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crawling (Book)
Leila Mottley / Random House USA Inc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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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시에, 당장 내야할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하루지만, 완전히 다른 무게의 하루입니다.

여기, 미국 오클랜드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소녀가 있습니다. 이름은 키아라(Kiara), 나이는 열일곱 살입니다. 소설 《나이트크롤링(Nightcrawling)》은 바로 이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도서로 선정되었고, 영국 부커상 롱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인정받은, 흔치 않은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작가 릴라 모틀리(Leila Mottley)가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단 17세였습니다. 자신이 그려낸 주인공과 같은 나이였던 셈이죠.

10대 작가가 써 내려간 10대 소녀의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펼쳐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소설은 완전한 허구가 아닙니다. 2010년대 중반, 미국 오클랜드 경찰을 뒤흔든 실제 성착취 스캔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의 경찰관이 한 미성년 여성을 조직적으로 착취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사건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 소녀의 시선으로 다시 썼습니다. 자극적인 폭로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의 제목, '나이트크롤링(Nightcrawling)'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밤거리를 떠돌며 몸을 파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목부터 이 소설이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주인공 키아라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변변한 직장 경력도 없습니다. 집안 형편을 도와줄 어른도 곁에 없습니다.

오빠 마커스가 있긴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는 래퍼가 되겠다는 꿈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결국 집안의 생계는 고스란히 키아라의 몫으로 떨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월세가 갑자기 치솟습니다. 당장 다음 달 월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거리에 나앉을 처지입니다. 열일곱 살이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현실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짐이 더해집니다. 바로 이웃집에 사는 아홉 살 소년, 트레버입니다. 부모에게 사실상 방치된 이 아이를, 키아라는 차마 외면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앞가림도 버거운 상황에서, 그녀는 한 아이의 보호자 역할까지 떠맡게 됩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키아라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몰린 키아라가 결국 선택한 것이 '나이트크롤링'입니다.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충격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거리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지켜야 할 존재, 바로 경찰입니다.

소설 속 경찰은 키아라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착취합니다. 법을 집행해야 할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을 짓밟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약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시스템이, 오히려 그 사람을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그 시스템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작가 릴라 모틀리는 이 모든 과정에서 키아라를 단순한 '불쌍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습니다. 이 점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키아라는 무너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키려 합니다. 오빠의 꿈을 응원하고, 트레버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줍니다. 자신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순간에도, 그녀는 다른 사람을 챙기는 사람입니다.

이런 모습은 독자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상한 존경심 같은 것입니다. 가장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응원하게 됩니다.

작가의 문체 또한 이 소설의 큰 매력입니다.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시(詩)와 같은 리듬과 이미지가 살아 있습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건드립니다. 이것이 바로 17세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문학적 성취입니다.

이 책을 단순히 '미국 흑인 사회의 비극을 다룬 소설'이나 '경찰 부패를 고발하는 소설'로만 정리하면, 이 작품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 책의 진짜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이야기를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 사회 어딘가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존재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불편하고, 때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해도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장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성. 그것을 마주하고 나면, 책장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남을 겁니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위로받고 싶다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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