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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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부'는 입시나 취업 등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와 압박을 동반하면서도 세속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언가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공부일까요?

책의 저자인 타라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 아버지와 산파이자 동종요법 치유사로 남편의 뜻에 순종하며 사는 어머니 아래서 1986년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자녀의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의사를 믿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9살이 돼서야 ‘생후 출생증명서’를 받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녀는 아이다호의 산골에서 아버지를 도와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거나 어머니를 거들며 삽니다.

하지만 교육에 관심이 많고 먼저 대학에 진학한 오빠 덕분에 그녀 또한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대학 진학을 반대합니다. 결국 대학에 진학을 했지만 그녀가 마주친 대학이라는 세상은 그동안 그녀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그녀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녀는 최우등으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교에 매료된 그녀는 게이츠 장학금을 받고 캠브리지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했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사실 기초교육을 전혀 못받은 사람이 독학으로 이런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엄마에게 글을 읽는 법과 간단한 수학 풀이 정도만을 배운 그녀가 혼자의 힘으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그 비결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녀의 비결도 '끈기'와 '성실함' 이었습니다. 즉, 일기를 매일 쓰는 성실함과 자연을 통해 배운 성실함이었습니다. 산에서 자란 그녀는 거대한 자연이 순환되는 모습을 보며 자라났고, 그 성실함 속에서 많은 배움의 진리를 자연스레 체득했을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유년시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일기를 쓰는 동안 '사색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매일의 '사색과 글쓰기'가 어려운 공부를 이겨 내게 만든 '비장의 무기'가 되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주인공이 대단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녀가 공부를 하며 이루어 낸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정신적으로 세뇌되어진 채, 세상과 단절되어 무지했고 자존감이 낮아 두려움에 떨어 왔습니다. 그런 그녀가 두려움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그만큼 감동적이었습니다.

가정이 나의 둥지가 되지 못하고, 부모가 보호막이 되지 못한채,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그대로 노출 된 어린시절을 겪었음에도,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교육계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굉장히 젊은 나이인데 자신의 기억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갈팡지팡하는 작가의 모습도 뭔가 불안정했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새삼 정말 어린시절 부모의 인정과 보호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또, 타일러, 리차드, 타라를 보면서 결핍이 때로는 성장에 대한 굉장한 동기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을 세운 후에,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남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엉덩이로, 자신의 몸으로 해나가면서 자기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산에서 살면 뭔가 주체적인 인상을 풍기게 된다. 프라이버시와 고립감, 심지어 지배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배어서일 것이다. 산이라는 광대한 공간에서는 아무도 없이 혼자서 소나무와 덤불과 바위들 사이를 몇 시간이고 누빌 수 있다. 그곳에는 광대무변한 공간감에서 나오는 고요함이 있다. 그 엄청난 규모 앞에서는 차분해지고, 인간과 같은 하찮은 존재는 전혀 중요치 않아 보인다. 진은 그렇게 산이 거는 최면, 인간 세상의 드라마를 뛰어넘는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 P55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 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 P75

이것은 그날 밤의 기억, 이후 10년 동안 그와 같은 수많은 밤들의 기억을 규정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나 스스로를 부서뜨릴 수 없는 돌과 같은 존재로 보게 됐다. 그런 다음에야 나는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 경험이 내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오빠는 내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내게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생각이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맞았는지 그때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나 자신을 내 안에서 비워 낼 수 있었는지를. 그 밤의 경험이 끼친 영향에 대해 집착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장 중요한 진실을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그 경험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그 경험의 영향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 P182

대학은 나랑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나는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미 알고 있었다. 열여덞이나 열아홉살이 되면 결혼을 할 것이고, 아버지는 농장 한 구키퉁이를 떼어 줄 것이고 내 남편은 거기다 집을 지을 것이다. 엄마는 내게 약초와 산파 일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제 편두통을 앓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다시 산파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엄마가 분만을 도와줄 것이고, 언제가, 아마도 나도 산파가 될 것이다. 그 인생 어디에 대학이 들어설 자리가 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 P200

모든 것이 지워지고 나면 그 자리에 무엇이 메울까? 나는 미래를 상상해보려고 애썼다. 교무들, 과제, 교실들로 가득 찬 미래. 그러나 어떤 그림도 머리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내 상상 속에는 미래가 없었다. 12월 31일이 올 것이고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P241

그 단어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숀 오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오직 그 단어를 듣는 내 귀뿐이었다. 내 귀는 그 안에 담긴 농담을 더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내 귀에 들린 것은 시간을 관통해서 울리는 신호음이자 호소였고, 나는 거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으로 응답했다. 이제 다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에 내가 꼭두각시로 이용되도록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 P288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원이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 P312

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벌충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높이 때문에 겁이 나니까 몸을 낮추고 있잖아요. 하지만 몸을 웅크리거나 옆으로 걷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킬 뿐이에요. 두려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 P372

그에 따르면 적극적 자유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의미였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이다.
- P399

내 수치심은 철컥철컥 돌아가는 전단기의 칼날로부터 나를 밀어 내는 대신, 오히려 그쪽으로 나를 밀어 넣는 아버지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 수치심은 내가 바닥에 엎드려서 목을 눌리고 있는데도 바로 옆방에서 엄마가 눈과 귀를 막고, 그 순간 내 엄마가 내 엄마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 P424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가 거울로 들어가고 나 대신 거울 속의 열여섯 살짜리 소녀를 내보내지 못한 그 순간이 바로 극의 절정이었다.
내 학업 성적이 아무리 우수하고 내 겉모습이 아무리 많이 변했어도 나는 여전히 그 소녀였다. 좋게 봐준다 해도 나는 두 사람이었고, 내 정신과 마음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 소녀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버지 집 문턱을 넘을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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