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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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처럼 모든 걸 공유하거나, 친구의 배우자 선택까지 관여하는 이삼십대의 밀착감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중년 이후의 우정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친구를 등산길의 동료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걸을 수는 있지만 때로는 운이 좋아 정상까지 함께 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갈림길에서 헤어지거나, 각자가 걷는 속도에 따라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한다.”

중년이 되면 사랑뿐 아니라 영원할 것 같던 우정도 퇴색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때로는 우정은 선뜻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외면할 수 없는 골치 아픈 것이 되기도 합니다.


p60 나는 정말 이 일을 원했던 건가. 나는 글쓰기를 원했던 것인가. 우연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지금까지 써온 글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건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소설로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세상에 관한 모든 일을 배우려는 이유도 결국에는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만들어낼 수 없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레누는 피사의 대학에 다니는 동안 만난 교수 피에트로와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그녀의 삶을 바탕으로 책을 씁니다.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레누는 상당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책의 선정적인 장면이 상당한 주목을 받기 때문에 약간의 악명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어떤 부분도 고향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릴라조차도 그녀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레누와 피에트로는 결혼하여 피렌체로 이사합니다. 그녀는 새 책을 집필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피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그녀는 자신이 이미 임신했음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릴라의 현재 상황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릴라는 여전히 나폴리에 있으며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남성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하고 있습니다. 레누는 릴라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지만 피에트로의 어머니인 아델에게 원고를 보여줍니다. 아델은 그것을 쓸데없는 선정주의로 가득 찬 잘못 쓰여진 이야기라고 여깁니다. 릴라 또한 그것을 읽고 그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망한 레누는 책과 글쓰기를 모두 버리고 어머니,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피에트로는 아내와 아이에게 헌신하지만 감정적로는 외롭고 종종 지루합니다. 레누는 예술과 정치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녀는 결혼생활에 대해 결코 확신이 없었습니다.


p220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지 않았나. 상황을 나아지게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네 자신은 예전보다 나아졌어?

레누는 페미니즘에서 삶의 목적을 찾습니다. 페미니즘에서 레누는 자신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인생에서 남성과 관련해서만 자신을 정의하는 함정에 빠지는지를 봅니다. 엘레나는 처음으로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았다고 느낍니다.

그러던 중 엘레나는 한때 사랑에 빠졌던 청년 니노 사라토레와 마주치게 됩니다. 릴라와 연인이 되었다가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레누는 니노에 대해 오랫동안 잠자코 있던 감정을 되살리게 됩니다. 그녀는 그를 피에트로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니노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정치적입니다.


p397 나는 자꾸만 내 자신을 릴라와 일치시키려 했다. 릴라에게서 분리되려고 할 때마다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릴라가 없으면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릴라 없이는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릴라와 분리된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다.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 레누와 니노는 불륜을 시작합니다. 레누는 이제 피에트로를 떠나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녀가 릴라에게 외도와 결혼 생활을 떠날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릴라는 못마땅해 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니노가 함께 있을 때 그녀를 얼마나 잔인하게 대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녀는 그를 본질적으로 공허하고 영혼 없는 사람으로 봅니다.

20대에 릴라는 엔조에게 컴퓨터 언어를 배웠습니다. 그들은 전문가가 되어 성공적인 컴퓨터 사업을 시작합니다. 릴라는 타고난 지능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릴라조차도 빈곤, 성 불평등 및 부패의 만연한 병에 대적할 수 없습니다. 모두는 릴라가 지능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만 엔조를 제외한 누구도 그것을 악용하지 않고 그녀의 지능을 키울 수 없습니다.


p495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릴라에게서 벗어나 성숙한 인격체로서 말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입니다. 두 소녀 모두 젊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합니다. 작가는 전작 2편 못지 않게 이 작품에서도 사회와 개인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두 여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둘의 만남으로 인해 예상되는 대결은 피합니다. 몇 번이고 긴장은 극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으로 만들어지지만, 감정은 끓어오르지 않고 사그라집니다.


p382 내가 아팠던 것은 릴라의 울음 때문이었다. 나는 릴라의 울음에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릴라가 울음을 터뜨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라리 평소와 같은 릴라의 모진 모습이 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릴라다운 잔혹한 말투가 더 좋았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레누와 다른 길로 나아가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릴라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둘의 우정에 확신이 없습니다. 레누는 릴라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 죽기를 은밀히 바라고 있음을 읽는 내내 은연 중에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조심하면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억누르고 의도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과 4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책, 나폴리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을 위한 설정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 4권에서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제야 나는 생각한다. 병든 것은 우리 고향 동네가 아니라, 나폴 리가 아니라 지구 전체다. 유일한 우주 또는 무수히 많은 우주가 모두 병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물의 본질을 숨길 줄 아는 능력이다
- P22

나는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교육을 많이 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무지했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의 사상과 사건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느라 열정 없는 인생을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 P85

어렴풋이 잠들면서 릴라는 어린 시절 나와 세웠던 원칙을 생각했다.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위협하는 이들을 위협하고 자신에게 겁주려는 사람에게 겁을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릴라와 젠나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 P197

나는 행운아였다. 운명이 내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조차 실은 내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나는 착실했고 기억력이 좋았고 끈기를 가지고 악착같이 노력했다.
- P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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