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은 우리 주변에 언제나 있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무수한 방법으로 변화시키고 확장시켜 나가는 도구입니다. 수학만큼 명확한 학문도 없습니다. 수학공식만 제대로 이해하면 문제에 공식을 대입하여 풀다보면 정확한 정답이 도출되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수학 공식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사인, 코사인, 탄젠트, 미분, 그 복잡한 공식들을 머리 속에 꾸겨 넣고, 시험 때면 무작정 쏟아내야 했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계산을 제대로 해서 정답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아무튼 공식을 외워야만 했습니다. 그 공식들이 왜 중요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그것을 설명해주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모두 23개의 짧은 이야기와 자료들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수학 공식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수학 기호의 유연성, 수학적 명제의 단순성, 그리고 그것이 함축하는 미학적 매력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각각의 개념이나 공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수학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지적인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 줍니다.


1. 피타고라스의 법칙

기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리이자 가장 유용한 정리이기도 합니다. 위의 그림과 같은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 사이에 a2+b2=c2인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인데 제 기억으로는 중학교 2학년 때 이 공식을 처음 접했던 듯합니다.

                                   p44

곡면의 곡률에 따라 a2 + b2 이 c2보다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습니다. 이 공식은 유클리드기하학과 비유클리드기하학을 나누는 중요한 공식입니다.

2. 만유인력의 법칙

                    p96

뉴턴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 잡아당기는데, 그 힘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어떤 물체든 두 물체만 있으면 반드시 서로 끌어당깁니다. 이 법칙은 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상이고, 우리 세계의 물리적 행태를 대부분 설명해주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부정확하다고 판명이 났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느 공식이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현상을 얼마나 잘 기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3. 열역학제2법칙

                     p162

엔트로피라는 것은 얼마나 세계가 무질서한지를 나타내는 정도입니다. 온도는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결국은 모두 온도가 같아지게 되면 더 이상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온도가 평형인 상태에서는 온도가 다른 상태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ds <0 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법칙 때문에 우주가 점점 무질서하게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엔트로피 법칙에서 중요한 것은 고립계 전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줄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뜨거운 물에 퍼지는 커피 입자는 점차 무질서해지는 것이고 단순했던 원래의 커피와 설탕 알갱이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죠.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거꾸로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어쩌면 '시간'일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을 거꾸로 돌리면 되는 거죠. 타임머신으로 시간여행을 하면 됩니다.


p170 유기 생명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은 엔트로피를 극대화시킨 상태 즉,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엔트로피 증가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방향성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을 시간이 흐르는 방향과 일치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도입니다. 이를 열역학적 시간이라고 합니다. 영화 <테넷>에서 다루는 소재가 바로 열역학적 시간입니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바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므로, 시간이 역전되면 엔트로피 역시 감소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주된 모티브입니다. 시간 역행을 열역학적으로 풀어보면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영화 속에서 자동차 폭발이 있었는데 시간 역행자의 관점에서는 불꽃이 사그라들고 인체가 저체온증에 빠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시간 역전이 가능해진다 해도, 영화의 장면처럼 동일한 공간 내에서 어떤 물건 또는 사람은 시간이 역행하고 다른 것들은 순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입니다..

4. 슈뢰딩거

                               p224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양자역학을 반박했습니다. 상자 속에 고양이 한 마리와 방사성 물질이 있습니다. 1시간에 50%의 확률로 핵분열 하는데, 그땐 독이 든 유리병이 깨져 고양이가 죽습니다. 1시간 후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요? 양자역학에 따르면 고양이는 반은 살고 반은 죽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슈뢰딩거는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연구자의 ‘관측’과 무관하게(상자를 열어보기 전에) 생사는 이미 결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기술하려면 확률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원자력, 반도체,레이저 등은 이 공식이 없었다면 탄생되지 못했을 기술들입니다.

p430 이 ‘쓸데없어 보이는’공식이야말로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인류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눈 앞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공식이 아름다울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 지긋지긋한 수학 공식들과 씨름을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말일 것입니다. ‘아름답다’ 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즐거움과 기쁨을 줄 만큼 예쁘고 곱다‘라는 말인데 문학에서나 쓸 법한 이 아름다운 말이, 어떻게 그 딱딱한 공식들과 등식(=)을 이루는지 괜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누군가에게는 지옥과 같은 숫자와 문자의 나열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의 정리,만유인력의 법칙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식들은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이들 공식이 우리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수학자, 과학자들만의 머릿속에서만 놀고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난해해지고 낯설어지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공식 이야기도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의 아름다움, 들에 핀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수식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공식들 모두가 시작은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돼 기술적으로 응용되거나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것입니다.

학창 시절 외우던 친숙한 공식들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낯선 공식들도 있었습니다. 문과생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공식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공식의 탄생과 수학적 내용, 의미에 대한 글과 그림들이 서로 잘 어우러진 인문학적 통찰은 독자들을 이끌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