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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3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19년 3․1운동 이후에서부터 1929년의 원산 총파업, 광주 학생 사건 무렵까지가 시간적 배경이고, 소설 안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의 독서 단체인 계명회 사건이 1929년에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최서희가 지어미의 삶을 살게 되고, 김환이 죽음에 이르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송관수 등의 민중적 삶과 서울의 임명희를 둘러싼 지식인과 신여성들의 삶으로 이동합니다. 사건의 중심이었던 기화, 김환의 죽음과 함께, 서희의 두 아들, 윤국과 환국, 용이의 아들 홍이, 조준구의 아들 꼽추 조병수 등이 소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임역관의 딸 명빈과 명희를 비롯해 귀족층의 조용하,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가 서의돈 등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인텔리 계층으로 이들을 통해 희망 없는 식민지 상황의 암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토지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800여명이라고 하는데, 어느 하나 똑같은 성격과 신분을 가진 사람이 없는듯합니다. 등장인물의 수가 많긴 해도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어서 읽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또, 내용도 감정보다는 사건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에 더 잘 읽힙니다. 읽으면서 인물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살아 숨쉬는’ 인물들을 저렇게 많이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위대함이 느껴집니다
<줄거리>
명희는 여옥과 헤어져 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사랑에 와 있는 환국이도 보고 조카들도 볼 작정이다. 마침 명빈을 찾아가던 상현과 만난 명희는 내외하지 않고 지난 날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상현은 곧 서의돈과 함께 간도로 떠나기로 하고 인사차 명빈을 찾은 것이다. 술상을 앞에 둔 상현과 명빈의 자리에 명희가 앉는다. 문학청년 같은 감상이 남아 있는 명빈은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추억을 보태주려는 듯 명희더러 이별주 한 잔 상현에게 권하라 이른다. 상현은 이미 집앞에 도착하기 전에 명희도 사랑한 여자였노라 말했었다.
윤씨 부인의 제삿날이 돌아오자 용이와 연학이 대청마루에서 밤을 치고 있다. 용이는 꿈에 소동이를 봤다고 하고, 수동이가 누군지 모르는 연학은 죽은 수동의 제삿날을 누가 챙기냐며 힐난한다. 용은 작년 봄에 죽은 임이네와 또 강청댁, 월선이를 생각하고 먼저 죽은 많은 사람들을 돌아보는데 서울에서 석이가 내려온다. 석이와 연학은 사는 일이 답답하다. 희망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베고픈 사람들은 제 가솔 챙기기도 급급한 세상에 자신들 하는 일이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떠돌던 김환이 돌아와보니 모친 윤씨 부인의 기일이다. 환은 평사리 최 참판댁 높은 대청마루에 서희와 두 아들이 서 있을 것을 생각하며 자신도 그 젯상 아래 엎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윤씨 부인의 무덤에 절을 한다. 강쇠와 주막에 든 김환을 본 한 서방은 그길로 남원의 지삼만에게 가서 알린다. 한 서방은 강쇠의 수하였는데 돌아오지 않는 김환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어 지삼만에게 붙은 인물이다. 이삼 년 사이 지삼만은 청일교란 사이비교를 조직하여 환이의 세력을 무너뜨렸으며 무지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삼만은 자신의 왼팔 노릇을 하는 보부상 임가에게 김환을 경찰서에 밀고하라고 한다.
윤씨 부인 제삿날에 복동네가 양잿물을 마시고 죽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으나 평소 내왕이 있었던 마당쇠댁이 야무네에게 복동네의 억울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원인은 봉기노인에게 있은 것이나 양자인 아들 복동과 그의 처 며느리조차 복동네를 그 옛날 삼수와 정을 통했다는 의심을 하니 분에 못이겨 자살한 것이다. 봉기는 삼수에게 당한 딸 두리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석이는 앞장 서 봉기를 닥달하고, 복동네의 출상 전에 죄를 자복하게끔 일을 꾸민다.
석이는 강가를 기다시피 엎드려 가는 봉기를 보자 그도 그저 자식을 몹시 사랑하는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픔에 잠긴다. 서울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이범석에게 농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한 관수의 이야기도 되새기며 마을로 돌아오자 용이와 한복이 기다리고 있다. 봉기가 타작마당에서 발명하기로 했다고 하자 모두 반가워하지만 한복의 처지를 생각해 이야기는 길어지지 않는다. 복동네의 죽음으로 인해 모두 함안댁을 생각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한복은 그의 둘째 아들 영호의 진학문제를 석이에게 상의하고 돌아간다. 석이는 용이에게 봉순이가 평양에서 아편쟁이가 되어 있더라는 서의돈의 말을 꺼낸다. 용이는 서희에게 봉순의 처지를 알리기로 한다. 석이에게 있어 봉순은 사랑이었고 청춘이었으나 입밖에 내서는 안되는 마음이기도 했다.
