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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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10년 사이 약 20%포인트 감소했다고 합니다. 독서율 52.1%란 국민 절반가량만이 1년에 책을 한권 이상 읽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독서량 6.1권을 결합해보면 1년간 국민 절반이 책을 두 달에 한권 가량 읽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폭증하는 지식과 정보 중에서 어떠한 것이 정말 나에게 유익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적입니다.

이 책은 유유출판사에서 펴내는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무척 작은 판형의 책으로 200쪽이 넘지 않는 매우 가벼운 책입니다.

책을 읽음으로서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알아간다는 게 참 당연하기도 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운전을 하면서 운전을 배우는 것과 같은.

저자는 첫 장에서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첫 눈에 반한 책을 읽어라”라고 말합니다. 책이 마음에 들어야 읽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떤 책이 됐든 나에게 도움이 되고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고 합니다.

또,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에 대한 견해를 피력합니다. 도서관이 평생학습관으로 바뀌면서 책이 더 있어야 할 공간이 강의실로 변경되고 문화센터 개념으로 바뀌었는데, 그건 문제라고 합니다. 또, 강의만 듣는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세태를 보면 계속 강의만 들으려고 하고 책은 안 읽습니다. 스스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없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몸으로 배우는 게 가장 좋지만, 몸으로 배울 때조차 혼자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면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경험 자체를 정리하고 숙고해서 하나의 철학으로 만드는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독서가 해결해주는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p91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던 앎을 얻는 기쁨만이 아니라 내 안의 세포를 깨워 한계를 넓히는 드문 기쁨을 줍니다. 그러므로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나를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어려운 책을 읽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책 읽는 방법 중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독은 중요하지만, 다독을 훈장 삼아서 그냥 읽지는 말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소리 내어서 읽는 방법,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읽는 방법, 정독하는 방법 등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리 내어 읽는 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입으로 읽는 낭독(朗讀)과 귀로 듣는 청독(聽讀)에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며 “저자와 독자와 청자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보통의 독서와는 다른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책을 매개로 해서 읽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나아가 듣는 이들 사이에 교감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질문하면서 읽는 법’을 강조하는데, 저자는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책을 읽으라”며 “질문에 답하는 독서는 무엇보다 책을 잘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특히 나를 아는 데에 가장 좋은 자료”라고 강조합니다. 철학이나 역사, 심리학도 다 사람을 이야기하지만 문학은 사람의 행동과 심리를 판단하기보다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사람 속을 상상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p139 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력, 세계를 다르게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키워 줍니다. 그리고 그 힘은 문학이 사람을 읽는 눈을 길러 주는 데에서 나옵니다. 나를 읽고 너를 읽고 우리와 그들의 세상을 읽으면서, 각자의 삶과 그 삶들이 한데 어울려 만드는 이 세상을 더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독서의 방법들은 말 그대로 방법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다양한 독서법이 있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골라 적용하면 됩니다.

무엇을 읽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방법에 맞는 책을 중점으로 둔 것이 좋았습니다. 책을 너무 빨리, 급하게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좋은 책을 만난 듯합니다. 좀더 일찍 좋은 길잡이를 만났다면 좀 더 현명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만나 좀 더 현명하고 체계적인 책읽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이제 ‘책을 읽자’ ‘독서주간’ ‘지식기반사회’ 등등의 어휘와 표어가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되어 거리를 덮게 될 ‘독서의 계절’ 가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책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 읽기야말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의 한 방법이지요. 책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와 견해를 접하고 이를 거울삼아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독서가 가진 의미입니다. 이때 자신을 돌아본다는 건 자기 안의 허위와 편견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최대한 투명한 눈으로 자신과 세계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 P44

책을 읽는 것은 이런 배움의 일부이며, 자신의 무지를 일깨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 다른 지식, 다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의심과 두려움을 ‘틀렸다’고 치부하거나 눈을 감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세계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 P65

일본의 해부학자이며 도쿄대 명예교수인 요로 다케시는 그것을 ‘바보의 벽‘이란 말로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자기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는 알아서 차단해 버리는 선택적 인지를 하는데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 ‘바보의 벽‘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 P84

우리는 문학을 통해 나와 전혀 다른 존재가 실은 나와 똑같이 사랑하고 고통 받고 살고 죽는 존재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존재, 다른 세계에 공감하면서, 내 안에 빛과 어둠이 있듯이 타자의 내부에도 빛과 어둠이 있으며, 내가 겹겹의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문학이 가진 이 공감의 상상력이야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142

마르크스가 진짜로 무슨 말을 했는지, <도덕경>에 대한 왕필의 주석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학자라면 모를까 독자의 인생에선 무의미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 왜 그 책들을 읽는지, 오래전에 살았던 그들에게서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내가 구성한 새로운 삶의 원리가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책을 제대로 잘 읽으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내 삶의 문제에 제대로 잘 응답하려는 간절한 요구에서 나옵니다. 독서란 다만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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