현희를 놓친 후, 철은 자신만의 사랑에 대한 노하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타이밍이고, 고백조차 하지 못해 현희를 놓쳤기에 철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자신이 원하는(현희와 같은 팔자주름이 진한 웃음) 것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돌직구를 날린다. "사랑해!" 스스로 꽤 멋진 남자라 자부하는 철이기에, 자신이 차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 철은 모태솔로다.) 근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낀 철. 그리고 울고 있는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입술을 부딪치는 사고(?)까지 겪은 터라 철은 아연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이 심장의 두근거림은 철만의 착각일까?
철이 확신을 가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아연의 연구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를 이미 초반에 예상했겠지만, 아연과 철의 합금을 연구하는 은아연의 실험처럼 이 책의 두 주인공의 이름 역시 철과 아연이다. 과연 말도 안 된다 여기는, 불가능하다 여기는 이 연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또한 이 연구처럼 철과 아연 역시 사랑을 이뤄낼 수 있을까?
흥미롭지만, 뭔가 둘의 만남부터 심장의 두근댐까지도 좀 작위적이긴 하다. 거기다 문래동 로망스라는 유튜브까지 개설할 정도라니...!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꽤나 애틋하고 가슴 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첫사랑을 다시 재회하게 되는 철. 과연 목현희는 문래동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또 이들의 사랑을 끝까지 방해하는 빌런의 정체를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