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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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국경의 높은 장벽을 가볍게 넘으며 남녀노소나 지위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같은 확률로 덮칩니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극복과 좌절의 역사입니다. 인간 존재를 뿌리부터 위협하는 질병이야말로 실제적인 역사의 동인이었습니다. 그리스 도시국가와 로마 제국 멸망은 역병의 만연 때문이었고, 중세 유럽을 끝장낸 것이 페스트였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입니다.

이 책은 한때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했던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질병이 어떻게 그들을 무너뜨리고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는지, 질병과 역사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유럽의 흑사병, 천연두, 콜레라, 인플루엔자, 에이즈 등 그동안 인류의 역사를 위협했던 역대급 전염병이 발생한 당시 이야기와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줍니다.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두창'(마마·천연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창은 현재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불과 1950년대까지 국내에서만 수만 명에 달하는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이었습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마마·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당시 두창에 대한 두려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p115 천연두에 걸린 유명인들 중 괴테와 모차르트는 흉터 자국이 꽤 많은 편이었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그 둘에 비하면 훨씬 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천연두 바이러스, 즉 두창 바이러스는 대두창 바이러스와 소두창 바이러스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가 하면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결핵이 인류를 끈질기게 괴롭힌 데는 강한 전염성 외에도, 1세기부터 수천 년간 지속된 질환에 대한 완곡한 미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핵은 과거 '예술가 질병'이나 '아름다운 질병' 등으로 미화됐습니다. 19세기 많은 문학작품들이 결핵을 '젊고 아름다운' '부유한 계급'의 여성이 가진 질환으로 묘사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사람들은 결핵을 고상하고 청아한 죽음과 결합시켰고,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여성이 결핵 환자처럼 보이고 싶어 할 정도였습니다.

세계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역사뿐 아니라 의학적 지식까지 함께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역사적 질병을 이겨낸 기록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질병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질병은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 희망 그리고 편견을 투사해주는 스크린입니다. 질병은 역사를 바꿉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인 지금, 질병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인류가 미래에 맞부딪힐 질병에 희망이나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더 진화하고 있는 질병과 결코 끝나지 않는 경주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 혹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들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역사로 기억될까요? 여러 가지로 유용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는 흥미로운 역사책이었습니다.

질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이 책에서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몇몇 유명 인물들이 겪은 고통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시에, 그 인물들이 만약 그 질병을 앓지 않았다면 역사의 여신 클레이오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 상상해보고자 한다. 특히 프리드리히 3세와 메리 여왕은 유럽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두 나라를 통치한 이들이지만, 질병 때문에 두 사람의 재임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또한 페스트나 콜레라, 매독 등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를 덮치며 한 시대를 휩쓸어 버린 질병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 P9

뇌염은 바이러스가 뇌를 공격하는 병으로, 기존에 안고 있던 질병이나 반사회적 성향 등을 강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칼리굴라가 뇌염에 걸렸고, 그 때문에 정신이상 반응을 보였다고 추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병을 앓고 난 후 칼리굴라가 보여주었던 행동들이 꽤나 변덕스럽고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
- P31

페스트의 발병 원리를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페스트균이 쥐벼룩의 소화기에 장애를 일으킨다. 식도가 막혀 아무것도 삼킬 수 없게 된 벼룩은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해 숙주의 몸을 더 열렬하게 뜯으며 피를 빨아먹는데, 이때 벼룩의 위 속에 있던, 박테리아에 감염된 내용물들이 침샘에 섞여 나온다. 벼룩은 한 마리 쥐에서만 피를 빨지 않는다. 이 쥐, 저 쥐를 옮겨 다니고, 다른 동물과 인간도 공격한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의 희생양이 된 생물은 죽음을 맞이한다
- P39

통풍은 푸린 대사가 잘 되지 않아 요산 결정이 체내에 과잉 출적되는 질병으로 통풍 환자들은 초기에 관절과 엄지발가락 등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통증부위가 부어오르거나 붉게 변하기도 한다.
- P135

질병은 이미 권좌에 오른 이의 앞길을 막아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지만, 권력이 보장된 자를 덮쳐서 사망에 이르게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이에게 앞길을 터주기도 한다.
- P142

윌슨이 어느 날 느닷없이 뇌졸중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윌슨은 한나라의 수장이 되기에는 부적절할 정도로 예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고, 뇌졸중은 그간 누적된 병들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결과였다.1856년 버지니아 주 스텐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토머스 우드로 월슨은 평생 단 한 번도 건강한 적이 없었다
- P199

레닌의 비교적 이른 죽음이 역사의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꺾어 놓았을까? 비록 동맹경화증을 앓고 있기는 했지만, 1~2년 정도 더 살았더라면 소련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 P224

민주주의 국가의 수반이라 해서 그러한 피해망상증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국가의 수장들 중에도 정적이 언제든지 자신을 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한 이들이 많다.
- P291

국가 권력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될 경우, 그 한명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효율적 통치 체제는 무너진다. 그리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중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소련 말기가 그랬다. 서기장은 물론이고, 당 지도부 전체에 당장 은퇴해도 좋을 정도로 노쇠한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 P342

최고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상의 문제를 늘 왜곡된 사건으로 중화시키려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자신의 직무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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