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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웃기면서 동시에 가장 시니컬한 작가인 커트 보니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작가들이 좋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공학과 문학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1943년 2차대전 막바지에 징집돼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경험을 했는데요. 연합군의 공습으로 13만명이 몰살당한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뒤 결국 반전작가로 거듭납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외판원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글쓰기를 계속해 ‘제 5도살장’, ‘고양이요람’ 등의 소설과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등 풍자적 에세이집을 써냅니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은 문체가 정말 좋다는 느낌입니다. 우선 내용은 진지하고 사람들에게 상기시킬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유머와 비유 등을 통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읽히게 만듭니다. 동시에 쉽지만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는 인권, 반전, 환경, 유머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몇 장을 읽자마자 '커트 보니것'이라는 작가가 좋아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한 모습에는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도 휴머니스트적인 시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4편 모두 아무 때고 꺼내들어 한 편씩 음미하며 아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작가의 사후에도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커트 보니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금세 수긍할 법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갸우뚱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통찰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방대한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낸, 시종일관 블랙유머와 날카로운 풍자, 넘치는 위트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계속 끌어들이기에 충분할 만합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그건 우리 마음 속 최악의 부분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물건이야, 헨리." 엘런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도 저걸 가져선 안돼, 헨리. 그 누구도! 그 작은 목소리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시끄러워." - P41
조금이라도 신경을 쓸 만한 테스트는 단 하나뿐이란다. 바로 인생 테스트야. 그 테스트에서 얻는 점수가 진짜 중요한 점수지 - P184
마크가 진지하게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찰리는 열 살이 얼마나 멋진 나이인지 떠올렸다. 찰리는 모두가 평생 열 살인 채 지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만약 모두가 열 살 이라면, 어쩌면 규칙과 일반적인 예의, 상식에서도 미약하나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찰리는 생각했다 - P319
그녀가 진짜로 하고 있는 말은 헨리와 앤이 성장하는 것, 헨리와 앤이 가까이에서 비극을 보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자기 스스로가 진정으로 성장한 적이 없다고, 가까이에서 비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평생 어린아이로 지낼 수 있는 거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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