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ld Idea (Hardcover)
Jonathan Franklin / HarperOne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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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멋진 산과 숲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남아 있을까?’


저는 산길을 오르며 늘 그런 마음을 느낍니다. 공기가 맑고, 나무가 우거지고, 발밑의 흙길이 이어지는 풍경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우리 삶을 버티게 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노스페이스와 에스쁘리트를 만든 더그 톰킨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성공한 기업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책이 점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집니다. 이 책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보다, 그 돈과 영향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책은 더그 톰킨스가 젊은 시절부터 사업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노스페이스를 통해 아웃도어 문화와 익숙한 브랜드를 만들었고, 에스쁘리트를 공동 창업하며 큰 성공을 거둡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도 안정적이고 화려한 삶을 산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책은 그 성공의 다음 장면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더그 톰킨스는 어느 순간부터 소비와 개발 중심의 삶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결국 남미 파타고니아의 자연을 지키는 일에 자신의 삶을 걸게 됩니다.

그가 파타고니아로 향한 이유는 단순한 여행이나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 인간의 손이 많이 닿지 않은 풍경,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환경 보호를 말할 때 거대한 정책이나 국제 회의부터 떠올리지만, 이 책은 훨씬 현실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더그 톰킨스는 직접 땅을 사고, 보존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고, 장기적인 생태 보전 프로젝트를 이어 갑니다. 말로만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연이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데 자신의 자산과 시간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책은 자연이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이 아니라는 점을 계속 강조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숲과 강, 산과 들판은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더그 톰킨스는 이 사실을 깨닫고, 사업에서 얻은 성공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합니다. 많은 사람이 부를 축적한 뒤 편안한 삶을 선택하는 데 반해, 그는 오히려 더 불편하고 더 외로운 길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야말로 이 책이 가장 강하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진짜 의미 있는 삶은 편안함을 지키는 데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를 끝까지 실천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성공”에 대한 정의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사업을 크게 성공시킨 사람의 전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것이 결코 핵심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더그 톰킨스의 진짜 성공은 돈을 많이 번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남겼는가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기업의 이름보다, 자신이 지키고자 한 자연의 가치를 더 오래 남겼습니다. 이 부분은 읽는 내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이루면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소유, 더 편한 삶을 향해 갑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미 가진 것을 내려놓고, 더 큰 의미를 향해 나아가는 삶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더그 톰킨스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는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이 겸손해져야 하는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은 늘 비슷해 보여도, 날씨와 계절, 사람의 발걸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처럼 자연은 우리가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주인이라기보다 잠시 머무는 방문자에 가깝다는 점 말입니다.

이 책은 환경서이면서 동시에 삶의 태도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 특별한 전문가만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책임이라는 점을 느끼게 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자연을 얼마나 소비하며 살아왔는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특히 아웃도어를 좋아하거나 산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메시지가 더 강하게 와닿을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풍경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과 노력 위에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거창한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흔들어 줍니다. 더그 톰킨스도 처음부터 환경운동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기업을 만든 사람이었고, 세상의 흐름 속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 변화가 중요합니다. 삶은 처음부터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중간에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길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저에게 꽤 큰 위로이자 자극이었습니다. 지금의 내가 어떤 길 위에 있든, 그 길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에 오래 남는 감정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묵직한 책임감입니다.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의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에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고 숲을 걷고 자연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아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무엇을 성취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인생의 속도는 빨라지고, 성과는 숫자로 평가되기 쉽지만,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내가 어디에 마음을 썼는가’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성공 이후의 삶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읽을거리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지키는 일까지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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