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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주인공 싱클레어는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그의 가정은 신앙심이 깊고 평화로우며 부모나 누나들 또한 사랑으로 충만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성장하면서 어두침침한 뒷골목, 역한 냄새가 나는 방 등 집에서 보지 못한 또다른 어두운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는 같은 반 친구였던 포악한 성격의 크로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엉뚱한 무용담을 하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크로마에게 갖은 협박과 위협을 당합니다. 이대에 의젓하고 지혜로우며 이상한 마력을 지닌 데미안이 나타나서 싱클레어를 위해 크로마를 물리쳐 줍니다. 이때부터 데미안은 진정한 친구이자 스승으로서 싱클레어에게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이별하게 되고, 사춘기를 방황과 술로 허송하게 됩니다. 이때 한 소녀의 등장으로 싱클레어의 방황은 멈추게 되고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승화시켜 나갑니다. 소녀의 초상화를 그린 싱클레어는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고, 그에게서 선과 악, 신과 악마를 한몸에 지닌 신으로서 영혼의 요구를 억제하지 않는 아플락사스를 언급한 편지를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됩니다. 그의 영혼 속에 한 운명의 여인이 들어와 있었고, 그것은 데미안이었습니다.
싱클레어는 대학에 진학하고 아플락사스적인 운명의 여인을 찾는 것이 그의 삶의 목표가 됩니다. 그러던 중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인 에바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에바부인을 보는 순간 그가 꿈꾸던 여인임을 직감하고 운명의 여인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참전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부상당한 싱클레어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실려갑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싱클레어는 그의 옆에서 데미안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데미안은 그에게 에바부인의 키스를 전해줍니다. 그 후 싱클레어는 다시 깊은 잠이 들고, 깨어났을 때 데미안은 없었습니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된 진정한 삶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중학교 때인가 한번 읽었다가 30년도 넘어서 다시 읽어본 책입니다.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기억이 안 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문구는 바로 ‘새의 알’입니다. 알속의 새는 밖을 동경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나려면 자신을 둘러싼 두꺼운 알을 깨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타파할 때 그 새는 또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겠죠.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두 소년의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전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듯합니다.
억압된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 싱클레어의 관념적 방황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나에게 데미안과 에바는 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데미안과 에바는 곧 싱클레어였고, 자신을 찾는 여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와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74 다른 쪽이 사나이인데다 제 색깔도 분명해. 그는 자기 처지에서 보면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이따위 회개를 비웃고 그냥 제 길을 끝까지 가니까.지금까지 분명히 자기를 도와준 악마한테서 비겁하게 마지막 순간에 등을 돌리지 않는 거지. 그게 바로 제 색깔이고 성격이야.
p78-79 그렇게 똑똑한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전혀 없지.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건 죄악이야. 사람은 거북이처럼 자신 속으로 완전히 기어들어갈 줄 알아야 하는데."
p110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p129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기를 포기하고 차라리 정해진 규정의 손길에 붙잡혀 보행자의 길을 걷기를 선택하는 거야
p136우리가 어떤 인간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 속에서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니까.
p163-164인간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아닐 때만 두려움을 갖는 법이야. 자기 자신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 그러니까 자기 안에 있는 모르는 존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