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 테마소설 1990 플레이리스트
조우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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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하고 나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내 노래 같이 들리고, 사랑에 빠지면 세상의 모든 사랑 노래가 내 이야기같이 들리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노래들을 모티브로, 일곱 명의 여성작가들이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듣고 자랐거나 기억하는 90년대의 노래를 직접 골랐다고 합니다.

이사랑은 처음이라서

1990년대 활동했던 ‘밀크드림’이라는 아이돌그룹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도서관 글쓰기 강사인 주영은 학생 민아와 함께 ‘밀크드림’팬의 시위에 보호자로 참석하는데 우연히 현정을 봅니다.

30년 전 주영은 전학 첫날 짝이 된 현정과 단짝 친구가 되어 교환일기를 주고 받습니다. 현정은 ‘밀크드림’의 팬이었습니다. 주영은 현정의 전화사서함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말들을 녹음합니다. 그러나, 현정의 사서함에 다른 사람도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름방학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절교합니다.

기획사 사무실에 가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고 주영의 부모가 그것을 봅니다. 근처에 사는 주민의 신고로 미성년자인 민아가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현정은 주영 앞에 막아섭니다.

p27 주영은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마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아가 정말 괜찮다는 걸 믿었다. 그리고 민아의 마음이 오래 지켜지기를 빌었다.

에코체임버

주인공은 코인노래방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앞 타임에 일하는 ‘웅이’라는 친구는 유투버로 일합니다. 우연히 50대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수지밴드의 ‘오락실’을 부르는 모습을 봅니다. 웅이와 고깃집에서 우연히 그 아저씨와 합석하게 되는데,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의 우승후보인 박수지의 아버지라고 합니다.

p60 아빠 사랑해요, 난 아빠를 믿어요. 청소도구를 들고 복도를 오갈 대마다 들려오는 처절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믿음과 사랑이 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부담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A.A모임봉사자로 일하는 나흔은 새로운 멤버 영현을 만납니다. 그의 상냥함과 여유로움에 사랑을 느끼고 그의 제안으로 A.A를 그만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나흔의 생일날 와인을 나누어 마시고 잠이 들었을 때, 나흔은 영현이 ‘가흔’이라는 이름을 잠결에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나흔은 다시 중독센터로 향합니다. 그러나 다시 술에 취했을 때 자신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매일의 메뉴

입시미술학원의 실장인 ‘나’는 학생 유미를 보며 자신의 학생시절을 떠올립니다.

학생시절 ‘L'과 같은 학원에서 입시준비를 했는데 일방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고 절교를 합니다. L대신 ’영일언니‘와 채팅을 하며 그녀를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녀는 과도하게 우울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녀와 붙어다니며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하고 연락이 끊어집니다.

‘음악과 소설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 새로운 장르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익숙한 두 장르를 결합하자 스토리에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하나, 아니 음악을 먼저 들어야 하나 결정해야 하지만, 어떤 것을 먼저 하든 상관없습니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단순히 ‘글’ 하나로 독자를 매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시간에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혀 싫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문화 공연 관람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시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큼 홀로 집에서 멋지게 시간을 보낼 방법이 또 있을까요?

각 소설의 말미에 각 작가의 '작가 노트'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으면 더 공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잠시동안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가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기에 뭔가 특별한 음악이 있었다, 라고 할까, 그때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을 필요로 했다.

음악은 그때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심히 집어들어 보이지 않는 옷으로 몸에 걸쳤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무라카미 하루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유사 이래 인간이 발명한 가장 뛰어난 타임머신은 가정법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고는 되돌아오는 법이 없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었다 - P135

틀린 말은 아니지 뭐. 선택한다는 건 포기한다는 거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 포기할지 선택하는 거니까.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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