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휘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보통 생각 자체를 언어를 빌려 하고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나열인 셈입니다. 생각이 정확하거나 다양하려면 생각할 때 쓰는 단어도 정확하고 깊이가 있어야 합니다. ‘단어들의 집합’을 뜻하는 어휘가 풍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휘는 단순히 단어의 수가 아니라, 표현이나 문구 등도 포함한 지식의 집합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대한 어휘에 주변 정보까지 더해집니다. 따라서 어휘력을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교양의 차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p45 대상을 통해 지각하거나 인지한 것을 표현한다. 지각과 인지를 통해 얻은 자신의 감각이나 개념, 판단, 감정 등이 타당한지 확인한다. 조정하고 조율하는 단계를 거친다. 타당성을 확보하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틀리거나 다르다고 인정하면 사고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배울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언어로서 가능하다.

유선경 작가는 어른에게 필요한 어휘력은 단순히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 말발이 센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낱말에 대해 잘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어휘력을 키우는 일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이자 내 감정을 품위 있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공감과 소통능력을 높이는 일이자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p104 말은 인격이다. 인격은 기본적인 어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 어떠한 의도로 쓰는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1장에서는 일상에서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어휘력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2장에서는 어휘력을 키우는 기술을 습득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3장에서는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4장에서는 한 개의 낱말에 대해 궁금해하고 음미하는 일이 어떻게 어휘력을 늘리고 사고력을 확장 할 수 있는지 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익숙한 어휘와 생소한 어휘를 골고루 선택해 촘촘히 써내려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어휘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별히 280여 개에 이르는 주석에서 만나는 낱말의 사전적 정의를 통해 문장에서 다른 낱말과 함께 배치했을 때 의미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과 낱말을 알려주는 사전의 기능도 합니다.

p173 어휘력은 말뜻뿐 아니라 말맛도 파악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다른 세대의 언어를 아는 것도 어휘력이다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한국어는 어휘가 매우 풍부합니다. 어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언어는 어휘력의 차이도 다른 언어보다 훨씬 쉽게 생깁니다. 그래서 한국어는 어휘력이 부족하면 그 차이가 쉽게 드러나는 언어입니다.

보통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성인이 됐을 때 쓸 수 있는 어휘는 2만개에서 10만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2만개를 쓰는 사람과 10만개를 쓰는 사람의 사고력의 다양성과 깊이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일 것이다. 어휘력을 기르는 일은 국어 성적을 올리는 의미를 뛰어넘어 삶을 풍부하게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비슷한 말, 반대말, 같은 어원을 가지는 말 등의 기준으로 체계적인 어휘 늘리기 연습을 하는 데 비해서 모국어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기르지 않으면 어휘력이 높아지기는커녕 퇴보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어휘들도 있었으나 낯선 어휘들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 어떤 어휘를 구사하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준 책이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 좋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못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잊고 살다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된 거지요. 그때 다시 읽으면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됩니다
- P29

울고 싶지만 울지 않고, 꿀밤 때리고 싶지만 때리지 않고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감정을 품위있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표시다.
- P81

사람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일은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고 오랜 훈련과 철학적 경험을 필요로 한다. ‘좋아요‘나‘♥‘ 공감의 표시가 아니라 반응의 표시며 많이 누른다고 공감능력은 늘지 않는다. 물론 어휘력도 늘지 않는다
- P145

자신에게 익숙한 사고를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사고를 하는 것도, 사고력을 확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사고에 익숙한 사람인지조차 깨치지 못했을 것이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