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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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월터 미셀은 네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유명한 마시멜로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보여주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것을 안 먹고 참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간 것입니다. 연구원은 창문으로 이들을 지켜보면서 먹지 않고 끝까지 참은 그룹과 바로 먹어버린 그룹을 분리해 추적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참고 기다린 그룹의 아이들이 그러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보다 사회적으로 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좌절되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갖고 더 잘 대처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아이들이 충동을 다루고 자제하는 능력이 성공하는 데 얼마나 필요한 자질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절제력이 있는 아이들은 좀 더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고 파괴적인 충동을 억제하는 힘이 더 강한 것입니다.

현대인은 많은 유혹에 시달립니다. 인간에게 욕망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보통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4분의 1을 욕망과 싸운다고 합니다. 이런 욕망을 이겨냄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에 이르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새롭고 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내려놓는 절제라고 말합니다. 계속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을 덜어내고 비우는 “절제”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헛된 욕망을 벗어나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 진정한 행복을 되찾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선택지 줄이기

심리적 관점에서 절제를 다룬다. 우리는 뭐든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선택지가 많으면 결정만 더 어려워진다. 쓸데없이 선택지만 늘리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에서 적당히 선택하고 만족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2.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보다 의미 있고 만족스런 삶을 살고 싶다면, 진짜 원하는 것 하나에 마음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3. 기뻐하고 감사하기

우리는 흔히 행복을 ‘얻어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타인을 위해 가진 것을 내놓고 포기할 때 행복은 생겨난다. 우리는 관계적 존재로서 타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배워야 한다.

4. 단순하게 살기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떼를 쓰듯 바라는 대신 정말 중요하고 단순한 것, 꼭 필요한 것만 원하는 태도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

5.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가족과 친구, 연인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의례들은 새롭고 자극적인 유행이나 이벤트에 비해 지루하고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가 있다. 일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삶의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절제(節制)는 자르고(節) 통제(制)한다는 뜻이 합쳐진 말로 절제력은 자르고 통제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한 행위는 능력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평범하게 걷거나 뛰는 것을 두고 능력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남들보다 빨리 뛰고 효과적으로 잘 걸으면 능력이 됩니다. 단순한 행위와 뛰어난 능력의 차이는 행위의 탁월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입니다.

이처럼 절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든 일에 절제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는 절제의 능력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귀한 자질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욕망에 대한 갈증을 유발하며 자원을 고갈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 지속해서 번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자기 통제가 꼭 필요하다. 여기서 자기 통제와 절제란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자학이나 기본적인 욕구를 부정하는 엄격한 금욕주의 같은 것이 아니다. 자학이나 금욕은 안 되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절제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토대로, 어깨에 놓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진 채 최선의 삶을 살아내기 위판 필요조건이다.
- P17

연구자들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 개념의 자기 절제만이 아니라, 세상과 타인에 대한 신뢰라는 결론을 내렸다. 달리 말해 자기 절제 능력이란 오롯이 개인의 의지에 달린 인격 특성이라기보다는 상황과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변에 신뢰할 만한 어른이 거의 없으며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는 그 누구도 아무것도 신뢰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자기 눈앞에서 당장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절제하고 나중으로 미뤄야 할 어떤 이유도 알지 못한다
- P33

마시멜로 실험이 강조한 식의 자기 절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내가 하려는 말은 자기 절제라든가 유혹에 저항하는 힘이 절제의 기술을 갈고닦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 목적이 단지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공허하고 이기적인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절제의 기술은 실존적이며 윤리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가치와 연결되지 않은 절제는 개인의 눈먼 자기 충족 수단으로 축소되기 쉽다. 순전히 기회주의적이거나 도구적인 자기계발 도구가 되기 쉽다는 말이다.
- P37

