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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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정신질환 등의 단어를 들으면 흔히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가집니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과 범주를 벗어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학은 그들을 환자로 규정해왔고, 뭔가가 모자라거나 고쳐야 부분이 있는 사람들 부족하고 같이 살기엔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심리학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런 병리학적인 접근은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저자의 시각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뇌와 신경 쪽의 부분적인 이상으로 부인을 모자로 착각하거나 얼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부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완벽한 인지 오류가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매개가 되었으며 그만큼 신경증의 문제를 비주류에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직접 치료하거나 만났던 사람들 혹은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던 흥미로운 케이스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로 신경심리학적 손상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가 단편 이야기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제목을 진단명으로 붙일 법도 한데, 저자는 제목을 진단명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붙였다는 점입니다. 만약, 제목이 진단명이었다면 독자는 책의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인물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병이 있든 없든,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성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든지 간에, 윤리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인물의 특징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어떤 특징 하나로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한편 환자를 대하는 소설 속 의사의 모습을 통해 만약 진단을 붙이게 된다 하더라도, 그 규정이란 것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Part 1에서 저자는 장애를 연구함에 있어 예술적인 발전과 병리학적 발전을 함께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환자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진정으로 환자의 삶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Part2 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며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가진 윤리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그의 이러한 관점에 의한다면, 기억에 문제가 생긴 인간은 소위 '정상적인'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게 됩니다.

책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마지막 이 부분에서 4부에 자신이 하고싶은 결론적인 이야기를 넣어놓은 듯합니다. 자신이 환자나 저능아들을 만나면서 관점이 변화하고 그들을 개별자로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려는 따뜻한 의학자의 시선으로 가득합니다.

차갑고 기술적인 의술의 직업의사라는 타이틀을 넘어, 따뜻하고 휴머니티 넘치는 마음을 가진 저술가인 저자의 관점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을 의사가 고민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실생활에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대하는 것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그는 ';에서로 규정됩니다. 저자는 책에서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1인칭 관점에서 서술하며, 독자가 이를 통해 의사의 사고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대체적으로 이 소설의 탄탄한 내용을 둘째로 치더라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니체, 베르그송, 비트겐슈타인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울러 여러 철학자를 인용하며 생각을 펼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책에서 연구된 내용보다 더 많은 내용의 자료와 새로운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최근 신경심리학은 엄청나게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경심리학이나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디는 사람에게는 관점과 내용적으로는 좋은 입문서가 되겠지만, 과거에 씌여진 책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듯합니다.

24가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중첩되는 부분들도 약간 있지만 개별적으로 소설 소재로 쓰일 있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책장이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례 중심의 책이 늘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져가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 P61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는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 P108

"아, 알았다. 선생님, 거울 따위는 필요 없어요. 수준기만 있으면 돼요. 머릿속의 수준기는 사용할 수 없지만 머리 밖에 있는 거라면 사용할 수 있어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준기라면 말예요." - P137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 P187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 P206

뇌는 그 사람의 전 생에 걸친 기억을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다. 모든 의식의 흐름은 뇌에 보존되며, 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라도 떠오른다 - P260

더러는 지능이 낮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물쇠를 열지도 못하고, 하물며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해하거나 세계를 개념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세계를 구체적인 것,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마틴이나 호세, 쌍둥이 형제처럼 재능이 풍부한 ‘바보‘들이 가진 또 하나의 측면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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