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으 로 정보를 탐색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디지털 정보가 넘쳐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책 한 권을 다 읽고 밑줄을 그으며 지식을 얻기보다는 구글검색을 통해 단 몇 분 만에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식의 깊이 보다는 효율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선택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대문호 마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어쩐지 근거 없는 이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자 매리언울프는 인간의 뇌가 독서하는 데 기능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텍스트라는 것이 후천적으로 발명된 만큼 우리의 뇌는 읽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수렵시대부터 이어져 온, 생존에 적합한 방식으로 기능하고 사고하기 때문에 자극에 쉽게 중독되며 이러한 전환이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편지형식의 독특한 구성이기에 이 책은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 했습니다. 저자의 이력에서 알수 있듯이 뇌 분야의 연구자가 쓴 글인만큼 과학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단순한 자기주장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또한 어른들의 "깊이" 읽기가 전자매체에 의해 손상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기술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합니다.

책은 총 9장으로 되어있으며, 전반부는 우리의 뇌가 독서를 어떻게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발달시키면 어떤 측면에서 긍정적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마지막부분에서는 앞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책에 흥미를 잃은 독자들을 책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미래 세대에 많은 아이들이 독서를 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간단한 모의실험으로 책을 읽지 않으면 뇌가 퇴화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그녀는 ‘유리알유희‘를 꺼내 읽었고 자신이 예전에 비해 이 책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부분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할듯합니다.

즉, 전자매체가 독서의 자리를 뺏은 것은 사실이고 나는 그 의견에 충분히 동의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오히려 전자매체를 옹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전자책, 종이책 모두 가릴 것 없이 읽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종이책을 더 좋아합니다. 손으로 책을 넘기며 읽는 손 맛, 종이책만의 가독성은 전자책이 가질 수 없는 장점입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부분과 아이의 양육에 전자매체의 노출을 줄여야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어느날 휴대폰을 집에 놓고 밖에 나왔을 때, 갑자기 가족의 휴대폰 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나머지 너무 그것에만 의지하고 살아온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뇌는 우리가 개발하면 할수록 발전하기 때문에, 디지털 매체에 너무 의지하게 되면, 결국 우리의 뇌는 부분적 퇴화가 올 수 있습니다.

독서야말로 우리의 뇌가 디지털 기술로 인한 환경의 변화로 ‘깊고 지속적으로 사고 할 수 있는 능력’이 퇴화 되지 않기 위한 필연적 행위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시대야말로 어느 때보다 독서의 중요성이 큰 시기입니다. 독서라는 것이 앞에서 따분하고 지루하고, 디지털보다는 늦게 모든 것을 접할 수는 있겠지만,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독서 없이는 이 모든 것을 생각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 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 P96

유추의 과정, 추론의 과정, 공감의 과정, 배경 지식의 처리 과정 사이의 연결을 꾸준히 강화하면 읽기의 차원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차원에서 유리해집니다. 읽기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연결하는 법을 계속 배운다면 이는 삶에도 적용되어 자신의 동기와 의도를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도 더욱 명민하고 지혜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공감을 통한 연민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도 도움이 되지요
- P103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 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 P160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짓는 것 말입니다
- P245

우리는 충분히 안다고 생각한 나머지 수동적, 인지적 안일함에 빠지게 됩니다. 그 이상의 깊은 성찰은 배제한 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거지요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