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
정이현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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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최근 여러가지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약국을 운영하는 세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워킹맘입니다. 14살 중학생 아이의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합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아이들이 연루되어 열린 학폭위에 참석할 일이 너무 괴롭기만 합니다. 결국 세영은 불참을 선언하고 남편이 지내는 지방으로 홀로 내려갑니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 자기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남편에게 어떠한 위로도 얻지 못하고, 세영이 불참한 그날의 학폭위는 가해자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내려집니다. 결국 피해자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들 앞에 벌어진 엄청난 일 앞에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도우를 비롯한 몇몇의 아이들은 자발적 조문으로 죽은 친구를 위로합니다.

작품 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세영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주저앉고 싶기도 하고 나가고 싶기도 하고 오래오래 울고 싶기도 하는 마음 중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하는 갈팡질팡한 모습. 작가의 말인지 세영의 독백인지 그것이-‘중산층의 조그만 바램’-죄라면 죄에 대해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세영과 세영의 남편, 세영의 딸의 시점으로 각각 전개되는데, 세 명 모두 가족구성원 간 직접적인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음에도 어딘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풀어내어 이해가 가면서도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핀시리즈’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책 자체가 굉장히 분량이 짧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문제를 너무 피상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의 인생에 그렇게까지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세영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 P45

어떤 말들은 그 위에 티끌 하나 날아와 앉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 P49

사람들이 그 침묵을 수긍과 순응의 의미로 해석한다는 걸 성인이 되고서 알았다. 자신에 대해 착하고 순한 인간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다는 것도. 무원은 수긍한 것도 순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속에 떠도는 말들을 꺼내지 않은 것뿐이었다 - P69

누가 아프다고 하면 심장 안쪽에 손을 넣어 눈물을 닦아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피부와 피부는 반드시 닿지 않아도 되었다. 닿지 않아서, 희미해서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들이 있었다. - P97

도대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에게, 어디에 존재하는지조차 불확실한 사람들에게 어쩌자고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고 시간과 열정을 바쳤단 말인가. 길에서 마주친대도 아무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터였다. 이제 그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당신의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고 속삭여주는 타인은 하나도 없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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