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형 인간 -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대니얼 Z. 리버먼.마이클 E. 롱 지음, 최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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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전부인 것만 같은 불꽃같은 사랑이 한순간에 피어나다가 내가 대체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었지 싶을 정도로 쉽게 사그라드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이라고 설명합니다.

도파민은 인간 뇌 속에 존재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며, 행복감, 쾌락, 사랑 등의 감정을 일으키는 소위 ‘행복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뇌 내 도파민 신경계의 기능이 항진되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정신분열증, 중독증 등이 유발되고, 반대로 기능이 위축되면 파킨슨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이 생기게 됩니다.

또, 도파민은 인간의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로서, 고도의 통합적 사고력, 창조성, 신념, 도전정신, 성취욕 등 고차원적인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뇌 내 도파민 신경계가 적절하게 활성화된 사람은 매우 목표 지향적이고, 기존 환경에 대한 변화 욕구가 높고, 매사에 신속한 행동력을 보이게 됩니다. 혹자는 도파민이 활성화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요즈음 현대 사회를 ‘도파민 사회’라 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도파민형 인간’으로는 흔히 알렉산더대왕, 콜럼버스,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에디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도파민을 강하고 빠르게 자극하는 극단적인 것이 코카인 같은 약물인데, 이로 인해 한번 약물을 시작해서 쾌감을 느끼게 되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위해서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된다. 결국 아무리 용량을 늘려도 절대 만족을 할 수 없게 되어 약물 중독의 길로 빠지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약물 중독의 유혹을 '참아내는' 것도 도파민이 하는 일입니다. 술, 담배, 약물은 커녕 오히려 자기 관리를 매우 철저히 하며 미래를 위한 계획을 유달리 잘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는 도파민이 '현재를 버텨내면 미래에 엄청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어!'라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용이 너무 과해지면 성취욕에 중독되는 일 중독자가 됩니다.

도파민 작용이 유달리 우세한 사람은 현재의 영광을 누리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도파민은 마약 중독과 성취뿐 아니라 창의력과 지능, 사회성에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읽는 내내 나는 도파민형 인간인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 놓여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도파민 못지않게 현재 가진 것에 기쁨을 느끼게 하는 신경 물질들도 존재합니다. 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이라는 분자들이 그것들인데, 이들은 '위' 만을 바라보게 하는 도파민과는 다르게 '아래', 즉, 현재에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안정적인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저자는 현재에 행복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물질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가장 바람직한 진로 방향은 일단 처음에 도파민의 힘으로 열정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 꾸준히 매진한 뒤에, 그 분야에 통달해서 현재형 물질이 주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도파민 회로와 현재 지향적 회로를 조화시킬 최고의 수단으로는 '창의력' 이 있습니다. 창조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몰입하는 ‘도파민형 인간’과 맥을 같이하는 과학자의 특성상 우리는 도파민 신경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취미생활, 꾸준한 운동, 여행, 맛있는 음식 먹기 등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행복중추를 자극하여 뇌 내에 도파민이 끊임없이 샘솟게 해야 합니다. 물론 또 다른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신경계도 함께 활성화시켜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더 많은 것, 더 자극적인 것, 더 놀라운 것에 끊임없이 매료되는 사람들.
계속해서 무언가를 욕망하고 갈구하며, 남보다 더 잘 중독되고,
성취하는 것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는 도파민형 인간
- P15

도파민이 피워내는 로맨스는 찰나일지라도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짜릿하다.
다행히, 롤러코스터의 질주가 끝나는 곳에서
뇌는 다음 코스로 가는 길을 닦아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동반자적 사랑으로 가는 길이다.
도파민이 순간의 과욕을 상징하는 분자라면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가장 잘 대변하는 화학물질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다
- P49

도파민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의 여정에 발을 들이게 한다. 도파민의 지상 과제는 기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므로,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고 상상을 부풀리고 눈부신 미래를 꿈꾸게 한다. 하지만 도파민은 사랑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다. 도파민은 만족을 모른다
- P56

