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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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은하수, 검은색, 달, 태양계, 그리고 반딧불 등등이 떠오릅니다.

최근 SF 소설을 읽고 있어서, 해당 도서 분야에서 베스트 셀러를 고르던 중 제목부터 눈에 띄는 '씁니다, 우주일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초반은 주인공인 맥 매커쳔이라는 실제 T사의 CEO와 토니 스타크를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김안나'라는 캐릭터에 집중이 되었습니다.

도전정신이 뛰어난 T사의 CEO, 맥 매커쳔은 어렸을 적부터 우주에 대한 동경과 우주탐험이라는 장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출시하는 미래 지향적인 제품개발과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를 기반으로 화성 이주라는 꿈을 실천에 옮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김안나라는 과학자는 새로운 대안을 내세웁니다. 바로 지구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 그 프로젝트를 실천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균형을 잡아줄 균형추가 필요합니다. T사의 CEO 맥 매커쳔은 김안나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하고 다양한 투자를 얻어 이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균형추로 사용하기 위해 우주 멀리에서 태양계에 다가오고 있는 소행성 납치를 직접 해오기로 합니다.

다행히도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인 맥 매커천의 개인적인 고난과 사색, 상상이 무르익게 되면서 몰입도가 확실히 올라가게 됩니다.

책을 덮고 나서야 작가가 배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배우인데도 필력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우주에 대한 보통 열정이 없다면 쓸 수 없는 표현과,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그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책에 기술된 다양한 지식이나 설정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희귀병을 알게되고 소설을 되짚어보니 맥 매커쳔의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우주 생존기는 신동욱 작가 본인의 경험담에서 나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치료법을 알 수 없는 희귀병을 겪으며 함께 집에서 외부와 고립된 상태로 글을 써내려갔다는 작가의 고백과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통신도 안되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의 망망대해에서 방향도 잃고, 식량도 부족하고, 전기도 부족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갖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는 맥 매커쳔의 모습이 겹쳐보이면서, 작가가 글을 탈고하면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작가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난히 똥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우주선에서 똥 마저도 아껴야할 자원으로써 활용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또한 우주복과 우주선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과 기술은 그 자체로 간략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 ‘마션’ 개봉 이후에 우주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한층 더 인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영화와 소설 모두 화성과 우주에 대한 묘사가 매우 실감나고 구체적이라 영화를 본 이들이 실화라고 착각할 정도였죠.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담에 유머와 로맨스까지 곁들여, 읽는 내내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어려운 과학 용어들 또한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우주와 물리학에 관련된 수백 권의 책을 독파하고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채연석 박사를 직접 찾아가 자문을 받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을 우주덕후라고 말하던데 과연 덕후라는 말을 할만큼 우주에 관한 탄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그가 이 한 권의 책에 쏟아부은 열정과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납니다. 더구나 투병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 과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책은 무척 쉽

고 편하게 읽힙니다. 우주처럼 막막하고 깊은 심연 속에서도 밝음과 유쾌함을 가지고 소설을 써내려간 그의 첫 번째 소설은 SF 소설을 읽는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칼 세이건…… 난 우주를 사랑했던 그들의 글을 읽으며 자랐어. 그들이 원했던 대로 우주에 대한 사랑의 씨앗이 내게도 전해졌던 거지. 나는 단지 씨앗만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씨앗을 재배해서 내 손으로 열매를 따고 싶었어. 그 뿐이야
- P107

어쩌면 그때가 맥에 대한 감정이 호감으로 바뀐 첫 번째 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접근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우리에겐 우주를 사랑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나는 학문적으로 접근했고, 그는 현실적인 사업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그때 그의 순수한 꿈을 느꼈다. 나는 그의 순수한 열정에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그의 금빛 머릿결이 더욱 매력적으로 흩날렸다. 나는 그의 순수한 미소를 바라보며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그의 눈이 바다와 같이 푸르고 깊어 보였다.
- P109

아내는 도대체 어느 행성에서 지구로 왔을까? 내일은 아내가 외계어를 지구의 언어로 번역해서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빌리와 나는 협동해서 응가응가 벽돌들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한 명이 중앙 데크의 벽면 패널을 뜯고 벽돌을 밀어서 던져주면, 다른 한 명이 받아서 슝슝슝 딱! 끝! 하면 된다. 힘겹게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린 슈퍼 우주인인데, 지구의 나약한 인간들이여. 우리의 힘을 찬양하라!
- P119

모습이 고구마 같지요? 이 고구마가 유리한 점은 지구의 입장에서 볼 때 보이는 면적이 넓다는 겁니다. 세워져 있는 모양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꼬셔오기에도 수월합니다. 질량, 크기 같은 것들은 덤이라고 할 수 있지요.
- P139

우리는 현재의 인류와 더 나은 세상을 사고 있을 미래의 인류를 잇는 거대한 대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표상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선택한 현재의 결과에 따라서 미래에 대한 결과도 많이 달라질 테니. (중략) 미래는 절대로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재의 선택에 의해서 진화의 나무처럼 분화되고 갈라질 뿐이다. 그래야 공정하다. 미래가 단 하나의 세상으로 결정돼 있다면, 우주의 존재는 엄청난 시공간의 낭비일 뿐이니까. (중략) 나는 노력의 질량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미래의 결과조차도 휘게 만들 수 있는 무거운 중력이 만들어지지라 믿는다. 미래는 그 누구도 정말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충실하게 달려서 미래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다.
- P255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몰랐다. 벙어리가 되는 것이 이렇게 어둡다는 사실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내 자신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뱃사공, 스틱스 강을 노 젓는 카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1달만 버티고 나면 지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때까지는 나의 어여쁜 안나와 실컷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외롭다보니 그렇게 됐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길. 그리고 지금 든 생각인데 지구에 돌아가면 동물 애호가가 될 생각이다. 강아지가 오죽하면 짖어 대겠는가. 나는 강아지들도 외로워서 짖는 것이라고 믿는다. 외로우면 짖는 거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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