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시된 차보다 레이싱 걸의 모습이 더 볼만하다'는 기사에 끌려 전시장을 찾게 되면, 지나치게 레이싱 걸에게만 주의 집중되게 되어 레이싱걸이 전경이 되고 자동차가 배경으로 밀려 주의를 끌기 쉽지 않습니다. 또, 똑같은 얼굴 표정을 보면서도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분이 좋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흔히 ‘보이는 대로 믿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믿는대로 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즉, 우리는 본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있는 바대로 봅니다.

저자인 존 버거는 이미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다른데 미술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천편일률적인 해석을 하느냐며 Ways of seeing(바라보는 다양한 방식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현대 미술에 대한 해석이 오직 가진 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책은 모두 7개의 에세이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4개는 그림과 이미지, 그리고 나머지 3개는 오로지 이미지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1972년 BBC TV에서 책과 동일한 제목인 ‘Ways of seeing'이라는 4회에 걸쳐 진행한 강의가 기반이 된 책입니다. 일관된 감상법을 제시하는 미술비평에 의문을 던집니다. 또, 미술을 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한 논의 외에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미술관계, 작품 속 여성의 이미지와 젠더문제, 유화와 광고를 통해 보는 경제 원리 등 다양한 보기 방식들로 미술 작품 감상의 장을 넓혀 주고 있습니다.

'Ways' 라며 '보는 방법'에 대해 복수형을 사용한 이유가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여러 방법이 있음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공교육 미술 시간에 배워온 대로만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교과서에서 본 대로 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미술작품이라고 하니 나도 그것만을 그대로 따른 채 미술작품을 대해온 듯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눈으로 글자를 보고 머리로 이해합니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도 하죠 왜냐하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하는 책에 더 가까운 듯 합니다.

반드시 미술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그렇게 다르게 보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성숙된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술과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미술이란 그것이 지닌 유일무이한 변함없는 권위를 통해 다른 형태의 권위를 정당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미술은 불평등을 고상한 것으로 보이게 하고, 위계질서를 짜릿한 긴장감을 주는 것으로 만든다. 소위 국가의 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은 현대의 사회 시스템과 그것이 우선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을 찬양하기 위해서 미술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 P35

남자의 사회적 존재는 그가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능력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냐에 따라 결정된다. 여자는 그녀가 타인 앞에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53

남자들은 행동하고 여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는 여자를 본다. 여자는 남자가 보는 그녀 자신을 관찰한다. 대부분의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 여자 자신 속의 감시자는 남성이다. 그리고 감시당하는 것은 여성이다. 그리하여 여자는 그녀 자신을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 P56

유럽의 누드 예술 형식에서 화가와 관객(소유자)은 보통 남자이며 대상으로 취급받는 인물은 보통 여자다.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우리 문화(서구 문화)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많은 여자들의 의식을 형성한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여자들 스스로도 자신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남자들이 여자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여성성을 살펴본다.
- P75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여성성이 남성성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적인’ 관객이 항상 남자로 가정되고 여자의 이미지는 그 남자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구성되기 때문이다
- P76

진부한 작품은 서투름이나 무지함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장의 요구가 예술 자체의 요구보다 더 강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 P103

대개 광고를 스쳐 지나가거나 넘겨다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걷거나 여행하거나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는 광고를 스친다.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경우는 이와 좀 다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론상으로는 우리 자신이 행위자다. 즉 우리는 화면으로부터 눈을 돌려 버리거나, 볼륨을 낮추거나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할 수 있다.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자신이 광고를 스치는 게 아니라, 광고가 끊임없이 우리를 스치고 있다는 인상을 갖는다.
- P151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신감의 고독한 형태다. 그것은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과 당신의 경험을 나눠 갖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당신을 관심을 갖고 보지만 당신은 그들을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선망을 덜 받게 될 것이다....바로 이점이 광고 속의 그 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의 시선이 비어 있고 초점이 맞지 않은 듯이 보이는 이유다. 이들은 그들을 매력의 대상으로 만들어 주는 다른 사람들의 선망의 시선을 무관심하게 관망하는 것이다
- P154

유화란 무엇보다도 사유재산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것은 당신이 소유한 것들이 곧 당신이라는 원리에서 나온 미술형식이다.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