행복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북극성처럼 변치 않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가장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 P63

미래는 실재가 아니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집합이 바로 미래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은 흔히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미화되곤 한다 일부러 나쁜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사람들의 마음은 가능성이 있는 미래 중 가장 멋진 것, 그래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쪽으로 기운다 이와 달리 현재는 실재다 상상이 아니라 확고부동한 체험이다 현실 경험을 하는 동안에는 뇌에서 활동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도 달라진다 이 시기의 뇌는 현재지향적 화학물질들의 활동 무대가 된다 도파민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현재지향적 화학물질들은 눈앞의 것들을 오롯이 즐기게 만든다
- P72

게임 프로그래머는 플레이어가 로그아웃하기 힘들도록 도파민 분비를 쉴 새 없이
촉진하는 요소들을 게임 곳곳에 심어놓는다.
비디오게임은 꿈과 환상의 세계다.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판타지의 주인공이 된다.
비디오게임은 현실 세계를 싫어하는 도파민에게
더 없이 최적화된 활동 무대인 셈이다.
플레이어는 수시로 변모하는 신세계를 모험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
- P109

도파민 통제회로 역시 전두엽에 위치한다. 정확히는 가장 최근에 진화했다는 의미로 신피질이라 부르는 곳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부위기도 하다. 신피질 덕분에 인간은 욕망회로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미래를 상상하고 백년대계를 구상한다
- P114

도파민 통제회로는 도파민 욕망회로의 바람을 꺾고
인간을 원초적인 욕심쟁이보다 훨씬 성숙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통제회로의 힘을 빌린 인간은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모형화한다
- P120

도파민 욕망 회로가 과하면 약물중독을 일으키듯, 도파민 통제 회로가 지나치게 우세한 사람들은 성취욕에 중독된다. 그런데 성취욕 중독자는 오직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만 매다릴 뿐 절대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 마약의 내성 때문에 용량을 높여도 약물 중독자가 체감하는 이생행복감은 점점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 P141

도파민의 사전에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다.
그래서 도파민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현재지향적 감정인 죄책감이 맥을 못 춘다.
도파민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불굴의 노력을 가능케 하지만,
탐욕에서 비롯된 기만과 폭력 역시 도파민의 작품이다
- P150

창의력은 뇌가 가장 성공적으로 쓰일 때 발현된다 그 반대는 정신질환이다 정신질환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상적 활동도 뇌가 버거워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광기와 천재성, 즉 뇌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와 최선의 결과 모두 그 중심에는 도파민이 있다 같은 화학물질로 연결되기 때문에 광기와 천재성은 다른 뇌기능들보다도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 P181

예술과 과학은 도파민이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시를 지으려 해도, 물리 공식을 완성하려 해도 일단 현실의 겉모습 너머로 보다 심오한 추상적 세상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은 전자와 에너지의 공식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실제로 과학자 집단 안에는 예술혼이 충만한 사람이 많다.
- P212

도파민은 창작의 원동력이다. 도파민은 마치 블록으로 탑을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노는 아이와 같다. 항상 제자리인 것 같아도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낫고, 옛 것에서 새 의미를 발견하는 일신우일신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도파민 시스템 지나치게 항진된 천재는 정신질환자가 되기 쉽다. 비현실이 두 세계 사이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현실을 잠식할 때 편집증, 망상, 폭주 행동을 낫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압도적인 도파민 활성 탓에 현재지향적 회로가 힘을 못 쓰는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힘들어하면서도 친구도, 가족도 나 몰라라 하는 외톨이가 된다."
- P218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도파민의 도발을 극복하고 적정성에서 외면할 줄 알아야 한다. 나아가 도파민 회로의 작용과 현재지향적 회로의 작용을 아름답게 어우를 수 있어야 한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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