타작마당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봉기가 자복하기만을 기다리고, 봉기는 석이가 알려준 것을 밤새 연습한 듯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복동네에게 누명을 씌웠노라고 한다. 봉기의 자복엔 딸 두리의 내용이 쏙 빠져있다. 자신감을 얻은 봉기는 고개를 들어 애맨소리에 저저이 다 죽느냐며 오히려 자신이 운수가 나쁜 편이라고 발뺌을 하고 차마 노인을 바로 때리지 못한 군중 속에서 돌멩이가 날아든다. 피가 흐르는 봉기를 보호하려고 석이가 나서려는데 봉기 아들이 울면서 뛰어든다. 사람들은 자식 없는 복동네를 동정하며 아들에게 업혀가는 봉기와 복동네의 양자 부부를 비교한다. 용이에게 봉순의 처지를 들은 서희는 석이에게 평양에 가서 봉순을 데려오라고 부탁한다.
석포의 객주집에서 술을 마시던 환이가 석포와 함께 경찰서에 끌려간다. 어떻게 해서 환이가 잡혀갔는지 연유를 알 수 없는 강쇠는 앞이 캄캄하다. 광주리 장사로 변장하여 연학을 만난 강쇠는 연학을 따라 남강 백사장을 걷는데 발밑의 모래알이 뜨겁기만 하고 의지하던 환이 걱정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환이에 대한 강쇠의 사랑은 육친 이상인 것이다.
환국은 생인손을 치료하기 위해 박 외과에 갔다가 양소림과 부딪치게 되고, 뜻밖에 양소림의 손등에 붙은 징그러운 혹을 보고 놀란다. 서울을 오가며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었기에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손등의 혹을 보자 다시는 소림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혐오스럽다. 환국을 찾아 온 순철은 양소림과 혼담이 있었는데 손등의 혹 때문에 무산 됐다며 씁쓸해하며 몰래 사온 소주를 밥그릇의 뚜껑에 부어 마신다.
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수년만에 임명빈을 찾아온다. 계명회 사건으로 서의돈을 비롯하여 선우일 형제, 유인성 남매, 오가다 지로, 그리고 간도의 길상까지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혔다. 황태수는 남 모르게 계명회에 기부한 적도 있고 잡혀간 사람 모두 친구요 동생 같은 사람이라 그 자신이 뒤바라지는 못하고 임명빈에게 그일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계명회란 사회과학의 연구단체로 일본 유학생들과 비밀결사 성격을 띠고 있는데 오가다와 길상의 연루는 좀 이채롭다고 할 수있다. 연락을 받고 임명빈의 집에 온 서희는 길상의 수감 소식에 놀란다.
일본에서 돌아온 홍이는 화물 회사에 취직해서 마당쇠의 아들 천일을 조수석에 앉히고 일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임이네가 고통스럽게 죽고 난 후 홍이는 생모에 대한 격렬한 증오심을 버리고 연민으로 기억한다. 일을 마치고 여관업을 하는 삼석과 근태와 함께 술을 마시며 이들은 내 땅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에 울분을 토한다.
석이가 봉순을 진주로 데려와 정성껏 간호한 것 때문에 석이의 처 을례는 화가 나 있고 이들 부부의 불화는 끊이질 않는다. 을례는 을례대로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형편과 시모와 남편의 전력에 넌더리를 내던 차에 남편의 마음이 봉순에게 이어져있는 듯하여 악을 쓰고, 석이는 그런 을례에게 정이 떨어진 상태라 그 사이에 낀 석이네만 발을 구른다. 데리고 있던 한복의 아들 영호도 을례의 구박에 영팔의 집에 데려다 놓은 상태다. 홍이는 석이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봉순은 홍이에게는 예쁜 누님이었지만 석이에게는 사랑인 것이다.
조용하는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명희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늘상 있은 일이기에 명희는 담담하다. 동생 찬하가 명희를 사랑한다는 상상은 급기야 용하의 머릿속에서 사실로 변하고 은근히 명희를 떠보는 것이 조용하가 명희에게 가하는 정신적 학대인 것이다. 평야으로 가는 용하를 배웅하고 선혜집에 들렀다 집에 오니 평양에 간다던 용하가 차갑게 명희를 쏘아보고 있다. 늘 이런 식이다.
선혜는 문인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고 기피대상자다. 권오송이 운영하는 잡지 "청조"에 기부할 것을 작정하고 권오송의 사무실로 찾아가서도 선혜는 그곳에 앉아있는 극단 단원을 울려서 내쫒았다. 권오송을 결혼 상대로 탐색하고 있는 선혜는 권오송과 다음날 창경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런 사실을 명희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명희 집으로 간다. 전날 성악가 홍성숙의 독창회에 조용하가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 세간의 화제가 분분하던 참이다. 명희 집에는 뜻밖에도 홍성숙이 찾아와 있다. 이들은 여학교 선후배사이가 된다. 홍성숙은 명희에게 감사를 표한 뒤 나가고, 선혜와 명희는 자신들의 미래를 우울하게 그려본다.
