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열 명 중 여덟 명이 일생에 한 번은 겪는다는 우울증. 수치스러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냥 감내하거나 몰래 병원을 드나들며 외롭게 버텨냅니다.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괴로워합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쉬지 않고 되풀이되는 질문은 고통을 더욱 가중하기만 합니다. 단지 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슬프고 축 가라앉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지만, 벗어나려고 애쓰며 노력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더 불안하고 우울해집니다.

슬픔은 우리 모두가 상실을 경험할 때 겪는 정상적인 인간 과정입니다. 우울하고 우울한 느낌은 정상적인 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는 슬퍼하고,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사람과 무슨 일을 했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조금 더 쉽게 느껴집니다.

p23 환자는 우울한 것일수도 있다. 우울은 불행한 감정과는 다르다. 우울은 불행보다 훨씬 더 깊고 큰 절망감으로, 세상을 보는 눈에 색을 덧입히고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우울증에 취약한 경우-예를 들어 이전에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우울증이 재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슬픔과 관련된 우울증은 슬픔의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됩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다운된 기분, 수면 문제, 체중 변화 및 에너지 부족, 절망 및 자살 생각과 함께 우리가 인식하는 다른 모든 것들을 경험합니다. 이것이 매주 계속되거나 매우 심각해지면 슬픔이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질병입니다. 나이, 성별, 학력, 지위 등에 관계없이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당신을 붙잡아서 빠져 나갈 힘을 찾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가 처방한 치료와 약물이 모두 필요합니다.

p282 누가 뭐라고 말하든,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받는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겨 문제를 악화시키는 게 아니라, 뭔가 개선하려고 행동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고립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정신 질환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중요하며, 정신 질환 건강 (및 직업으로서의 정신과)의 오명을 줄이는 것이 도움을 구하고 회복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우울에 대한 회고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만났던 내담자들의 기록의 모음입니다. 주요 내용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그녀의 어린 시절이 남은 인생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울을 겪는 이들, 우울을 치료하는 이들 모두에게 힘이 되어줄만한 책입니다.

나는 우울증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더 인간적이고 이해를 잘하는 치료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을 겪는다. 다른 과 의사보다 더 많이 겪는다. 우울증 전문가라고 해서 우울증에 안 걸린다는 법은 없다. 내가 모든 답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이다. 처음 온 환자는 무슨 문제인지 말해보라고 하면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마음 한구석에 감춰진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데 거기에 맞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문제가 무엇에서, 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아직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 P14

불안이 무언가가 일어나리라는 두려움의 징후라면, 우울증은 두려움이 현실이 될 때 나타난다
- P92

인간은 본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사랑은 양방향일 수도, 외방향일 수도, 폭력적일 수도, 치유적일 수도 있다.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한 경험은 어른이 되었을 때 우울을 이길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또 어른이 되었을 때 힘이 되고 사랑해주는 사람의 존재는 힘든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의 해독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연이나 파경은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겪었던 상실의 아픔을 다시 들쑤실 수도 있다
- P102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모든 결점과 허물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 P117

세상에 단일한 진실이란 없다. 저마다 몇 개의 안경너머로 각자의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뿐이다. 남들의 기억과 인식과 가치관을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은 자기 필요에 맞는 진실을 만들어간다. 좋건 나쁘건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스토리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일기를 쓰면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만들어간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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