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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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아픈 데가 많아지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관절염과 같은 만성 질환을 한두 개쯤은 달고 지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복용하는 약의 수도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여기저기 아프니 많은 약을 사용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 받은 필수적인 약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권하는 건강식품, 보조제, 비타민 등 정말 약만 먹고도 배부를 지경에 이릅니다.

이 책은 가짜나 엉터리, 또는 수상해서 '약국에 없는 약'에 대한 일화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역사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유와 황당한 재료들이 모여 만병통치약과 만능해독제라는 이름으로 '발명'되곤 했습니다. 진시황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사랑한 수은은 그 모양과 희소성 때문에 약이 되었고, 이집트의 미라는 번역의 실수로 인해 유럽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됐다. 조선의 왕 정조는 담배의 효험을 예찬했고, 프로이트는 코카인을 획기적인 신약으로 조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히로뽕은 20세기 초 독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대마는 종교의식에 쓰이는 신성한 식물이었지만 지금은 '나쁜 것'이 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인간이 '가짜 약'을 거쳐 '좋은 약'을 얻기까지의 험난하면서도 요상했던 에피소드를 살펴보고, 2부에서는 생존에서 불로불사의 도구로 활용된 약재로 시작해 '중독과 쾌락'의 수단인 담배 아편 코카인 대마의 효능과 폐해 등을 다룹니다. 마지막에는 이른바 '생산적인 마약'을 둘러싼 논란과 '약으로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p207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는데, 당시의 코카콜라는 미국의 모르핀 중독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일상적인 음료수가 아닌 일종의 약품이었다. 1800년대 말,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였고, 전쟁 중 약으로 사용하던 모르핀에 중독된 환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코카콜라의 '코카'가 암시하듯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의 코카콜라에는 코카인이 함유되어 있었다. 프라이슐이 아편에 중독되었을 때 중독 치료를 위해 프로이트가 코카인을 권유하였던 것처럼 코카인은 각성효과덕분에 질병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획기적인 신약으로 여겨졌다

최초의 약은 가짜 약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고도 실패했지만, 그것이 단순히 실패로 끝난 게 아니라 근대 의약학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또 조선 정조가 효험을 예찬한 담배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획기적인 신약으로 조명했던 코카인이 오늘날 ‘나쁜 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중독성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또한, 저자는 ‘마약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가’ 또는 ‘좋은 약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좋고 나쁜 약이 되는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약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마약이 아닙니다. 의학적인 치료와 시술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즉, 그야말로 ‘약’이 되는 마약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마약은 중독의 위험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의력결핍장애 치료제, 식욕억제제, 간질치료제, 신경안정제, 마취제, 수면제, 진통제 등 상당수의 치료용 약제가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중독의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잘못된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질병 치료를 위해 해당 약물을 복용해야만 하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처방하는 의사들까지도 괜한 뭇매를 맞고 있으며 심각할 경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광고에서 주워들은 약을 사거나 인터넷 정보를 뒤적이며 정보를 찾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자신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그 정보가 제대로 검증을 받은 것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먹다 보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더 먹기도 하고 덜 먹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용량을 복용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 효과가 나오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 또는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약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문화사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설명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약국에 없는 약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약에 대해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약과 나쁜 약의 기준은 무엇이며 옳은 약과 옳지 못한 약의 기준은 무엇인지 다시금 살펴볼 수 있는 성찰의 근거를 역사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과거를 지나 현대에 이르면서 더 복잡해진 약과 질병을 역사와 함께 되짚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의사들은 문자를 사용해 처방과 치료법 등을 기록했는데, 오늘날 이 문서들을 에베르스 파피루스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주술은 약과 함께 사용할 때 효과가 있으며, 약은 주술과 함께 사용할 때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 P24

현대에 이르러 제약회사들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였다. 앞으로 정복해야 할 질병들은 과거처럼 많지 않을뿐더러, 아스피린처럼 크게 대박을 터트릴만한 혁신 신약의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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