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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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견뎌야했던 가장 큰 고통을 인내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정신과 의사이자 저자인 빅터 프랭클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생활한 경험과 ‘로고 테라’(Logotherapy, 의미치료)’라는 심리 치료 기법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수용소에서의 자신의 시간에 대한 선형적인 이야기를 제공하지 않고 ,대신 수용소 생활의 일상적인 투쟁이 수감자들의 정신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는 데 더 집중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세부 사항을 심리 이론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때만 제공합니다.

수용소에서 동료 수감자들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수감자는 도착 후 처음 며칠 동안의 충격, 수용소 생활에 익숙해지면 무관심과 정서적 죽음, 그리고 환멸의 세 가지 정신적 단계를 거칩니다.

저자의 철학의 핵심은 인간의 가장 깊은 소망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누구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결정함으로써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에서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즉, 그는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삶의 운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것이 확실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의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항상 삶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p164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본다.

 

저자는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는 일, 사랑, 고통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로고 테라피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는 데 전념합니다. 그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좌절 될 수 있으며, 이는 신경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나 목적을 찾지 못하면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에게 과거와 현재 사이의 긴장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역설적 의도를 사용하여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줍니다. 궁극적으로, 로고 테라피는 환자가 공포증을 없애거나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등의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한편, 저자는 인간은 확실히 악을 행할 수 있지만, 어떤 인간도 악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모든 인간은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은 한꺼번에 수 백명의 인간을 단 몇 분 만에 죽일 수 있는 가스실을 발명한 존재인 동시에 자신을 만든 ‘신’을 저주하며 죽어 가기도 하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를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읽는 내내, 인간의 잔혹성과 조직적 범죄에 대한 분노를 느꼈지만, 오히려 인간의 무한한 존엄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범죄성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에 가득 찬 고발과 증언, 인간에 대한 환멸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인간본성의 위대함과 인간이 지닌 숭고함, 존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이 극한상황에까지 이르러서도 인간의 존엄성이 최후까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켜질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p111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시련과 죽음 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 있고, 헌신적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자기 보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동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힘든 상황이 선물로 주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그가 자신의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은 우리가 평범한 일상생활, 특히 외부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친구 만나고, 쇼핑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여행을 가고, 공연 보러가던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번 바이러스는 계속 변형하기 때문에 이런 감염병은 종식이란 게 없다고 하니 어느 정도 선에서 이것들과 타협하며 살아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주장처럼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는 것은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끝까지 간직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습니다. 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재앙 아래 인간의 소소한 일상은 쉽게 갈려나가고 말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그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우리를 더 현명하게 만드는 시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비온 뒤에 땅 굳어진다는 말처럼, 시련과 고통은 반드시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이겨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머릿속은 온통 아내 모습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녀가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웃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진솔하면서도 용기를 주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실제든 아니든 그때 그녀의 모습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 P69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퇴행 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실제 존재하는 현실에서 현재를 박탈하는 행위는 어떤 일정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수용소에서도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기회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린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삶의 의지를 잃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 앞에 닥치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예외적으로 어려운 외형적 상황일 뿐이며, 이런 어려운 상황이 인간에게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을 초월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수용소의 어려운 상황을 자기 정신력을 시험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대신 스스로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어떤 것으로 경멸한다. 그들은 눈을 감고 과거 속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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