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과 하면 흔히 정신분열병, 우울증 등 중증 질환을 떠올립니다. 그 때문에 심리적인 병원 문턱이 아주 높습니다.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죠

또 다른 흔한 믿음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본들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정신적인 문제는 자기 마음먹기 나름인데 내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를 만난 본 들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나중에 마음만 고쳐먹으면 되니 의사에게 갈 필요 없다고 하여 이래저래 정신과 의사는 필요 없게 됩니다.

환자들이 정신과에 올 때 부담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는다’라는 편견입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수십 가지의 경우가 있습니다.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 처방을 받으러 갈 수도 있고, 스트레스 상담을 받으러 갈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망상이나 환청 때문에 입원하러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라는 말에는 이와 같은 다양한 사정과 맥락들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소위 정신병이라 생각하는 정신증(psychosis)을 연상시켜 정신과에 대한 긴장과 불편함을 더해줄 뿐입니다.

p103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힘들어도 좋다. 흥미를 느끼고, 사람들을 돕는 일이란 보람도 느끼며, 괜찮다 할 수 있는 수입까지 따라오는데, 어찌 힘들기만 할까? 좋은 직업을 택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 빈도가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보다 잦다.

정신과 의사는 말 그대로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 대한 훈련을 받고, 그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여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체득하였다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수련 기간 중 정신과의사는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p252 미래를 걱정하며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생각한다.

적당함을 지나친 이런 과도하고 불필요한 생각은 뇌에 과부하를 일으켜 다양한 증상을 만든다. 마음챙김은 마치 컴퓨터의 필요 없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듯 생각의 양을 줄여 뇌가 안정을 찾도록 해준다. 오늘 남은 식사 시간, 무엇을 먹든 여태껏 그 어떤 끼니보다 더 집중해보기를, 마음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비워내며 음식 맛을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은 일화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와 관계의 의미를 풀어내고, 마지막에는 '마음챙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신과란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기에 정신과에 찾아간 것만 해도 큰 용기를 낸 것이란 얘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전달해서, 정신과, 정신질환에 대해 모르는 사람, 편견을 가진 사람이 점점 줄어야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정신과문턱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해 보였습니다.

p294 치료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기 치료와 재발 방지다. 치료받지 않은 시기가 길수록, 재발 횟수가 많을수록 잘 회복되지 않는다. 약물에 더 반응하지 않는다. 이토록 중요한 치료 시작 시기를 늦추는, 자주 재발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정신질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편견과의 싸움’으로 정신과 상담이나 진료를 쉬쉬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지역에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기 위해 진료실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신과 문턱이 낮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유명인들도 언론매체나 방송 등을 통해 정신과 진료 사실을 밝히면서, 정신과가 예전처럼 중증 정신질환자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신∙심리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 각종 내과∙외과적 질환들도 점점 더 많아져 정신건강의학과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에 들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역할이 커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삶에서 깨달은 깊이 있는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환자를 환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한 의사의 자세와 마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조금이나마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소되지 않은 채 무의식에 계속 쌓인 부정적 감정은 여러 신경증(마음속 심리적 갈등이나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불안으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 증상을 만들어내는 원재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환자의 무의식 속에 응축되어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증상이 해결될 수 있다
- P85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대상‘이다. ‘충분히 좋은‘이란 말을 내 방식대로 더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군데군데 불만족스럽고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이다
- P208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바로 여기‘에.
- P2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