어떤 사람은 평생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계속해서 이사를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좋은 일자리를 얻든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나든 ‘정복‘의 기쁨이 워낙 빠르게 사라져버려, 더 새롭고 더 나은 일자리나 배우자를 너무도 쉽게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의 쳇바퀴에 오른 우리는 노상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계속해서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순간의 쾌락을 계속해서 느끼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투여량을 높이는 마약 중독자처럼 말이다
- P42

얀테의 법칙은 간단히 말해 ‘내가 대체 뭐라고?‘라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며, 성공에만 목매는 일은 다소 천박하다고 여기는 생각이다
- P48

우리의 삶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에는 실존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택한 일에만 마음을 쓰고, 다른 중요하지 않은 일은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 P70

키르케고르는 더 많은 흥미와 쾌락을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심미적 삶의 형식은 절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때 삶이란 그저 즐거운 경험만 찾아다니는 긴 여정으로 전락하고, 단 한 가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시도하기에 특별한 틀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
- P86

살지 않은 삶이란 우리가 상상과 예술, 꿈에서 사는 삶을 말한다. 필립스는 우리가 살지 않은 삶이 실제 살아가는 삶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현실도피를 옹호하는 말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를 지금 모습으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가 하지 않기로, 기꺼이 놓아버리기로 선택한 것들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꺼이 놓아버리는 것들 역시 우리라는 사람을 만든다. 무언가를 기꺼이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은 틀을 얻는다
- P89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고,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전부 붙들고 다 이루려고 애쓰느라 정작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게 되거나, 틀 없는 삶 속에서 욕망에 휘둘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사는 대신,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단 한 가지에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 P96

인간을 관계적 존재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타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란 걸 알게 된다. 여기에서 타인이란 추상적인 타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관계를 맺고 공통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나누는 구체적인 개인들이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이런 관계망을 일컬어 로이스트루프는 ‘상호의존성‘이라 불렀다. 상호의존은 삶의 기본조건으로 우리가 서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관계망이 제 역할을 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절제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신중하게 굴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배워야 하며 가끔은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 P110

이제 우리는 자기 자신은 물론 기업이나 조직을 아무리 계발하고 성장시켜도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모두가 끝없는 평생학습에 매진해야 한다. 거기에는 휴식도, 결승점도 결코 있을 수 없다.
- P136

지속 가능한 삶이란, 쉽게 말해서 자연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거나 완전히 고갈시키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적어도 이 세상을 우리가 물려받은 것만큼의 상태로,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뜻이다. 문명을 파괴하고 지구의 모든 공장을 당장 멈추자는 식의 몽상적인 유토피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속 가능성은 바로 지금,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생각이 되어야만 한다
- P139

소비사회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는 끝없이 더 많이 가지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발판 삼아 굴러간다. 이런 사회에서 만족은 이제 덕이 아니라 악이다. 사람들은 자기 지위에 일상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불안은 너무나도 친숙한 감정이다.
- P149

사회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집단적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을 개개인에게 떠넘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 P154

오랫동안 인류는 지진, 홍수, 가뭄 같은 자연의 위협에 집단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산업화, 기술 발달, 도시화, 합리화 같은 근대성을 꾸준히 발전시킨 결과, 이제는 주요 위험이 오염, 인구과잉, 기후변화처럼 우리 자신에게서, 인간 사회 자체에서 나온다. 우리가 바로 우리 문제의 원인이 됐다
- P155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에 만족하려면 성숙하고 잘 다듬어진 정신이 필요하다. 손만 뻗으면 거뜬히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놓아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소비사회를 맹비난한 정치학자 벤자민 바버에 따르면, 요즘 우리에게는 이러한 지적 성숙이 부족하다. 바버는 소비사회가 우리를 어린아이처럼 만든다고 여겼다
- P159

단순하게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하지만 현실에서 단순하게 살기 운동은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이었다. 단순하게 살기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정말 단순하게 살려면, 개인이 상당한 경제적, 문화적 자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 P167

절제의 기술은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 앞에 놓인 무언가를 기쁘게 내려 놓는 마음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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