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세상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도무지 배울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임사체험의 경험담이 있지만, 죽음에 대해서 누구도 죽음을 미리 겪고 그 경험에 대해 논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과학의 틀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죽음입니다. 이러한 죽음의 모호함은 살아남은 자들의 아픔의 씨앗이 됩니다.
인생에서 부모의 죽음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극심한
상실의 아픔을 견뎌 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의미있고 따뜻하고 풍요로운 가족간의 유대를 가졌을
때, 어떠한 빈자리나 헤어짐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괴로움이 됩니다.
P25 아버지와 내가 뭔가 거창한 것을 만들고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진짜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였다.
저자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호기심으로 접근합니다. 그와 그의 아버지는 저자의 관을 짓기 위해
목공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때쯤, 저자의 오랜 벗인 존은 치명적인 식도암을 진단받습니다. 관을 만드는 것에 관한 글을 쓰는 중에 어머니도 돌아가십니다.
이 사건들은 작가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의 궤도를 영원히 바꿔 놓았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보여준 등장인물의 삶으로 독자를
이끌어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듯 합니다. 저도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존을 오래전부터 알고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운이 좋으면 우리 모두 존과 같은 친구가 있고, 그가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과 깊은 슬픔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자신의 삶에 대한 글쓰기는 감정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저자특유의 따뜻한 유머 역시 잃지 않고 무거운 주제를 이끌고 나갑니다.
친구에 대한 상실, 슬픔보다 어린 시절의 우정, 특히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남자들의 우정과 유대관계에 대해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P185 슬픔은 콜라주다. 명확한 순서 없이 한꺼번에 던져진 생생한 이미지, 그것을 해독하는 일이 보는 사람에게 맡겨진 이미지다. 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은 각각의 이미지가 새로운 이미지를 낳고 새로운 이미지가 또다른 이미지를 낳으면서 끝없이 잡히지 않고 빠져나간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또, 부모와의 헤어짐은 용서와 화해, 사랑만 이야기할 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앞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잃을 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불멸적이지 않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일어날 때까지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더 초점에 맞추기
때문에 죽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당신 곁에 있는 가족이지만, 언젠가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될 이들입니다. 아련한 기억의 조각으로만 추억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한 번 떠난 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더 큰 의미에서, 누군가와의 삶은 우리가
현재 존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존과의 우정, 어머니와의 시간, 은퇴한 아버지와 보낸 건설적인 시간은 궁극적으로
작은 상자에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사랑입니다.
P199 나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흉내 내며 배웠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며 배웠고, 어떻게 물어볼지 생각하면서 배웠다. 이제 내 나이도 쉰에 가까웠고, 그래서인지 나는 아버지를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며, 이러한 일에
대한 안내자로 언제나 아버지를 필요로 하게 되리라는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날엔가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한 인식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우리가 절대 치료할 수 없는 빈자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슴속의 이 구멍과 함께
살아가고 좋은 기억, 사진, 마음에 언제나 간직할 이야기들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상실과 슬픔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목공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노라마적인 회고록이자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지혜와 유머로 가장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고 희망을 찾는
시간을 갖게 해줍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가까운 미래이자, 누군가는 이미 지나갔을 과거이거나 현재일 것입니다.
P316 나는 뻔뻔스러워보이는 이 관을 통해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대면하면서 중간 지대 같은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비록 내적으로는 그 같은 대면에 대해 사적인 저항감을 품고 있었지만 말이다. 관은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 안에 자리 잡고
누운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한 인간이 태어나 살다 죽는 일련의 생의 시간 속에서 사실상 가장 존엄하고 의미 있게 지켜져야 할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죽음은 삶의 너머에 있는 어떤 아득한 것이 아니라,일상 속에 나란히 존재하는 ‘또 다른 일상’이라는 사실을 더는 미루지 말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 덕분에 꽤 오랜 시간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잃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과 이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나눈 사랑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야 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잠자는 아버지의 모습에는 나를 화나게 만드는 어떤 것이, 심지어 괘씸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었다. 아버지가 저랬어? 천하무적이 아니었단 말이야? - P16
그러나 내 노력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에게서 배우는 것이었다. 실용적인 기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배우고 싶었다. 아버지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여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다 - P167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동시에 각자 자신의 삶을 바쁘게 꾸려가면서 많은 시간을 따로 보내고 있었다. 우리가 종종 ‘관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관짜기 작업의 일정을 세우는 것이 흔히 서로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 P245
나 자신의 관을 만든다는 것은 한 때는 매우 매혹적인 은유처럼 보였지만, 다 만들어진 관의 모습은 자신의 진실을 가식 없이 드러내 보였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상자일 뿐이었다 - P335
아버지는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은밀한 사람이었다. 이 말은 모순적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아버지는 그런 사람 아니었던가? 모든 아버지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이 세상 아버지들의 작은 세계에 거듭 되풀이되는 특이한 수수께끼이다. - P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