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희망 - 진짜 이름을 찾기 위한 찬란한 생존의 기록
스테퍼니 랜드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이자 책의 주인공 스테파니 랜드 (Stephanie Land)는 워싱턴 주 포트 타운센드 (Port Townsend)에 살고 있었고, 몬타나 대학에서 창작을 전공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딸 미아를 낳고 부모님과 살다가 노숙자 쉼터로 이사 한 후, 임시 주택, 정부지원주택 등을 전전하며 살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그녀는 미아의 아버지로부터 자녀 양육비뿐만 아니라 음식, 주택, 의료, 육아 및 대학 수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았습니다.

p212 내가 하는 일은 사정 때문에 출근을 못하면 나중에 상황이 괜찮아져서 다시 출근을 한다 해도 그 일자리가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자리였다. 물론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복리후생은 기대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부양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 조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20~25시간 동안 ‘메이드’로 일했습니다. 최저 임금을 받는 에이전시와 더 높은 요율을 위해 스스로 찾은 고객과 함께 일했습니다. 그녀는 고객을 많이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찾은 내용에 따라 주택 이름을 지정했습니다. 헌팅턴병을 앓고 있는 여성과 그녀의 죽음 이후에 대처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꾸미려고 하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2개의 스토리 라인이 동시에 공존하며, 하나는 다른 것보다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첫 번째는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고,두 번째는 싱글맘이자 ‘메이드’로서의 삶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p176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의 복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 기관을 찾아가서 집세를 내기 위해 쥐꼬리만한 수입을 보완할 만한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들 별다른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한 달에 몇백 달러 정도의 식료품 구매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푸드뱅크에서 배를 채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생존에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위한 비상금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가난한 미혼모로서 한계점과 존재의 어려움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딸 미아에 대한 그녀의 사랑 때문입니다. 딸에게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제공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종종 난관에 부딪칩니다. 빈곤과 미혼모로서의 삶에 대한 투쟁, 안전망이 없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좌절, 변하지 않는 관료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낙인과 태도 등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p332 현재의 생활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우리의 삶이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살지는 않을 거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 말을 되뇌었다. 안 그러면 손바닥만한 이 방을 집이라고 불러야 하며, 내 딸에게 집이든 음식이든 이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 말해야 하는 죄책감이 나를 갉아먹을 것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현실에 더욱 기반을 둡니다. 이야기의 힘은 독창성이나 비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경험이 얼마나 흔한 지, 그녀가 직면한 판단과 편견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에 있습니다. 물론 회고록이지만 미국의 부의 불평등에 대한 통렬한 논평이자, 사회가 가난의 어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에 대한 열렬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얻은 교훈은 아주 간단했다. 다른 여성들을 경쟁 상대가 아닌 연대의 대상으로 보기. 지성을 깨우고,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으며, 이전에는 거부당하거나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일도 할 수 있다고 믿기. 우리는 이제 수학자도, 차량 정비공도 될 수 있었고, 치어리더가 아닌 축구 선수도 될 수 있었다
- P17

안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영원한 것도 없었다. 매일같이 지금 당장이라도 누군가 잡아채갈 수 있는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한 불안한 기분이었다. 나를 향해 웃어주고 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살 집이 생겨서 정말 운이 좋다며 거듭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삶 전체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 P65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아이들을 맡길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기본적인 생필품까지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 눈에는 불가항력의 상황 때문에 끊임없이 좌절하며 사는 삶의 결과물만 들어올 뿐이었다.
- P68

나는 정부 지원을 받는 극빈층이었고 주기적으로 불안발작을 일으켰다. 게다가 바로 얼마 전에 경험했던 감정적인 학대를 대부분 아직 극복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러한 학대가나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내 삶은 엄마라는 이 고달프고도 새로운 정체성 안에서 일종의 답보 상태였다. 진짜로 엄마가 되고 싶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 P88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미적분 교수의 편견을 마주했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 사람들이 데이트 강간이라 부르는 것에 ‘이용’ 당했고, 한때 사귀었던 철없는 놈에게 맞았다
- P90

한푼이라도 벌어야만 여기저기 노숙인 쉼터에 다시 전화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딸을 데리고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불안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고정된 근무 일정에 맞춰 규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나의 독립, 더 나아가서 생존을 위한 열쇠였다. 미아와 나의 미래는 내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었다
- P110

나이가 들면 후회도 하고 과거를 자주 회상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길을 찾으려 애썼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 P123

지리적으로는 텍사스에서 벗어났고, 내면적으로는 소명을 향해 나아갔다 그 길은 위험천만한 영토에서 내가 걸었던 다른 많은 길과는 달리 위험했지만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었다
- P181

나에게는 모든 상황을 개선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해 여름에 이를 악물고, 그 사람이 남자친구나 가족이 아닌 바로 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나 지금이나 나를 도울 사람은 나뿐이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나를 사랑해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했다. 스스로 움직여야했고 자세를 낮춘 다음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여곡절을 힘차게 헤쳐나가야 했다
- P274

진정한 고향을 찾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집이란 언덕 위에 서 있는 근사한 저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했다. 집은 우리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곳, 소속감 그리고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 P4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