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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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발 하라리는 빅데이터가 자유로운 시장을 없애고 사람들을 상품화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를 예견합니다.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분석·처리할 수 있는 과학기술 덕분에 경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또한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알고리즘이 개선되기 때문에,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가 개개인의 자유로운 결정권을 존중했던 사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데이터 자본과 중앙 권력의 결합이 기존의 질서를 대체할 유력한 시스템으로 각광받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너무 많은 정보와 힘이 한곳에 모였을 때 비효율이 초래되었지만, 빅데이터나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들은 중앙 집중 시스템을 분산형 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따라서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선 권위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기술의 독점이 초래하는 폐해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이 책은 지난해 일본 NHK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욕망의 자본주의’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자본주의, 거대 디지털기업, 암호화폐, 탈진실 등 각자 다른 주제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지만, 각각의 답변은 ‘과학기술은 현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대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유발 하라리는 ‘현대 자본주의 앞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가’라는 주제를 다룬 첫 장에서 감시 자본주의 시대를 우려합니다. 결국 부와 권력의 원천인 데이터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 모두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2장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현재 데이터 권력을 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설명합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쓴 스콧 갤러웨이는 혁신으로 성장한 이들 플랫폼 기업이 인재를 빨아 들이고, 잠재적 경쟁자는 매수하며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등 합법적인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독점 기업 분할’ 같은 방식의 정부 개입을 주문합니다.

3,4장에서는 GAFA에 대항할 기술로서 블록체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소개합니다. 가상화폐 개발자 찰스 호스킨슨은 블록체인이 거래의 중개자인 GAFA를 생략해 그들의 독점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자본주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줄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은 “암호화폐는 실패할 것이며 사회에 무익한 정도가 아니라 유해하다”고 단언합니다.

마지막인 5장 ‘탈진실의 시대에 가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초점은 개인으로 옮겨갑니다. 철학자인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인간이 사고방식을 바꿔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파악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번쯤 미래를 고민해보게 됩니다. 10년 전에 인기 있던 직업들 중에서 10년 후에 인기있을 직종이 몇 개나 살아남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미래의 변화에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되게 만드는 책입니다.

완전히 자유로운 시장이란 자연스럽지도, 영속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열렬한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의 힘이 자유로이 제 갈 길을 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합니다.
- P17

전 세계 검색 엔진과 소셜 미디어,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이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라면,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거대한 독점 기업을 여러 기업으로 분할하는 것이죠.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경쟁’이니까요. 저는 GAFA가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금 회피가 GAFA만의 문제는 아니죠. 다른 기업들도 그렇게 하거든요. GAFA는 고용을 파괴하죠. 하지만 때로는 고용의 파괴자도 필요한 법입니다. 문제는 GAFA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데도 아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P56

암호화폐가 태만이나 장애 등의 개인적인 이유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해요.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가난에서 벗어날 출구를 제공합니다. 이 디지털 시스템에는 부패한 정부나 혼란스러운 주변 정세 같은 방해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토큰화해 필요한 자본을 모을 수 있어요. 이것은 동정에 따른 기부도 아니고 정책적 판단에 의한 지원도 아닙니다. 이것은 엄연히 수익성을 보고 이뤄지는 투자입니다. 냉혹한 자본주의 원칙 속에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테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선 누구에게나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P86

빈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게으름, 지식의 부족, 선천적 장애 같은 개인적인 원인도 있을 수 있고요. 분쟁이나 부패 같은 사회 구조적 원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세계수준의 경쟁력과 총명함을 지녔거나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졌지만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신음하는 사람이 수억 명이나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P87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공적을 부풀리고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기록을 고치거나 조작하려 합니다. 그들은 사실의 유포를 꺼리고 진실을 은폐하며 실패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치인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권력과 블록체인 기술은 상극임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선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든 아니든 간에 사실을 조작하거나 수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실패와 잘못은 모두 기록되며 동시에 전 세계에 공표됩니다.
- P97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꼭 필요합니다. 첫째, 기업의 신규 진입이 가능해야 합니다. 둘째, 신생 기업이 살아남아야 합니다
- P126

우리는 sns에 의해 제어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제어되고 있는 거죠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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