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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러비드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말 흑인 노예들의 삶에 대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비참하고 동물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나와 같은 삶을 살게 하는 것 보다 오히려 죽이는 게 나은 삶이란 건 어떤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희망은 없고 절망만이 있는 삶이겠죠.
뭔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하늘은 파랗고 깨끗하다고 하니 읽는 동안 더 흑인들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또,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노예로서 비참한 삶, 백인들에 의해 동물 취급 받으며 짓밟히는 잔인한 학살 묘사 장면과 처절한 과거 회상부분 진짜 읽기 힘들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자기소유적 집착에 자신이 겪은 고통과 아픔을 겪게 하지 않으려고 아예 스스로 아이 목숨을 끊어 버린 비정한 엄마, 이당시 혹독한 노예제 시기에 뻔한 앞날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자식을 죽인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커뮤니티로부터 고립되어 살던 덴버가 악화되어가는 엄마와 언니의 관계를 보고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과, 과거 딸의 그림자에 눌려 언제까지 불행하게 나약해 가는 엄마와 달리 미래지향적인 덴버가 폐쇄성을 벗어버리고 커뮤니티 사회 도움으로 한발씩 나아가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할 말 많은 빌러비드는 뒤에 가서야 이제 그녀의 실체가 무엇인지, 나타내고자 전달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니 앞의 기이한 행동이며 애매한 말들 서서히 이해가 되는듯했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괴기스러운 미스테리하며 가장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빌러비드란 이름이 더욱더 슬픈 이유는 고단한 노예의 삶을 되물림 할 수 없어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그 처참한 심정을 엄마라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인생의 단꿈을 맛보았던 한 때를 기점으로 고된 삶을 살아낸 그녀가 마침내 과거의 잔혹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내일을 바라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요? 그 과정이 어땠을지를 상상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그녀는 삶을 정화하라든가,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 땅의 축복받은 존재라든가, 세상을 물려받을 온유한 존재라든가, 영광을 누릴 순결한 존재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은총은 오직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은총뿐이라고 말했다. 은총을 볼 수 없다면, 누릴 수도 없다고 - P149
다른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그들은 사람들이 ‘삶’이라고 부르는 화냥년을 죽였다. 그들을 계속 살아가게 했으니까.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또다른 시간의 일격이 마침내 이것을 끝낼 거라고 믿게 했으니까. 그년의 숨통이 끊어진 뒤에야 비로소 그들은 안전해질 것이다. 성공을 거둔 죄수들─삶을 병신으로 만들고 사지를 절단하고 심지어 땅에 묻어버릴 만큼 오랫동안 그곳에서 지낸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거시기를 간질이는 그년의 품에 빠져 앞날을 기대하며 걱정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기억하는 다른 죄수들을 계속 주시했다 - P184
"난 아주 크고 깊고 넓었어. 두 팔을 쫙 벌리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품에 들어올 정도였지. 그렇게 넓었던 거야. 이곳에 도착한 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진 것 같았어. 어쩌면 켄터키에서는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는지도 몰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 도착해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나는 원하기만 하면 이 세상에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무슨 뜻인지 알아?"
(……)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무엇이든 선택해서 사랑할 수 있는─욕망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곳에 도달하는 것, 그래, 그게 바로 자유였다. - P268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손을 잡는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당신이 당신의 보배야, 세서. 바로 당신이." 그의 믿음직한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을 꼭 잡는다 -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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