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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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예수회 기숙학교에 다니면서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스티븐이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이 열심히 준비한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면서 결론을 내립니다. 이 작품은 총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주인공 스티븐의 성장과정을 5단계로 구분하고 잇습니다. 저자인 제임스 조이스는 이 소설에 자기 자신의 성장과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1장은 스티븐이 아기일 대부터 클롱고우스 우드학교에 다녔던 아홉 살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 민족정신을 지배하던 정치적 독립과 이를 둘러싼 종교적 대립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외눈 안경을 쓴 아버지에게 안겼을 때 느끼는 독특한 채취로부터 시작하여 이웃집 소꿉친구인 신교도 여자아이와 결혼하겠다고 말하여 꾸중듣는 과정이 간략히 제시됩니다. 내향적인 스티븐은 반에서 우등생이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며 친구들로부터 조롱받기도 합니다. 어느 날 친구에게 떠밀려 변소 통에 빠지게 되고 그 일로 감기에 걸려 간호실에 누워 있게 됩니다. 성탄절에 집에 돌아와 저녁 만찬을 즐기며 집안 식구들끼리 벌이던 열띤 정치 논쟁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부당한 처벌에 항의하러 교장 선생에게 찾아가 그 부당함을 일일이 열거하게 됩니다. 연속되는 사건을 통해 주인공의 내향성, 예민한 감수성, 어린 자아에 대한 탐구, 권위에 도전하는 반항자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2장은 아버지의 파산으로 클롱고우스 우드 학교 대신 벨비디어 학교로 입학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노출되는 부분입니다. 집안이 몰락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된 스티븐은 혼자 독서에 몰두하며 낭만적 몽상의 세계로 도피합니다. 초라하게 변모한 자신의 생활 주변에 대한 좌절과 반발심은 가까스로 다시 입학하게 된 중학교에서도 지속됩니다. 그의 작문은 종교적 정통 교리를 거스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회의 반항하였던 바이런을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하다가 친구들에게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현상 논문에 당선되어 그 상금으로 가족을 고급 식당에 초대하기도 하는 등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에는 돈이 다 떨어지자 전보다 더욱 씁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가정의 몰락과 개인적인 좌절감, 그로 인한 반발심, 그리고 점차 눈뜨게 되는 성적 욕망으로 스티븐은 첫

성 경험을 겪습니다.

3장은 타락한 영혼의 괴로움 속에서 지내던 그가 성모마리아의 음성과 아놀 신부의 설교를 들은 후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성 경험은 스티븐에게 깊은 죄의식의 흔적을 남겼고 수업 시간에도 고민합니다. 이에 제수이트파 학교에서의 연례 행사인 사흘 간의

피정에 참가합니다. 사제신부의 웅변적인 무시무시한 지옥의 설교는 그를 공포에 몰아넣는데, 어두운 죄의식으로 인해 철저하게 공포에 떨던 스티븐은 마침내 개심하여 어느 조그만 교회에서 고해하고 구원받은 새 생활의 환희에 빠져들며 끝을 맺습니다.

4장은 스티븐의 삶에 있어 중요한 변화의 과정을 그립니다. 구원의 환희가 일순간 지나가자 스티븐은 종교적 회의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외면적으로는 학업에 있어서나 신앙 생활에 있어서 모범이 되는 스티븐에게 교장 선생님은 사제의 길로 나설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홀로 생각에 잠기며 바닷가로 향하던 스티븐은 친구들이 자신의 이상한 이름을 놀려대며 부르는 순간 예술가로서의 숙명적 미래를 자각하게 됩니다. 해변에서 물장난치는 한 소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이 창조할 새로운 예술의 비전을 체험하며, 이 서정적 현현(Epiphany)의 장면에서 이 소설은 극적인 정점에 이릅니다. 이제 경건한 생활로 돌아온 그가 정작 교장의 성직자 제안을 거절하게 되는 심리적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갈 길이 예술가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개울에서 만나게 되는 한 소녀에 대한 묘사는 이 장에서뿐 아니라 소설 전체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5장은 대학에 입학한 스티븐이 속에서만 꿈틀대던 가정, 조국, 교회에 대한 반기를 밖으로 표출하고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사제의 길을 포기한 스티븐은 대학에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합니다. 대학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독자는 주인공이 겪고 있는 부모와의 갈등과 내적 고뇌를 목격합니다. 또한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스티븐의 미학 이론들이 피력됩니다.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는 자신의 영혼을 가로막는 사랑하는 여자와 가족, 종교, 편협스러워져만 가는 아일랜드의 문화적, 사회적 풍토를 거부하고 스티븐은 마침내 조국의 ‘아직 창조되지 않은 양심’을 발견하기 위하여 조국을 등지고 유럽으로 떠날 결심을 굳힙니다. 더불어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적 사상을 빌려와 자신만의 예술에 대한 정의 및 신념을 확고히 설명하기도 합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해방은 좌절과 분노, 욕망과 증오의 뜨거움을 적정 온도로 바꾸어낼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스티븐은 자신의 욕망과 분노에 휩쓸리다가도 이내 거기서 빠져나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온전히 자신의 것인지를 되묻고 바라보는 내적 시선을 확보하려 합니다. 실제로 그의 예술관의 핵심은, 예술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타인의 감정과 사유를 특정한 방식으로 유도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소설에 대해 전례가 없었던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더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평범한 것으로 나타났던 것은 이제 전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직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 정체성의 일부를 탐험하며, 개인에게만 속한 것과 우리가 함께 있는 것 사이의 공간을 탐색하며, 마음의 변화, 기분과 감정의 흐름을 탐구합니다. 한 청년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조이스의 소설을 그렇게 마법적으로 만들고 본질적으로 문학적으로 만드는 것은 개인에게만 속한 것. 또한 우리 각자에게 속한 고유한 것의 정복이기도합니다.

정체성이 발생하는 방식, 우리를 형성하고 우리를 만드는 사건을 다룹니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사람에게 다소 동일합니다. 우리는 가족으로 태어나고 그것이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와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인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우리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지만,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언어는 우리가 좋아하든 싫든 우리가 한 부분이 되는 문화를 가져옵니다. 우리의 생활반경이 넓어지고 학교교육이 시작되며 사회화 과정이 더욱 공식화됩니다. 우리는 언어, 문화 및 사회에 대해 배우고 가족 내 첫 번째 정체성에 새로운 정체성이 추가됩니다. 스티븐은 소부르주아 가문의 아일랜드 가톨릭 아들로 등장하여 소설 후반부에서 이 모든 범주에 대항하여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거부하고 가톨릭 종교를 거부하고 중산층을 거부하며 존재를 고집했습니다.

마치 산문시와도 같은 함축미와 일관된 상징, 형식적인 전통을 거부하는 실험정신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듯했습니다. 또한, ‘의식의 흐름’기법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창조보다는 의식의 내면세계를 밀도 있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관된 사건이나 성격구성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엄격한 학교생활, 대학에서의 예술 심취와 유학의 길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의 흐름이 주인공의 의식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3인칭으로 쓰여졌지만 이야기는 그의 삶의 각 곳곳에서 스티븐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미묘하게 변합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거장 제임스 조이스의 두번째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현대 성장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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