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찬란한 빛들 모두 사라진다 해도 - 삶과 죽음, 그 후에 오는 것들
줄리 입 윌리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삶과 죽음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은 더 이상 손 쓸 수 없음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간절히 삶의 의지가 솟아납니다.

저자인 줄리는 1976년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중증 백내장을 갖고 태어났는데, 할머니는 그녀를 안락사시키기로 합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다낭에 있는 약초 사에게 데려가지만 그는 그들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그 후, 그녀가 세 살 때 그녀와 수십 명의 가족은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비밀리에 탈출하기 위해 어선에 탑니다. 홍콩으로 가는 가라 앉는 배를 타고 위험한 탈출에서 살아남았고, 결국 미국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그녀는 수술을 받았고 시력의 일부가 회복되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점차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매니큐어사, 그녀의 아버지는 채소 도매업자였습니다. 그들의 일을 통해 줄리는 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며, 매사추세츠의 대학교에서 영어 및 아시아 학위를 받습니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돌보거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남편과 자신의 가족을 꿈꿨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혼자 세계를 여행하며 명망 있는 로펌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조쉬를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브루클린으로 이사했고, 두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2013년 37세에 결장암 4기를 진단받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딸들에게 기록된 유산을 남기기로 결심합니다.

p153 나는 암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하지만, 내가 어쩌다 암에 걸리게 됐는지를 글로 풀어놓으며 매일 깨닫고 있다. 암은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기만 하던 예전의 삶을 앗아갔지만 대신 가족과 이웃들의 사랑을 선물로 안겨주었다는 것을. 이 사랑은 이제 내 영혼의 일부가 되어 나를 영원히 버티게 해줄 것이다.

 

딸이 성장하고 성숙 해지는 것을 보기 위해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그녀의 슬픔은 내내 느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고려합니다. ‘계속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새로운 약과 시술을 시도하고, 새로운 전문가를 만나는)이 용감한 일인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것에 굴복하는 것이 더 용감할까?’ 결국 그녀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호스피스 케어에 들어갑니다.

그녀는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우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묻는 질문입니다.

p117 내 안의 살인자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바로 나다운 방식이었다. 나는 내 처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냉혹하고 힘든 인생을 살아왔기에 현실을 부정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현실 부정은 희망의 사촌이다. 내 삶의 모든 좋은 것들, 이를테면 조시와 함께 꾸린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 삶은 잔혹한 진실을 의식적으로 대면해야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현실적인 생각이 나와 잘 맞았다. 희망 같은 마법은 매력적일 순 있지만 지금은 그런 매력에 굴복할 때가 아니다.

 

단순한 암 투병기가 아니라 한 여성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한 가지 장애물에 용감하게 직면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가족간의 사랑과 유대 (자식에 대한 무한한 부모의 사랑,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와 낙관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삶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p199 암과의 싸움에서도 최선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죽게 되어도, 이 삶에서 조금이나마 더 시간을 벌고 최대한 잘 살아본다면, 그래서 어떤 후회도 남기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포기하지 않고 싸우기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딸들에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교훈을 일깨울 수 있으니 마음이 평안할 것이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딸들이 깨닫길 바란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워가고 과거를 들여다봄으로써 미래를 그려봅니다. 죽지 않고 산다면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것은 이번 생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줍니다.

‘사람이 가진 가장 교만한 착각은 내일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란 말을 어디선가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죽을 날을 모를 뿐 모두 시한부 인생이기에, 인생은 유한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삶을 온전히 사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고통 없는 안도감, 잔인함 없는 연민, 두려움 없는 용기, 절망 없는 희망, 고생 없는 지혜, 결핍 없는 감사는 있을 수 없어. 인생에는 이런 역설이 넘쳐난단다. 온갖 역설 속에서도 길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야
- P21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인생에는 부모와 형제자매, 친척, 친구, 연인, 자녀, 직장 동료, 그 외에 우리의 삶을 채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존재와 수다에 묻혀 살다보면 인생이 오롯이 각자의 의지로 이끌어가는 혼자만의 여정임을 종종 잊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존재다.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삶은 결국 혼자 끌어가야 한다
- P56

죽음이 임박하면서 인생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갑작스레 확인했지만, 그로 인해 좋은 점도 있었다. 관계의 진전 속도가 빨라져서 오후에 한 번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지인이 친구가 되었다.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P90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불가피한 운명을 맞이한다. 그러니 마음에 위로가 되고 평안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믿어도 되지 않을까. 마지막 순간에 죽음이 두려워 도망칠 수도 있고 깊은 성찰 끝에 당당하게 죽음을 대면할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평안과 고요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P261

우리는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의 그림자가 아니라 일견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실은 좁디좁은 한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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