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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평점 :
오래전 봤던 영화 ‘월-E’는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인간들이 모두 인공행성으로 떠난 뒤 700년 동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면서 홀로 지구를 지키는 로봇 월-E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공행성으로 이주한 인간들은 모든 일을 로봇한테 맡기고 식사마저도 자동으로 해결됩니다. 몸을 움직일 필요가 전혀 없는 인간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1인용 좌석에 앉아 각자의 눈앞에 설치된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면 종종 사람들을 관찰하곤 하는데,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저마다의 화면 속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영화 월-E에서 봤던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아주 먼 미래에나 닥쳐올 비현실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너무나 빨리 우리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과 통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환경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디지털 문화가 들어와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생활도구도 거의 대부분 디지털화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건이 바로 시계입니다. 아날로그시계는 문자판에 바늘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를 말하고, 디지털시계는 바늘 없이 숫자로 시각을 표시하는 시계를 일컫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이미 아날로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아날로그 시대는 하나의 일 혹은 한 가지 기능만을 처리하면 되었습니다. 즉, 시계는 시계로서의 기능만 다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시계이면서 휴대폰이고, 휴대폰이면서 카메라의 기능도 담당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지닌 값비싼 휴대폰일지라도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다. 다양한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정보화, 디지털화를 넘어 AI나 데이터신앙까지 이야기되는 시점에 다시 아날로그적인 것이 주목받는 현상을 다룬 책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지되기 시작했고, 기업에서도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것이 단순히 추억에 기댄 현상만이 아닌 것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식되고 있다.
이 책은 아날로그적인 것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사물과 아이디어 측면에서 총 9개로 나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회상을 다룬 뉴스를 정기적으로만 봐도 느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아날로그 사물의 반격'이란 제목으로, 첨단을 향해 달려가는 디지털 시대에 다시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 레코드판과 종이 그리고 필름과 보드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2부는 ‘아날로그 아이디어의 반격’으로, 일터와 학교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등지에서 구현되는 아날로그를 조명합니다. 관심있던 분야의 이야기라 흥미와 통찰력을 얻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로 뻔한 이야기였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결국은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가 중요한데, 디지털 시대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아닌 그 자체로도 너무나도 빛나는 아날로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적어도 내가 향유할 수 있을 때까지 아날로그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나이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나이가 많아도 디지털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어려도 디지털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꼭 디지털만이 최상은 아닌 듯합니다. 때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는 것이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살았던 과거보다 지금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가치관과 학습능력보다, 우리 삶의 방식에 파고드는 디지털혁명의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인간에게 편리함을 부여하는 디지털과 인간만의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아날로그를 적절히 혼합하여 균형 있는 삶이 되도록 해야합니다.
우리의 근원이 아날로그라 해도 우리는 이미 디지털의 편리함이 일상화 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로 완전히 회귀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듯 합니다. 내일 지하철에서 핸드폰화면 속에 파묻힌 사람들의 모습 대신, 책이나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그와는 다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기술 혁신의 과정은 좋은 것에서 더 좋은 것으로, 그리고 가장 좋은 것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의 과정은 우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 P21
아날로그 경험은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지만 때로는 디지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최고의 솔루션이기도 하다 - P23
디지털 네이티브는 실제로 종이에 가장 관심이 높은 세대입니다. … 그들은 종이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지 않아요. 디지털 네이티브는 종이가 정말 아름답고 신선하다고 느낍니다. 그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일상용품입니다. 일상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배달해주는 플랫폼일 뿐이죠. 인쇄물은 정보를 특별한 방식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 P103
누구나 디지털로 깔끔하게 현실을 재현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재현이 우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이 카메라를 사는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앨범 커버를 아름답게 장식한 (눈 위쪽이 잘려나간) 약간 흐릿한 인물사진 같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 P140
아날로그는 디지털 출판사들이 겪는 온갖 문제들, 즉 Engagement, Stickiness, Discovery 등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만약 종이 출판과 디지털 출판의 등장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종이 출판이 오히려 디지털 출판을 파괴하는 혁신 기술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 P200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클릭 한번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니까요. 온라인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 P210
디지털 세상에는 낭만이 없어요. 하지만 인쇄된 종이에는 낭만이 있지요. 촉감이 느껴지고, 아름답지요. 페이지에서는 야망의 냄새를 맡을 수 있지요. 하지만 웹사이트에서는 야망의 냄새를 맡을 수 없어요 - P218
"우리는 ‘핸드 셀링(hand-selling)’ 문화를 갖고 있죠." 피팅이 그린 라이트에서 내게 말했다. 그곳은 아늑하고 친밀한 매장으로, 벽 전체를 감싸는 서가 때문에 매장 전체가 마치 책을 싣고 항구로 들어온 선박처럼 보였다. 핸드셀링이란 서점 업계의 용어로, 쉽게 말하면 서점 직원이 손님이 읽고 싶을 만한 책을 찾아 손님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이는 손님의 보디랭귀지를 읽고, 시선을 마주고, 취향을 묻고, 손님이 좋아할 만한 책을 권하는, 가장 기초적인 대인관계 기술을 필요로 한다. 아마존은 핸드셀링을 하지 않는다.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독자가 전에 읽었던 책들과 (그 책들을 읽었던) 다른 독자가 샀던 책들에 근거해 해당 독자가 읽고 싶어 할 가능성에 가중치를 두고 계산을 하여 책 제목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경우 아마존은 단지 비슷한 책들을 권하는 느낌이다. - P243
관계는 아날로그입니다. 테크놀로지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가르침과 배움을 관계가 아니라 지식의 전수로 여깁니다. 교육을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정보에 더 많이 접근하고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으로만 여깁니다." ……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날로그 교육은 단순한 데이터의 이전 그 이상이다. - P360
샤워중에 아이디어를 얻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거예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집중을 멈출 때 비로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을요 - P372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로의 이동은 언제나 뭔가를 포기하는 과정이고 완전하지 않게 적당히 만족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아날로그가 항상 원본이고 항상 진실이지요. 현실은 아날로그잖아요. 디지털은 현재의 도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이고요. 우습게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려요"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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