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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평점 :
인간에게는 여러 욕망이 존재합니다. 식욕, 성욕 등 대부분이 동물적인 본능이죠 하지만 그중 유일하게 인간만 갖고 있는 욕망이 있는데 바로 미적인 욕망입니다. 한번 아름다운 것을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심미안을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는 저자는 예술 자체를 즐기는 전반적인 자세부터 미술, 음악, 건축,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즐기는 방법과 각 분야들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주며 설명합니다.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세세한 기술과 지식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미술과 음악의 경우, 너무 당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저자가 이러한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계속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예술을 예술로만, 특정한 시기에만 향유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아주 적은 노력으로 예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이러한 일상 속 아름다움을 어떻게 향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눈을 뜬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 듯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예술에 대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있다니 새삼 고마웠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강요하지 않아 어렵지 않았고, 덕분에 즐기기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분야들이란 인식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는 저자의 말은 좋은 취미 하나로 즐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세계곳곳에서 예술작품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내가 원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들로 주변 공간을 채우고,그것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지고 길러나간다면, 참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나는 심미안을 갖게 되는 건 결국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무기가 된다 - P13
우리가 심미안을 갖게 된 것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능같은 것이다. 더 좋은 것, 더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려는 습관인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미적 활동의 결과물인 예술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P43
심미안을 기르려면 자신이 모르는 낯선 대상과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이 중요하다. 그 느낌을 어떻게 내 마음에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한다 - P57
그림을 감상할 때도 찬찬히 보아도 되고, 빠르게 보아도 된다. 사람마다 관람하는 속도가 다르다. 문학도 읽는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하지만 소리는 압축되는 순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이 된다 - P100
클래식의 생명력은 죽고 없어진 작곡가에게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우리 옆에 있는 연주자와 열심히 들어주는 관객의 덕이다 - P119
취향이 단단해질수록 삶은 구체성을 띤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의 디테일을 채우는 방법이다. 그들이 지나온 인생은 매우 풍부했을 것이다. 삶의 공간마다 시간의 예술로 채워왔을 것이다. - P143
사람들이 굉장히 공들여 만든 모든 것들은 경외심을 부른다. 특히 거대한 규모의 구조물이 그렇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섬세하고 정교한 솜씨에서 오는 경외심도 있다 - P148
건축은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집 밖에는 살수 없기 때문이다. 건축은 지어지는 순간부터 그곳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반영한다 - P184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찍는 일, 남들이 본 것을 다르게 찍는 일, 다르게 찍은 것을 특별하게 보여주는 일, 사진은 쉬운 만큼 갈증이 크고, 차별화도 어려운 예술이다 - P205
사진은 시간 앞에 스러질 모든 것의 운명에 맞서, 그 모습을 남겨두는 것으로 위안을 주는 예술이다 - P229
사진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그 사진이 가둔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진을 찍던 사람이 존재했던 시간, 사진에 찍힌 사물, 인물, 풍경이 존재했던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 시간대의 시선을 내 눈에 장착하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감흥이 올라온다. 오늘의 눈만으로 과거의 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그런 눈으로는 많은 것을 발견해낼 수 없다. 사진이 가두어낸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사진기 밖에 있었던 것들을 상상해 보는 것. 그리하여 그 이미지가 붙들어놓은 시공간과 마주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사진의 미학을 대하는 태도다 - P230
때문에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그러나 사진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인식에서 빠져나간 것들을 길어 올린다 - P236
취향은 어떤 특정한 대상, 분야, 종목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것 사이의 차이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된다. 미적 감각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아름다움을 선택하고 골라내는 능력이다. - P270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과 감각을 교감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는 건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은 공감의 폭이 넓다. 완벽한 디자인일수록 수용자에게 너그럽다 - P272
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이 조화와 안정감은 물론 탁월한 미감을 주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면, 내 일상에 자존감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 P283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경험하게 되면, 스스로의 인식과 판단의 범위가 다음 단계로 올라서게 된다. 무용한 것이 유용한 가치고 바뀌는 행복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순환의 시간들을 갖게 되면, 삶이 지루할 틈도 괴로울 틈도 없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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