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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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해저 생명부터, 전설 속으로 사라진 고대문명 아틀란티스, 그리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까지.....저 바다 아래에는 또 무엇이 숨어 있을까요?

책이든 영상이든 바닷 속을 비추는 방식은 대개 판타지적입니다. 바다의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해저2만리’는 초등학생 때 열심히 읽었던 책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장면들은 가물가물했습니다.

1866년 세계 각지의 바다에서 괴물생명체가 출몰하여 선박들을 공격합니다. 이에 미국 정정부는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원정대를 발족하고 프랑스의 유명 박물학 박사 피에르 아로낙스와 그의 하인 콩세유, 고래잡이 명수 네드 랜드가 여기에 참가하게 됩니다. 반년에 가까운 탐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해 모두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을 무렵, 마침내 괴물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순양함이 혼란에 빠진 와중에 아로낙스 박사, 콩세유, 네드 랜드는 바다에 빠집니다.

‘괴물 생명체’에 의해 구출받게 된 세 사람은 그것이 생명체가 아닌, 초현대적 과학 기술로 제작된 잠수함 노틸러스호임을 알게 됩니다. 잠수함의 주인 네모 선장은 육지 세상을 등지고 해저 세계를 탐험하는 바다의 은둔자였습니다. 그는 아로낙스 박사 일행에게 노틸러스호의 보안을 위해 육지로 보내주지 않는 다신 자신의 탐험에 동참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들은 홍해의 산호초, 비고만 해전의 잔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전설의 대륙인 아틀란티스 대륙의 유적 등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네모 선장에게는 비밀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아로낙스 박사는 그를 미심쩍게 생각합니다. 네모 선장은 다른 나라에서 모진 박해를 받았고 이에 대한 복수를 위해 부하들과 함께 노틸러스호에서 숨어 지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노틸러스호는 국적 불명 군함의 공격을 받지만 오히려 그 군함을 격침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네드 랜드는 아로낙스 박사에게 노틸러스호를 탈출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로낙스 박사와 네드 랜드는 노틸러스호가 노르웨이연안에서 표류하던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탈출한 후 두 사람은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합니다.

주인공들이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는 신기한 해양 현상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몸길이 8미터짜리 대왕오징어나 진주의 종류와 채취방법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저자인 쥘 베른은 실제로 20세기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었는데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지금 읽어도 현대적이라 느껴지는 SF소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상상 과학과 바다 전설의 만남일 겁니다. 소설 제목처럼 잠수함 노틸러스는 기나긴 해저 여행을 떠납니다. 노틸러스는 그저 바다 밑바닥을 둘러보지 않고, 온갖 신비하고 기이한 바다 전설을 만납니다. 바다 모험의 로망들을 지속적으로 자극합니다. 주인공들이 노틸러스에 타기 전에 이미 소설은 '거대한 바다 괴물'를 화제로 등장시킵니다.

상상력은 그저 바다 괴물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노틸러스는 난파선을 방문하고 엄청난 보물들을 수집합니다. 네모 선장과 일행은 사라진 아틀란티스 유적을 방문합니다. 그들은 바다 목장으로 소풍을 나가고, 비밀스러운 바다 통로를 지나갑니다. 거대한 갑각류나 사나운 상어와 싸우고, 난폭한 고래들을 도살합니다. 그러나, 왜 네모 선장이 무서운 복수를 꿈꾸는지 자세히 밝히지 않습니다. 아로낙스는 네모 선장의 진짜 정체를 모르고, 노틸러스가 어떤 배를 침몰시켰는지 모릅니다.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이유는 경험할 수 없는, 혹은 경험할 수 있다 해도 두려움 때문에 접근조차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속, 그 중에서도 깊숙한 ‘심해’라는 공간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실감나는 묘사 덕에 마치 생물도감이나, 해저생물 관찰일지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고, 그 덕에 목마른 지적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었습니다.

'인류로 인해 슬픈 자연은, 그럼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다. 바다는 어찌 보면 인류 문명의 증거 그 자체일 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지구의 첫 생명이자, 가장 마지막 숨결일 것이다.' - 마티아스 피카르

물론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든, 실제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다
- P22

사랑하고 말고요! 바다는 아주 중요합니다. 바다는 지구의 10분의 7을 덮고 있지요. 바다의 숨결은 건강하고 순수합니다. 바다는 드넓은 황무지이나, 여기서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방에서 고동치는 생명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거대하고 초자연적인 존재가 살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바다는 움직임과 사랑 그 자체예요.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입니다
- P99

아아, 그 광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왜 우리는 느낌을 서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유리와 금속으로 만든 이 가면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왜 서로에게 말을 할 수 없는가? 왜 우리는 물에 사는 물고기처럼 살 수 없는가? 하다못해 땅과 물을 오가는 양서류처럼 살 수는 없을까?
- P252

그게 인류의 특권이라는 건 알지만, 심심풀이로 생명을 죽이는 따위의 잔인한 짓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참고래같은 남극 고래는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온순한 고래입니다. 그런 고래를 죽이는 것은 저주받을 짓이예요.
- P414

"아닐세. 누구 목숨이든 귀중한 건 다 마찬가지야.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간은 없네. 자네는 너그럽고 친절해."
- P473

매너티는 바다표범과 마찬가지로 해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그리하여 열대의 강어귀에 번성하면서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풀을 없앤다. ‘인간이 그런 유익한 동물을 거의 다 죽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나? 썩어가는 풀은 공기를 오염시켰고, 오염된 공기는 황열병을 일으켰고, 황열병은 이 아름다운 지방을 파괴하고 있네. 유독성 물질은 따뜻한 바다에서 번성했고, 그 피해는 라플라타 강에서 플로리다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갔지! 투스넬의 말을 믿는다면, 이 전염병은 바다에서 고래와 바다 표범이 사라졌을 때 우리 자손엑 닥칠 재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오징어와 해파리가 우글거리는 바다는 전염병의 거대한 온상이 될거야. 바다에는 조물주가 커다란 위장을 주면서 해수면 청소를 맡긴 포유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P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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