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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평론가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명성만 들었을 때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토록 그가 칭송받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과연 세계최고라는 그의 명성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이가 많은 영국의 왕 ‘리어’는 자신의 땅을 세 딸들에게 나누어 주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왕은 딸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땅을 주겠다고 하며 세 딸들에게 각각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습니다. 결혼을 한 첫째 딸(거너릴)과 둘째 딸(리건)은 현란한 수사를 동원한 아부의 말로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표현하여 왕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반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셋째 딸(코딜리어)은 자신은 자식 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사랑할 뿐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여 왕의 노여움을 삽니다. 그리하여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왕의 영토의 절반씩을 받게 되고 셋째 딸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왕국에서 쫓겨나 프랑스로 간 뒤 프랑스의 왕비가 됩니다. 그리고 왕의 충직한 신하인 켄트 백작은 왕에게 그의 결정이 잘 못됐다고, 왕을 진정 사랑하는 딸은 셋째 딸이라고 충언하다 쫓겨납니다. 땅을 나누어 준 뒤 리어 왕은 수행 기사 백 명을 거느리고 첫째 딸의 성에 가서 기거하는데 첫째 딸은 땅을 분배받을 때의 태도에서 180도 돌변합니다. 리어 왕은 첫째 딸에게 모욕과 냉대를 받고 분노하여 그 성을 나오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한편, 왕의 또 다른 충직한 신하인 글로스터 백작에게는 적자인 에드거와 서자인 에드먼드 라는 두 아들이 있는데 에드먼드가 아버지와 형 사이를 이간질하여 아버지가 형을 내쫓게 만든 뒤, 아버지가 반역을 꾀했다고 리어 왕의 딸들에게 모함하여 글로스터 백작은 두 눈이 뽑힌 채 내쫓김을 당합니다. 왕의 둘째 사위인 콘웰 백작에 의해 글로스터 백작이 눈을 뽑힐 때 글로스터의 하인이 이를 저지하다 죽고, 콘웰도 하인의 칼에 맞아 죽습니다.
p120 글로스터: 갈 길이 없으니 눈은 필요 없다네. 보았을 땐 자주 넘어졌어. 자주 눈에 띄지만 우리는 있으면 자만하고, 순전한 결핍도 쓸모가 있는 법. 오, 내 아들 에드거, 현혹된 이 아비의 분노의 희생물, 살아생전 너를 만져볼 수만 있다면 난 눈을 되찾았다 말하리.
그 후, 리어 왕을 돕는 신하들이 프랑스에 있는 셋째 딸에게 사정을 알려서 프랑스 군대가 영국으로 쳐들어와 싸우게됩니된다. 프랑스 군대는 패하고, 셋째 딸 코딜리어와 리어 왕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코딜리어는 죽임을 당하고 리어 왕은 충격을 받아 죽습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인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싸움을 벌이다(첫째 딸은 남편이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동생이 언니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 뒤 자신도 자살을 합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독특하고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인데, 선인도 완전한 선인이 아니고 악인도 완 전한 악인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짧게나마 알고 있던 내용으로는 리어왕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비극이 벌어진다는 정도 뿐이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책을 읽기 전 별 생각없이 부담 없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엃히고 섥힌 줄거리를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극의 초반 리어왕의 어리석음과 한편으로는 고지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코딜리아의 순수한 마음이 엇갈려 비극의 발단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 후에 리어왕이 겪는 일들과 그의 딸과 주변 인물들 간의 여러 이야기들이 다른 비극 작품에 비해 더욱 복잡하게 엮이기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사실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오셀로의 이야고보다 오히려 이 작품속의 에드먼드라는 인물이 더 영악하게 느껴졌고, 리어왕의 두 딸은 햄릿의 삼촌보다 더욱 더 권력을 탐하는 듯 느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사의 보편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보일법한 인간 군상들의 설정들이 리어왕에 많은 부분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오는 ‘고전’이라는건 시대를 초월해 인간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딜리아 :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로 않겠어요 - P18
에드먼드; 그래서 내 출생은 큰곰좌 아래였다, 그러므로 난 당연히 거칠고 색정적이다. 쳇! 이 천출 자식을 만들 때 가장 순결한 처녀별이 저 창공에 반짝였다 하더라도 난 지금의 나였을 것이다. - P34
넝마 걸친 아비는 자식들이 눈 돌리나 주머니 찬 아비는 자식들이 친절하지 - P76
인내와 슬픔은 최고의 표현 놓고 다퉜는데, 비와 햇빛 한꺼번에 본 것처럼 미소와 눈물은 좋은 사이 같았지요. 무르익은 입술 위를 행복하게 노니는 미소는 눈을 찾은 손님이 진주가 금강석 이별하듯 가시는 줄 모르는 것 같았어요. 한마디로 슬픔이 모두에게 그리 잘 어울리면 진품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입니다 - P129
난 대단히 어리석고 멍청한 노인이오.한 시간도 안 빼놓고 팔십이 넘었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온전한 정신이 아닐까 두렵소. 당신과 이 사람을 알아봐야 하는 건데 그게 의심스럽소. .....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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