서대문 형문소로 길상의 면회를 다녀오는 서희. 그런 서희를 감싸듯 지켜보는 환국은 서울의 임명빈 집에서 중학을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바로 평사리로 걸음하는 서희를 본 동네 사람들은 놀라고, 평사리 집에는 봉순이와 딸 양현이 육손의 일가와 생활하고 있다. 양현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하며 진주로 데려가서 학교에 보내겠다는 서희의 말에 봉순은 양현을 서희에게 맡기고 떠나고자 한다. 한때 다정다감하고 조신스러웠던 봉순은 아편쟁이가 되어 심신이 병들어 있다. 그런 봉순을 서희는 안타깝게 지켜본다.
선혜는 창경원에서 권오송을 만난다. 권오송은 선혜가 잡지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에 이틀 후 다시 만나 의논하자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권오송은 출자는 하되 경영에는 참가할 수 없음을 못박고 선혜도 그러겠다고 하지만 웬지 눈물이 고인다.
봉순은 기생어미였던 연홍을 찾아 가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던히도 기화에게 소리를 배워주려고 애썼던 운삼은 기화가 결국 명창도 되지 못하고 딸아이를 둔 사실을 알고도 단념하지 않고 기화에게 지순한 사랑을 보여 준 스승이다. 그런 운삼이 죽었다는 소식에 기화가 놀라고 슬퍼하는 일은 당연하다.
봉춘네가 일직을 서고 있는 석이를 찾아와 봉순이 나와 있다고 말한다. 석이는 봉순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에 화를 내며 함께 운다. 예배당에 다녀 온 봉춘네는 석이와 봉순이 함께 운 듯하여 의아하다. 봉순은 석이에게 평사리로 돌아가겠다 약속하고, 석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봉춘네는 길에서 만난 석이 장모에게 지금 석이가 자신의 집에 와 있다고 말했지만 하고보니 안한만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판술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도 석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술집으로 향한다. 봉순에게 한 번 더 가보고 싶으나 독한 소줏잔만 들이키는 것이다. 주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한껏 취해 집에 돌아오니 반기는 식구는 아무도 없고 석이네가 노발대발이다. 장모가 와서 을례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석이네가 봉순이 욕을 하자 석이는 그런 봉순이가 아니라며 석이 역시 시어머니와 남편을 우습게 아는 아내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석이네는 손자 손녀 생각에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한다.
소림의 모친 홍씨와 이모 성숙이 박 욋과에 간다. 성숙이 감기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성숙은 박효영의 거만스런 태도에 화를 내고, 허정윤을 유심히 살핀다. 집에 돌아온 성숙은 언니 홍씨에게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을 이야기하고 홍씨는 마땅찮아한다. 그날 저녁 남편 양재문이 소림의 신랑감으로 정윤이 어떠냐고 묻자 홍씨는 소림의 혹 때문에 이런 혼사도 마다하지 못하는 처지가 씁쓸하다.
석이네는 손녀 남희를 데리고 영팔이와 함께 박 의원에 간다. 박 의사는 남희의 사타구니에 난 종기를 보고 화를 낸다. 아이를 이 지경까지 버려뒀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석이네가 사돈집에 가서 을례 모친에게 악문만 듣고 남희가 우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이를 데려오는 길이다. 남희의 울음소리를 듣자 비로소 서기네도 며느리 을례를 욕하며 눈물 짓는다. 박 의사는 양재문이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요릿집으로 간다. 양재문이 정윤의 얘기를 내비칠 때 자꾸만 피하게 되는 심사는 박 의사 자신도 납득할 수 없다. 정윤은 곧 의사가 되고, 학비를 보태고 사랑을 바친 숙희는 노처녀가 되어 버림 받을 처지에 있는 것이다. 박 의사는 정윤과 숙희를 보며 자신이 왜 혼자 사는가 생각해본다.
강쇠는 해그름에 하염없이 산턱에 앉아 있는 안또병 식구들을 이끌고 함께 산막으로 돌아온다. 항상 사람이 그리운 모친과 아내는 안씨 일가를 반긴다. 빚에 쫓겨 대책없이 도망 나온 이들은 강쇠가 시키는 대로 움막을 짓고 강쇠를 형님 같이 여긴다. 이튿날 새벽참에 남원으로 나온 강쇠는 짝쇠를 찾아간다. 그날 주막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환이가 잡혀간 후 혹시라도 강쇠에게 손이 뻗칠까봐 부산에 있는 관수에게 가 한 일 년 도회 바람을 쐰 강쇠는 복수를 위해 다시 산으로 온 것이다. 와서 맨 먼저 한 일은 주막의 비연을 구슬러 그날밤에 함께 있던 사내가 한 서방임을 알아내 처단한 일이다. 그리고 강쇠는 짝쇠를 지삼만이 있는 남원에 심어둔 것이다. 강쇠는 밤을 기다리며 술을 마신다.
<밑줄긋기>
3편 12장 사람마다 집집마다 알고 보믄 사연이야 기맥힌 것 아니겄나
14장 곧이듣건 곧이듣지 않건 사람이란 항상 남의 일에 대해선 무책임하게 마련이다
4편 3장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이겨야해
4장 모르게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7장 과거는 무의미한 것이며 없는 것이며 죽은 것이다. 현재만이 살아 있는 것, 미래만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