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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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4호 원자로가 몇 차례 폭발 후 무너졌습니다. 인구 1천만명의 농업국가인 벨라루스에는 원자력 발전소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바람의 방향 때문에 배출된 방사성 물질의 70퍼센트가 벨라루스 영토에 도달했습니다. 오늘날 국토의 23퍼센트가 오염되었고 국민의 5분의 1이 오염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오염 지역 거주민 210만 명 중 어린이가 70만 명이고, 그린피스 추산으로 9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9만 3천 건이나 되었습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20여 년에 걸쳐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모은 책입니다. 핵발전소 폭발 직후 수습을 하러 갔던 소방대원들, 군인들, 헬기 조종사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들은 방사능의 유출을 최소화 하려고 투입됐고, 소련 정부의 호소에 따라 자원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끔찍한 피폭을 당하지만 철저하게 버림받았습니다.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나 안전 도구조차도 지급되지 않았죠  이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치사량의 몇 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된 후, 고통 속에 죽어가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다보니,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모두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이 체제의 민낯을 보여 주었고, 전개 양상이 꼭 닮았기 때문입니다.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가장 끔찍한 사건들에 견줘 체르노빌을 이해했습니다. 지금도 핵발전소로 돈을 벌고 핵발전소를 짓는 자들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핵발전소를 더 짓고 있고 오래된 핵발전소조차 폐기하기를
극도로 꺼립니다. 이미 인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비롯해 핵발전소 사고를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사고에는 전혀 책임이 없는 노동계급과 평범한 민중이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우연히 체르노빌에 대한 미드를 정주행한 후, 더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미드에서 보았던 대부분의 내용들을 책으로 읽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재난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막고 원자력 발전소를 없앤다고 해도 자연재해는 인간이 아직 막을 수 없는 것이며,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하게 재난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재난이 인류에게 더 보편적인 경험이자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르노빌은 인간이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종류의 재난이 아닐까 합니다. 체르노빌 폭발 직후 소련 지도부를 비롯해 군대와 행정 기구의 관료들은 당시 상황을 전쟁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고, 그러한 틀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고 대처해 나갔습니다.
체르노빌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내일은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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