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하는 토끼를 쫓아 땅속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고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초겨울날, 앨리스는 방 안에 걸린 거울 속으로 뛰어들어 거울 나라를 모험하게 됩니다. 그곳은 거울 나라답게 모든 것이 반대였는데 글자도 거꾸로 보이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려면 반대방향으로 달려야 하며 벌을 받은 뒤에 잘못을 저지르는 식입니다.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 판처럼 생긴 거울 나라에서 하얀 여왕의 졸이 되어 직접 경기를 펼칩니다. 졸로 시작한 앨리스는 여왕이 될 것이고, 이야기의 각 장은 이러한 졸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 앨리스는 여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붉은 여왕, 하얀 여왕과 함께 즐기던 파티가 엉망이 되면서 앨리스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고 환상과 넌센스 요소도 탁월하며 등장인물과 묘사도 다채롭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체스 규칙이 반영되었는데 그만큼 이야기꾼이자 수학자로서의 루이스 캐롤이 치밀하게 계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너무도 사랑하고 영원히 친구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교훈과 도덕보다는 이야기와 말장난이 주는 재미를 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또, 유쾌한 상상력과 말놀이, 시적인 묘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재치 넘치는 패러디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언제나 제자리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작품 속의 앨리스도 그러한 경험을 하죠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손에 이끌려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하지만 곧 자신이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치 우리들의 업무 현실이나 일상을 묘사한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앨리스가 자신의 꿈에서 깨어나자, 흰여왕과 붉은 여왕은 모두 집에서 함께 키우는 아기 고양이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셋이 함께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생각합니다. 앨리스가 매트릭스를 비롯한 현대의 여러 영화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구석구석 루이스 캐럴이 만들어놓은 여러 가지 황당한 이야기 조각들에는 정말로 그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환상과 과학 사이의 신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