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TV 뉴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내한 공연을 왔을 때, 공연장 밖에서 팬들이 몰리면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였습니다. 부상자가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사람들이 얼마나 그를 보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는지를 보도하던 화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음악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구나.' 어린 마음에도 그게 신기하고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이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억이 떠올라서 손에 들게 된 책이 바로 이 책《문워크 (Moonwalk)》입니다. 1988년에 출판된 이 책은 마이클 잭슨이 직접 쓴 유일한 자서전으로, 그의 삶과 음악, 그리고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담은 작품입니다.
책은 마이클 잭슨이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 게리(Gary)에서 자란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 조 잭슨의 엄격한 훈련 아래, 어린 나이부터 형제들과 함께 '잭슨 5'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연습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그리고 무대 위에서 빛날수록 평범한 어린 시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를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화려한 스타의 이면에 '그냥 공놀이하고 싶은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마음을 건드립니다.
솔로로 독립한 후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그는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함께 작업한 앨범들—특히 《Thriller》—의 탄생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히트곡인 ‘Beat It’과 ‘Billie Jean’ 같은 곡들이 어떤 생각에서 나왔는지, 음악적으로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히트곡을 만든 게 아니라, 음악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물론 그 유명한 문워크(Moonwalk) 댄스의 탄생 비화도 나옵니다. 어떻게 그 동작이 만들어졌는지, 처음 무대에서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이 부분은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책에는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여동생 재닛 잭슨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정상에 오를수록 오히려 더 깊어진 고독감, 그리고 끊임없이 따라붙던 근거 없는 루머들에 대해서도 그는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방어적이기보다는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는 방식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마이클 잭슨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 책은 그가 남긴 가장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를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좀 더 가까이 알 수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외로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음악으로 어떻게 승화시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때 뉴스에서 본 공연장 밖의 그 인파가 왜 그렇게 몰렸는지, 이제는 조금 더 이해할 것 같습니다. 마이클잭슨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삶 전체를 음악에 쏟아부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혹은 그저 위대한 예술가의 삶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