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최순희 사진 / 책읽는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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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은 뛰어난 필력을 바탕으로 우리 출판계 역사에도 기록될 베스트셀러를 숱하게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법정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스님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스님은 떠나면서 자신의 책이 절판되기를 소원했고, 어느 정도 지켜져 법정 스님의 텍스트는 상당수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무소유의 실천자이신 법정 스님의 책을 접하고 보니 새삼 다시 마음의 다스림을 깨달아 가게 됩니다.

이 책은 최순희 님의 사진집 ‘불일암 사계’ 속 사진들과 함께 스님의 글들이 같이 곁들여져 있는 책입니다. 첫 장을 펼치게 되면 최순희 님의 인생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어지고 책 중간과 종반부에 조금씩 할머니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되는 정지아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최순희씨는 불일암을 오르내리며 법정 스님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님의 수행 생활에 방해나 되지 않을까 노심 초사하며 눈에 안 띄는 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생활을 15년을 반복하면서 사계절 불일암의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는 법정 스님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이 사진에서도 곳곳에 느껴졌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복잡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심히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곤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자신의 마음속을 헤집는 원인을 다스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다른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되새겨보게 되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법정 스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무소유’입니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셨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물욕이나 기타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에 대한 소유욕을 저버리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평소의 소신대로 실천하다 열반하신 스님의 글을 읽다보면, 스님의 평소 모습을 물건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들여다보는 귀중한 책을 만나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대개 일시적인 충동과 변덕과 기분, 그리고 타성에 젖은 습관과 둘레의 흐름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헤어나려면 밖으로 눈을 뜰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맑게 들여다보는 새로운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 P35

서로의 향기로써 대화를 나누는 꽃에 비해 인간들은 말이나 숨결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꽃이 훨씬 우아한 방법으로 서로를 느낀다.인간인 우리는 꽃에게 배울 바가 참으로 많다.
- P48

마음이 부처이고, 부처란 곧 마음이라고 합니다.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으니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는 겁니다. 외부에 절대적인 존재를 가설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이미 이루어진 부처이니 순간순간 부처답게 살라는 것 아닙니까?부처란 밝은 마음이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눈을 뜬 사람이 어째서 다시 눈을 감으려 하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왜 어두운 짓을 하려고 하는가,이것이 부처님과 조사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입니다.
- P50

사는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즐거움은 누가 가져다주는가
- P118

흔히들 마음을 맑히라고, 비우라고 말을 한다.그러나 이것이 바로 마음을 맑히는 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는 없다.또 실제 생활이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이처럼 여겨지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마음이란 결코 말로써, 관념으로써 맑혀지는 것이 아니다.실질적인 선행을 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내가 많이 가진 것을 거저 퍼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 뿐이다.
- P132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 P137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야 거친 바다도 건널 수 있는것 같습니다. 현재 바로 지금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도 바로 당신 자신의 몫입니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하나 같아,인생은 짧다고 한다"
- P148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 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를 가짐을 당하게 된다.그러므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가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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