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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흔히 무한한 희생과 사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성. 모성은 여자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보편, 타당한 감정이며 본능이라고 여겨집니다.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4층인 자신의 집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은 단순히 여학생의 자살시도로 치부되는가 했지만 이윽고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혹시 그녀의 엄마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요, 여학생에 의한 자살시도일까요? 아니면 엄마에 의한 살인시도일까요?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엄마의 이야기
p81 "널 낳아서, 엄마는 정말로 행복했어. 정말 고맙다. 네 사랑을 이번엔 이 아이에게 주렴. 애지중지 아끼면서, 모든 걸 바쳐서 키워주렴!"
어머니가 제게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결혼을 했고, 딸을 낳았습니다.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수록 친정 엄마가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엄마의 그 칭찬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더욱더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딸을 '금지옥엽'으로 키웠습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엄마의 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몰아쳐 온 날, 산사태와 화재로 친정엄마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건 친정엄마가 손녀를 살리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친정엄마가 그토록 살리고 싶어했던 건, 곧 자신의 딸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친정엄마는 죽고, 딸은 남았습니다.
p31 저와 똑같이 '아빠, 엄마'라고 부르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지만, 문득 그게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군요. 엄마라고 부르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게 있어 '엄마'라는 말은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위해서만 존재하니까요. 그걸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딸의 이야기
누구보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그런 사랑을 준 건, 돌아가신 외할머니뿐이었습니다. 엄마의 언저리를 돌며 엄마에게 도움이 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도무지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무언가 시도를 하려할 때마다, 엄마와의 관계는 어그러지기만 합니다. 자연히 점점 더 엄마 앞에서 긴장되고 주눅이 들고, 엄마를 바로 보기가 힘들어집니다.
p61 모성은 태어날 때부터 갖춰진 인간성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다수 그걸 선천적인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어머니는 자신의 학습 능력이 아닌 인격을 부정당했다는 오해를 한다. 그래서 자신은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확실한 모성이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게 마련이다.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화두는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엄마는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요?
책의 전체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아주 당연하게도, 책 속에서는 각자가 지닌 속마음이 두드러지게 표현됩니다. 엄마와 딸이 겪는 여러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해와 오해로 인한 감정의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p302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엄마에게 바랐던 일을 해주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내 모든 걸 줄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걸 바쳐서'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어쩌면 아이는 그런 나를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사랑이 충만한 증거다
엄마와 딸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관계이기도 합니다. 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였던 엄마와 딸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의 깊은 곳을 들춰내는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엄마와 딸의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제목처럼 ‘모성’의 본질을 주제로 한, 결코 밝지 않지만 따뜻하게 모녀의 심리를 잘 그려낸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본능이라는 그 모성에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역사 속에 점이 아닌 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거야. 이 정도로 멋지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 P28
아무도 빛을 비춰주지 않는다면 돌멩이를 직접 갈고닦으면 돼. 빛을 잃었다고 계속 울기만 하면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면목이 없잖아. 어머니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P102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과연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 P130
사랑하는 딸아이의 의식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제 소중한 어머니가 목숨 던져 지켜낸 그 생명이, 다시 빛을 되찾아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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