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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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그 앞을 도무지 짐작하거나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책의 제목처럼 독자가 마치 '이방인'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독자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고, 주인공 역시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독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북아프리카의 알제에 사는 평범한 하급 샐러리맨입니다. 양로원에서 죽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해수욕장에 가서 여자친구인 마리와 노닥거리다가 희극영화를 보면서 배꼽을 쥐는가 하면 밤에는 마리와 정사를 가집니다. 며칠 지난 일요일에 우연히 불량배의 싸움에 휘말려 동료 레이몽을 다치게 한 아라비아인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권총으로 사살합니다.

재판에 회부된 그는 바닷가의 여름 태양이 너무 눈이 부셔서 사람을 죽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속죄의 기도도 거부하고 자신은 과거에나 현재에도 행복하다고 공언합니다.

과연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라고 할 만한 고전입니다. 저자는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와 인간의 존엄성과의 근본적인 대립 관계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짧은 소설이지만 한번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 상당히 심오하고 난해하고 숨겨진 뜻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듯이, ‘소설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제시하는 것’이므로, 그의 의도를 단순하게 한가지로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아마 2~3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낄 듯합니다.

하지만, 이방인이 보여주는 일관된 진솔함을 통해, 우리는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회보다 우선시되고, 사회가 바라는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소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주인공 뫼르소처럼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비주류의 삶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무리속에 억지로 끼어든 이방인의 삶과 같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조금 뒤에 마리는 나에게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나는 대답했다. 마리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 P44

나는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으나, 나의 생활을 바꿔야 할 하등의 이유도 찾아 낼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봐도 나는 불행하진 않았다. - P51

사람들은 내가 말이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난 별로 할 말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을 안합니다."하고 나는 대답했다. - P77

지내려면 물론 길게 느껴지지만 날들이 어찌나 길게 늘어지는지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쳐 나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는 그리하여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 P91

그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는 얼굴을 찾아서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마치 같은 세계의 사람들끼리 서로 만난 것이 즐겁기만 한 무슨 클럽에라도 와 있는 것 같다는데 주목했다. 또, 내가 어쩐지 침입자 같고 남아도는 존재인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도 들었다. - P95

간수는 잠자코 있으라고 말하고 조금 있더니 ‘변호사들은 모두 그런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것도 또한 나를 사건으로부터 제쳐 놓고 나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고, 어떤 의미로는 그가 나 대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벌써 그 법정에서 아득히 멀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 P116

서로 떨어져 있는 우리의 두 육체 이외에는 이제 아무것도 우리를 서로 이어 주고 서로를 생각나게 하는 것이 없었으니, 어찌 내가 그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마리의 추억은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었다.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 P128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주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렇게도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 뿐이다. - P135

엄마는 종종 사람이 결코 전적으로 불행해지는 법은 없다고 말을 하곤 했다. 나는 감옥 안에서, 하늘이 물들고 새로운 날이 내 감방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 말에 동의하곤 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내 가슴이 터져 버렸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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