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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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학창 시절에 누구나 추억이 있을 법한 음식입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나 영화에서도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나오곤 합니다. 그렇게 떡볶이에는 누구에게나 추억이 많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만 분식집은 세 곳이 있었고, 학교에서 가까운 만큼 학생들이 자주 가는 분식집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 분식집은 국민학생(지금은 초등학생)의 취향에 맞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식집은 그 분식집에서 여유 있게 먹는 것보다는, 분식집에서 먹을 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은 괜히 옛날 생각으로 집에서 직접 떡볶이를 해 먹곤 합니다.
매번 떡볶이를 만들 때마다 어릴 적 떡볶이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백종원의 레시피를 참고하려 떡볶이를 만들어보곤 했지만, 항상 뭔가 부족했습니다. 옛날 어렸을 때의 먹었던 맛은 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엄마와 자신이 만든 음식 다음으로 많이 먹은 음식이 떡볶이’라고 자처합니다. “집 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음식을 먹는 일의 단란한 기쁨을 처음으로 맛보는 경험”으로서의 떡볶이가 있습니다. 떡볶이를 먹던 곳의 분위기, 당시의 심경, 이를 둘러싼 관계, 그리고 여기서 비롯하는 모든 기억이 떡볶이 ‘맛’의 일부입니다.
짧고 간결하지만 따뜻하고, 유쾌하지만, 진지한 삶에 대한 고찰도 들어있습니다. '떡볶이’라는 음식 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나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먹고 싶고, 가고 싶게 맛갈나게 글을 쓰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분식집에 들른다는 건, 그 때만의 특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맛있는 떡볶이는 먹을 수 있을 언정, 추억의 그대로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 리는 없습니다. 어쩌면 떡볶이는 옛날의 추억을 찾게 만드는 게 아니라, 끝까지 계속 추억을 쌓게 만드는 음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공룡의 이름을 끝도 없이 줄줄 외우는 제하(달리는 공룡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인간의 눈동자와 입술과 손가락을 보면서 나는 귀여움의 공포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진짜 무서운 것은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악마가 시커멓고 꼬리가 길고 눈알이 빨갛고 이빨이 뾰족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 안전한 것이다. 제하 같은 애가 악마였다면 세상은 진즉에 끝났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벌컬벌컥 마셨다.
- P16

모든 것은 그 나무의 컨디션과, 그날의 바람과 온도, 그리고 하필 그 순간의 내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아주 찰나에 좌우된다. 길을 걷다가 꽃나무 향기를 맡는 것도 나에게는 큰 횡재인 것이다.
- P53

맛없는 떡볶이 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P62

떡볶이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랑을 했더니 내 주변 다정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나를 돕고 싶어서 만나기만 하면 늘 떡볶이집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어디 괜찮다는 떡볶이집을 알게 되면 어찌나 득달같이 제보들을 해주는지, 나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떡볶이 맛집 인간 지도가 되어갔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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