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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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은 자신의 마지막 저서인 "담론"에서 工夫(공부)의 글자 뜻풀이를 이렇게 하셨습니다. 첫째 글자 ‘工’은 위, 아래의 두 선을 잇는 모양이니,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글자 ‘夫’는 하늘과 땅인 두 선을 人(사람)이 잇고 있는 모양이니,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는 하늘과 땅을 사람이 연결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능력을 닦는 수련입니다.

p14 입시와 취업으로 전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탁월함을 목표로 공부를 하게 될 때, 아마 한국인은 양념 치킨보다 더 멋진 것, 이를테면 잘 양념된 삶을 이루고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민 교수는 공부에 관한 논의가 입시 ‘제도’에 대한 토론으로 축소된 오늘날,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부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공부 조언을 펼칩니다. 이를 통해 쓰기, 읽기, 생각하기, 질문하기 등을 중심으로 공부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견해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모범생의 자세만으로는 부족하니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창의력이야말로 알약을 먹는다고, 혹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생기는 역량이 아니지만, 대신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또, 생각이 부족하면 새로운 경험으로 여행과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p82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래서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리는 늘 공부를 하고 또는 우리는 늘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교육에서는 ‘공부’라는 말을 학교에 가둬두지 않기에 공부는 ‘학생’의 고유한 직분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일상의 자연스러운 활동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우리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p211 비판을 하는 사람은 어떤 덕성이 필요한가. 첫째, 상대 주장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마주하여 비판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상대의 핵심 주장에 강점이 있음에도 상대가 보인 약점에 탐닉한 나머지 그것을 상대의 '본질'이라고 간주해서는 안된다. 하수들일수록 상대의 하찮은 약점에 탐닉한다

 

10페이지마다 실려 있는 책그림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 문장 하나하나에 연신 무릎을 치게 되고, 어딘지 모르게 살짝 냉소적인 듯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을 수 있으며,혼란스러운 현실 안에서도 자기중심을 갖게 하며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됩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이 책이 존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도 계속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책을 몇 자로 축약하여 소개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부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비법서도 아닐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삶의 향기가 올곧이 배여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부라는 ‘화두’를 가지고 여러 번 읽으면 읽을수록 공부와 삶에 대한 다채로운 의미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부가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아마도 그런 공부가 죽기보다 하기 싫은 사람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그토록 하기 싫어한다는 것도 나름 인정해줄 만한 결기다. 공부가 하기 싫은 나머지, 공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일을 그는 해낼 수 있게 된다.
- P27

시중에서 나도는 이야기를 그럭저럭 그러모아 늘어놓은 뒤, 이 사회에서 기꺼이 허용하는 수준의 비판의식을 첨가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타자에 대한 공감 의식을 고명처럼 살짝 얹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신중한 제언을 첨부하는,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어떤 강렬한 인상도 남기지 않는 말과 글에 대해서 우리는 요구할 수 있다, 좀 더 창의적이 되라고. 목전의 상황에서 가능한 여러 선택지들을 나열하고, 그 선택지들이 가져올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서 보여주지만, 그 어떤 선택지도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때 우리는 요구할 수 있다, 좀 더 창의적이 되라고. 창의적이 되어라. 그러나 이 말처럼 답답한 요구도 드물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 P131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가 마음속에 얼어붙어 있는 바다를 깨는 일이라고 했는데, 책을 대충 읽어서 얼음이 깨질 리가 있겠는가. 얼음을 가르려면, 정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책이 과연 제대로 날이 선 도끼란 말인가? 그것을 알려면, 일단 어느 정도 다독을 할 수밖에 없다. 공 점유율이 높아야 골도 넣는 법.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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