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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ㅣ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꼽는《심경》의 핵심은 신독(愼獨)입니다. 신독은 혼자 있을 때에도 삼가고 단정함을 유지하는 삶의 자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약용은 주자의 신랄한 지적을 넘어 신독을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정약용은 목적이 없는 공부는 공부에 먹힌 ‘헛똑똑이’들만 낳을 뿐이라면서, 자신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은 채 그저 과거공부를 위해, 남들 앞에서 뻐기기 위해 책을 읽기 때문에 ‘먹물 괴물’들이 넘쳐난다고 비판합니다. 정약용이 해석한 신독은 혼자 있을 때의 단정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동굴에서 오늘도 어찌 버텨낸 스스로를 반추하고 다독이는 시간입니다. 쉽게 분노하고 서둘러 냉소하는 지금 여기에서《심경》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심경》은 주자의 제자였던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책으로, 사서삼경 등 유학의 경전을 비롯하여 송대 학자들의 마음수양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퇴계와 율곡을 비롯해 조선 최고의 학자들이 학문과 수양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였고, 조선의 왕들도 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읽었던 책이라고 합니다. 또한 성악설을 말한 순자나 성선설을 말한 맹자나 모두 공부와 수양을 강조했다고 하니, 이념이 달라도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해법은 동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살피는 사람의 많고 적음과 상관 없이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새겨볼 만한 구절이 많았다. 누군가를 믿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믿을 수 있어야 하고, 비범한 일은 평범한 일상에서 축적되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면 모든 백성들이 고통스러워집니다. 그러나 감정과 욕망은 의지로 억누른다고 해서 제어되지 않습니다. 심경의 저자 진덕수가 직접 쓴 <심경찬>에서는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로지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그 중심을 붙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음공부의 근원입니다.
다만 마음공부라고 해서 현실과 멀어지거나 안으로 침잠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여 흥미로웠습니다. 공자는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거칠어지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겉치레가 됩니다. 겉모습과 바탕이 잘 어울린 후에야 군자답다'고 말했고, 주자는 '경이 확립되면 안이 저절로 곧게 되고, 의가 드러나면 밖이 저절로 바르게 됩니다. 경을 가지고 안을 곧게 하려고 하거나, 의를 가지고 밖을 바르게 하려고 한다면 잘못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를 지킨다고 해서 외부의 모든 자극을 막고 스스로를 비워야 하는 것이 아니고, 안과 밖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마음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고, 초연함이란 무덤덤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우치지 않는 중심을 배워 나가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닙니다.
여러 유학 경전의 내용이 잘 풀어져 있어 읽기에 좋았습니다. 다만 기대와는 달리 다산의 해석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습니다.