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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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은 하지만 실제 읽지는 않는 책이라죠(마크트웨인) 1984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 유명대학의 필독서로 추천되는 책이고 TIME,Newsweek 같은 잡지에서도 항상 추천목록에 오르는 책입니다만 실제 이 책을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아직 못읽었다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마크트웨인식으로 생각하면 1984는 확실히 고전입니다.

상당히 섬세하게 짜여진, 작품 전체 곳곳에 뿌려진 복선들, 완벽한 작품을 쓴 조지 오웰은 이런 생각을 지니고 스스로가 사는 것이 무척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고통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 모든 정보가 통제되어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만 받아들여야 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실재라고 믿어야 하는 세계, 조지 오웰이 상상한 30여년 후의 세계가 단순히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주변에 현존했고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 진행되고 있을 세계라는 점이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오네요.

소설속 인물 오브라이언을 통해 자꾸 되풀이되는 이 말은, 특히 윈스턴을 고문할 때 마치 "너의 과거나 의식은 모두 없애버리고 그곳에 있는 검은 것은 다 없애라"하면서 결국에는 윈스턴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배반하게 만들며 윈스턴을 통째로 새로 만들어 새로운 곳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소설 속 과거를 검은 곳이라 말하면서 조지오웰은 그가 살고 있던 현실을 잘 꼬집어 내었고, 고문을 통해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본질을 다 던져 버렸죠. 그리고 나서 말합니다.

“승리를 얻었다. 그리고 그(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다.”

검은 것을 다 던져버리고, 나의 밑바닥을 다 던져버리고 다시 체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나겠죠. 윈스턴은 굴복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죄스럽고 그로서 사랑을 부정한 자신을 자책하지만,

그러한 심정자체도 진정한 인간이 아니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지요

책은 음산하고 무겁고 가슴 저며 오는 그런 내용이었고 무한 영감과 또 소름돋는 처절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역사기록마저 조작, 변조되고 소리소문없이 증발되는 사회, 일거수 일투족 감시당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 정상적인 소수는 미쳐버리지 않고서는 살수 없는 이곳에서 세뇌당하고 모진 고문을 견뎌내려 하지만 결국 흡수되고 변화하는 윈스턴의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괴로울 정도의 내용이 지속되어 가슴 한쪽이 서늘할 정도로 공포스러웠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의 소련의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확연히 들어나는 소설이긴 하지만 기술되어 있는 그 내용을 읽어나감에 있어서 그냥 소설 속의 내용으로 그치지 않고, 이미 1984년은 수십년 전에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러한 세계가 존재할 수 있고, 바로 지금 우리세계에도 일부, 일부의 내용은 언뜻 사실처럼 보이는 이야기에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듯한 기분에 휩싸여 있습니다.

동물농장에서 보였던 우화적인 표현은 아주 사라지고 극사실적인 표현을 무미건조하게 기술하여 오히려 그 섬뜩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 듯 합니다.

보통 어떤 책을 읽던지 마지막 장을 덮으면 속 시원하고 기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마음이 괴롭더니 마지막까지도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1984를 읽는 내내 저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장씩 읽어갈때마다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았기 때문이에요 작품과 관련해서 과거, 현실, 미래에 대해 끝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v게 바로 고전의 힘이 아닌가 싶네요

조지오웰이 이 책을 1948년에 탈고했다고 하고 얼마 후 1950년에 사망했습니다. 그 당시 그가 내다본 1984년의 모습은 참으로 서글프고 무시무시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입장에선 미래 SF소설쯤 하나를 쓴 것 같은 느낌일 텐데, 그 시간들의 역사를 아는 현재의 우리로선 그가 보여준 이 선지자적인 식견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거의 마지막에 윈스턴의 회상 속에서 보았던 장면, 엄마가 빗속을 뚫고 가서 사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잠시나마 배고픔과 지루함을 잊고 마치 혁명 이전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엄마하고 동생하고 마음껏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참 찡했어요

조지 오웰의 소설은 동물 농장 밖에 안 읽었지만, 이 작품이 훨씬 더 인상적이네요. 동물농장에서는 시니컬함이 있다면, 1984는 절실함이 묻어나는 책인 것 같아요.

읽으면서도, 지금의 현실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은근히 무섭다는 생각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극한에 상황에 놓였을 때 육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억압으로 인간이 어떻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새삼 확인한 듯합니다. 그래서 너무 슬픕니다.

모순과 불합리, 폭력과 증오로 뒤덮인 세계에서 오직 권력만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의 횡포와 통제 아래 인간이 지켜낼 수 있는 인간성이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마지막엔 그저 빈껍데기 같은 존재로 남아버린 인간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정말 천재라는 생각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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